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 부시 반대 국민행동/부산시민행동'은 17일 '부산민중포럼'의 이틀째 행사로 주제별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워크숍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의제의 협상 현황과 전망', '아시아 공공노동자의 현황과 과제', '아펙과 빈곤, 한국정부의 빈민탄압'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게릴라전을 펼치는 WTO에 적절히 대응해야"
'WTO 도하개발의제의 협상 현황과 전망'에 관한 워크숍에서 남반구포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 소속인 자크차이 촘통티는 "도하개발아젠다(DDA)'에는 '개발'이 없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점을 전 세계에 전파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개도국들의 관세를 철폐하고 개도국들의 보조금을 삭감할 것만을 요구할 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관세나 보조금 제도는 조금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아펙 정상회의에서 'DDA 특별성명'이 발표될 예정인 점과 관련해 "WTO의 전술이 이제 게릴라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며 "12월 열릴 예정인 홍콩 각료회의 이전에 미국 등 선진국들이 포럼, WTO 이사회, 각료회의 등을 통해 협상의 내용을 미리 조율한 다음 홍콩 각료회의에서는 형식적인 타결만 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중운동, 대중운동 진영은 이미 두 차례나 WTO 각료회의를 좌절시킨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의 홍콩 각료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를 좌초시키는 데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홍콩 각료회의에서 DDA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 내용과 형식을 달리해 2차, 3차 각료회의를 잇달아 열어가며 내년 연말까지는 협상을 타결하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니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WTO 강화를 통해 개별 국가의 무역 통제권을 박탈하려는 선진국들의 노력에 한국 정부도 동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의 이면에는 미국 기업들이 있다"**
'아시아 공공노동자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 워크숍에 참석한 한국 공무원노조의 서형택 정책실장, 일본 우정노조의 사카이 미츠루, 태국 발전노조의 수리얀 캄추, 홍콩노총의 고든 람 등은 "공공서비스 부문에 대한 무차별적 민영화 시도가 공공서비스 질의 저하, 사회복지 체제의 해체, 소비자 부담의 급상승,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라는 여러가지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형택 실장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은 대학의 영리법인화, 사회복지사무소의 통폐합, 의료개방과 영리의료법인의 허용, 외국기업에 대한 토지 무상임대와 세제혜택 등 초국적 자본에 유리한 것들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의 74%를 수주한 바 있는 미국 건설회사인 벡텔이 지난 1983년 제주 국제자유도시 조성계획 연구용역을 맡았고, 1998년에는 미국 부동산회사인 존스랑라살이 국제자유도시 추진방침에 관한 기획을 맡았다"며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미국쪽의 입김이 개재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우정노조의 사카이 미츠루는 "고이즈미 총리가 적극 추진 중인 우정민영화는 1989년 미일 구조협의에서 미국에 의해 제시된 것이며 1993년 미일 정상회담 이후 매년 미국에 의해 제시되고 있는 '연차 개혁요망서'의 핵심내용"이라고 밝혔다.
홍콩노총의 고든 람은 "아펙 반대운동을 준비한 한국의 운동진영도 고생이 많았겠지만 12월 WTO 각료회의 반대운동을 준비하는 우리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홍콩 당국은 반대시위자들에게 방을 내주지 말라고 호텔에 압력을 넣고 있고, 이런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외국인도 체포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고 홍콩의 최근 상황을 전했다.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각국의 사례를 들어보니 너무나 유사하다"며 "아시아 각국의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고 공동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빈민탄압, 이번에도 똑같아"**
이번 아펙 정상회의의 폐해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이들은 부산지역의 노점상과 노숙자들이다. '아펙과 빈곤, 한국정부의 빈민탄압'에 관한 워크숍에 참가한 전국빈민연합 최인기 사무처장은 "부산시가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 영업을 금지하는 바람에 6400여 노점상들 가운데 6000여 명이 한 달간 임시휴업 상태가 되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갈치 시장이나 서면, 광안리나 해운대의 포장마차는 서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의 상징"이라며 "노점상이나 철거민, 노숙인들에 대한 탄압은 1988년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거듭돼 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국제노점상연합의 김흥현 의장은 "현재 국회에는 단속 및 철거의 비용을 노점상, 철거민에게 부과하도록 하는 '행정대집행법'이 계류 중"이라며 "이 법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도시빈민의 삶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역 주변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는 김홍술 목사는 "부산시는 '쉼터 입소에 비협조적인 노숙인들에게 경범죄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특별대책을 얼마 전에 세웠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포기한 바 있다"며 "부산시는 '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노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국제노점상연합(Street Net International)에서 온 패트 혼은 "국제행사를 빌미로 도시빈민들에게 탄압을 가하는 것은 전 세계 도시마다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각 도시는 겉으로 완벽해보이려는 환상을 버리고 국제행사에서 얻게 되는 이익을 도시의 모든 계층과 공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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