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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강도'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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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강도'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처하는 법

[정욱식 칼럼] '설상가상'을 '전화위복'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직접 경비는 약 50%를, 토지 제공 등 간접 비용을 포함하면 70%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또한 이전에도 미국은 한국이 준 분담금도 다 사용하지 못했고 캠프 험프리스 확장과 주일미군 정비로 전용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3-5배 가량 올라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막무가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한미동맹의 작전 범위에 '미국 유사시'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동참도 요구하고 있다.

향후 한국의 국익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가장 중대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은 미중 패권경쟁 와중에 한국의 딜레마가 격화되고 '미중 유사시'에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에 있다. 또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날강도 심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대미 협상의 목표를 방위비 분담금 인상 불가 및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반도 유사시'로 분명히 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략 자산을 포함한 역외 전력의 미전개로 위협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에 한국이 연루될 위험을 예방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화위복은 '한미동맹은 강화되어야 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자세로 대미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전화위복의 실마리들

먼저 전작권의 전환을 조속히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실효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한국 주도의 안보 능력을 갖춤으로써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니까 돈을 많이 내라'는 식의 트럼프의 궤변을 더 이상 설자리가 없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에 열리는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고 내년이나 늦어도 후년에 전작권 환수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또한 분담금 증액 요구의 근거로 사드 배치 및 한미군사훈련을 제시해왔다. 그는 사드를 만드는 데에 10억 달러가 들어간 만큼 그 돈을 한국이 내거나 사드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도발적인 워게임"이라거나 "어리석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트럼프의 발언을 한미동맹 변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발언에 압박을 느끼기보다는 사드 철수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에 제안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도 논의 대상에 올려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있어서도 당당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미국이 올려달라고 압박하면 버티기를 선택해야 한다. 합의를 거부하면 올해 분담금이 내년에도 자동으로 적용되게 된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지출 항목을 명시함으로써 미국이 마음대로 분담금을 전용하는 사례가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맹목적 친미주의와 공미형 친미주의를 넘어

물론 미국은 한국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경고로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버림받음의 두려움에 휩싸이면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와 위협에 논리적이고 당당하며 때로는 태연한 반응을 보인다면 이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상황이다. 경제력은 세계 11위, 군사력은 세계 7위(북한은 18위)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근력은 커졌지만, 정신적인 대미 종속성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심해졌다. 맹목적 친미주의와 공미형 친미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 못지않게 '우리 안의 미국'도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미국이 동맹의 이름으로 한미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한국의 사활적인 이익까지 침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맹목적 친미주의와 공미형 친미주의를 넘어 한미동맹에 대한 '선택적 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 '선택적 변화'란 한미동맹의 유지를 전제로 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주권의 관점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맹의 강화가 아니라 이완을 통한 한미관계의 미래상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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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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