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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앞에 고개숙인 한국...농가 반발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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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앞에 고개숙인 한국...농가 반발 불가피할 듯

정부 "개도국 지위 유지 어려운 상황"

한국 정부가 25일부로 농업 부문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농업 부문 미래 협상 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의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5년 농업 부문 개도국 지위를 택한 지 24년 만에 해당 지위를 잃게 됐다. 이로써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 생산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회원국 간 관세 협상 등에서 느슨한 규제를 받는 게 허용되던 기존 특혜를 한국은 잃게 됐다.

홍 부총리는 WTO 164개 회원국 중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회원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에 모두 포함되는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볼 때,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농업 부문에 한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하거나 그 위상이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도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도국 특혜 결정을 미룬다손 쳐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가 개도국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 명분과 협상력을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WTO 개도국이 불공평한 이득을 누린다"며 중국과 한국 등을 겨냥해 지난 23일까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요구한 바 있다. 한국은 싱가포르, 브라질 등과 함께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지만, 중국은 현재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홍 부총리는 "개도국 지위 포기(forego)가 아니라,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현재·미래 WTO 농업 협상 타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 타결까지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한국 내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해 농업소득보전법을 개정하고, 해당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을 포함해 모든 농업 품목에 직불금(정부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직접 제공하는 보조금)을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제도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연간 100만 원 안팎을 보장받는다. 기존 쌀 고정직불제, 쌀 변동직불제, 밭농업 고정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최대 3년간 매월 80~10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와 농지은행 제도 등을 통해 청년·후계농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농가 지원을 위한 보험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홍 부총리는 "농민이 요구한 몇 가지 사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미리 이 같은 상황에 대비책을 세웠어야 하지만, 이미 뒤늦었다는 이유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이날(25일) 외교부 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는 규탄 행동을 했다. 이들은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 통상 주권과 식량 주권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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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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