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녕 '정치 IMF사태'를 원하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녕 '정치 IMF사태'를 원하는가

[데스크 칼럼] 탄핵 거두고 총선에서 승부하라

끝내 '탄핵 정국'이 도래했다. 한국정치의 한심스런 현주소를 국제사회에 백일하에 드러낸 더없이 부끄러운 사태다.

'탄핵'이란 전세계 정치사를 둘러보더라도, 베네수엘라-파라과이-인도네시아-필리핀 등 극소수 개도국에서나 아주 드물게 목격됐던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존슨과 닉슨 대통령이 탄핵대상이 됐다가 부결되거나 탄핵전 자진 하야한 일이 있긴 하나, 수백년전 세계정치사에서 최초로 탄핵제도를 만든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는 수백년동안 이런 일이 전무했다. '탄핵'이란 그만큼 국가 위신 차원에서라도 아무리 대통령이 야당 마음에 안든다 해도, 결코 함부로 써서는 안될 '정치 수소폭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끝내 탄핵을 발의했다. 다수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핵 올인' 도박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최병렬의 착각 "동네여론은 과학적 여론이 아니다"**

한-민은 비난여론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박한다. "'탄핵 올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총선 올인' 도박을 한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고. 야당 입장에서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협이 정확히 비유했듯 "모기 잡겠다고 칼을 빼든 격"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만에 하나 이번에 이런 류의 '탄핵 전통'이 생길 경우 앞으로 툭하면 탄핵이 빈발하는 '정치공황적 악순환'이 계속되며, 국가는 중남미의 늪으로 빠져들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탄핵안을 몰아부친 최병렬 한나라당대표는 9일 의총에서 이런 말도 했다. "동네 여론은 과학적 여론이 아니다"라고. 그는 또 "여론조사 결과는 탄핵안 찬성이 높아지고 반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그가 왜 한나라당에서 공천조차 못받을 정도로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는지, 그 원인을 새삼 실감케 한다. 최대표가 '여론'을 철저히 묵살하고, 자신의 '관념적 기대치'를 여론인양 착각하고 있음을 백일하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의 비리의원 방탄국회를 주도했고, 얼마전에는 서청원 석방안을 주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 끝내 공천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자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표는 아직 '여론'을 읽는 눈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지금 국민여론은 명쾌하다.

"한-민의 탄핵안은 잘못된 것"이라는 차가운 여론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60~65%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비율의 국민은 노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노골적인 우리당 지지발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라"고 준엄히 요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대표처럼 이같은 여론을 "동네 여론"이라고 묵살하지 않는다면, 한-민 지도부와 노대통령은 '여론'의 뜻에 겸허히 따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의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최병렬-조순형의 '정략'**

우선 한-민 지도부는 '탄핵'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최병렬-조순형 지도부는 그러나 내심 탄핵안 통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며, 그런만큼 철회할 용의가 거의 없어 보인다. 특히 최병렬 대표쪽에서 그런 기류가 강하게 읽힌다.

이유인즉 간단하다. 탄핵안 통과를 위해선 현재 22표가 부족하다. 그러나 이번에 탄핵안에 서명하지 않은 36명의 의원들이 "아무리 최병렬이 미워도 결국은 반노(反盧)전선에 합류하지 않겠냐"는 게 최대표측 판단이다. 비서명파 36명은 채 10명이 안되는 소장파와 나머지 20여명의 공천탈락파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공천탈락파는 대부분 최병렬대표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이회창 전총재 계보, 즉 '창(昌) 계열'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대표측은 이회창 전총재가 탄핵안 발의직전인 9일 오전에서 "나는 감옥에 갈 테니 노대통령도 대의에 따라 판단하라"고 노골적으로 반노 입장을 분명히 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즉 이 전총재의 분명한 메시지가 나온 만큼 궁극적으로 '창 계열'이 탄핵안 통과에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표측은 또한 소장파들도 결국은 탄핵전선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벌써부터 몇몇 소장파는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나 당론이라면 당원인만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식의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판단에 기초해 최병렬 수뇌부는 탄핵안 통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며, 탄핵안 통과를 계기로 총선을 '반노-친노' 대립전선으로 만들어 현재의 의석을 사수하자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순형 민주당대표도 최대표측과 비슷한 상황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이 길만이 절망적 수준으로 실추한 민주당 지지도를 끌어올려 총선에서 살아남고, 자신의 실추한 리더십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같은 한-민 수뇌부의 발상은 2백여명의 한-민 의원들만을 상대로 한 '정략'일뿐, 국민을 의식한 '정치행위'는 결코 못된다. 특히 총선을 한달여 앞둔 현시점에 이런 '정략'적 접근을 할 때에는 의원들을 상대로 한 '정략'에선 성공할지 모르나,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에서는 참패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한-민 수뇌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지금 이 땅의 국민은 '정략'에 놀아날만큼 어리석은 '우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정치인'인 동시에 '헌법 수호자'여야**

본디 한쪽 손바닥만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는 법이다. 다른 한쪽 손바닥이 있기에 비로소 '짝'하는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탄핵정국이 도래한 데에는 노대통령 책임도 분명히 일부 존재한다.

노대통령은 지난해말부터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여러 차례 궁지로 몰아넣었다. 지난해말 노사모 집회를 비롯해 올 들어서는 여러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 및 측근들과의 회동 등을 통해 열린우리당에 대한 분명한 지지입장을 밝히는 '총선 올인' 전략을 구사하면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초래, 선관위를 안팎 곱사등이 신세로 만들었다.

노대통령이 이같은 올인 전략을 구사한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소야대'라는 국면을 타파하지 않는 한, 총선후 남은 4년동안 도통 통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 어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 통치자인 동시에 '정치인'인 대통령이 이 정도 입장 표명을 못하는 게 말이 되냐는 항변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곤혹케 만들고, 결국은 선관위가 고심끝에 내놓은 '선거법 부분 위반' 판정에 대해서조차 불만을 토로하는 태도를 보인 대목은 '헌법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답지 않은 처신이었고, 결국 야당에게 탄핵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기에 다수 국민은 한-민의 탄핵에 단호히 반대하는 동시에, 노대통령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의 비판자 '30%'**

여기서 우리는 다시 '여론'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해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나온 때부터 최근의 '탄핵 사태'에 이르기까지 여론은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노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몇달간 30%대에 고착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을 재신임해야 하느냐' '탄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소한 60%가 단호히 "NO"라고 말하고 있다.

노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으나, 재신임이나 탄핵 같은 국정마비나 혼란 사태를 원치 않는 국민이 전체의 30%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여야의 적극 지지자들은 이들 30%를 '회색분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탄핵사태에서도 보여주듯, 이들은 회색분자나 박쥐가 아니다. '현 권력'인 노대통령에 대한 냉철한 견제세력인 동시에, '대안세력'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한-민에 대한 혹독한 비판세력이 바로 이들 30%다.

2002년 대선막판,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은 후보단일화를 계기로 지지율 10%대에 머물던 노무현후보에게 힘을 몰아줘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후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커다란 좌절감을 맛보았던 이들은 그러나 지금 다시금 한-민의 노무현 정권 탄핵에 대해 단호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2의 '정치 IMF사태'를 원하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여야 모두 '착각'은 금물이다.

한-민은 지금은 말이 많으나 일단 탄핵안이 의결만 되면, 그래도 결국은 이들이 4월 총선때 반노 쪽으로 기울어 한-민이 어부지리를 얻지 않겠냐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탄핵으로 촉발될 '반노-친노' 대결구도가 궁극적으로 총선에 유리하다는 한-민 수뇌의 판단이 그 증거다.

반대로 여권은 탄핵안이 의결되면, 도리어 이들이 지난 대선때처럼 노대통령 보위세력화하지 않겠냐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탄핵정국이 도리어 '애자필승 교자필패(哀者必勝 驕者必敗, 불쌍한 자가 이기고 교만한 자는 패하는 법)'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냐는 기대로 읽힌다.

그러나 여야가 마음대로 재단할 정도로, 30%는 그렇게 단순한 층이 아니다.

이들은 결코 헌정중단 사태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 이유는 대안세력 없는 한국의 정치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보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한-민 세력이 집권한다 한들, 달라질 게 뭐냐는 냉철한 이유에서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과 한-민 세력 모두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탄핵정국 도래로 인해, 결과적으로 4월 총선은 노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가 돼 버렸다. 여야 모두가 벼랑끝 승부를 택한 셈이다.

그렇다. 여야는 탄핵정국을 즉각 해소하고, 총선에서 승부해야 한다. 왜 민주주의국가는 막대한 정치적 비용을 치루면서 4년마다 선거를 치루는가. 선거를 통해 여야의 모든 정쟁이 국민의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야 모두에게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냉철한 30%를 무서워해야 한다. 왜 그들이 한쪽의 손을 흔쾌히 들어주지 않는가를 숙고해야 하고,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어떤 가열찬 자기개혁을 해야 하는가를 부심해야 한다.

여야가 이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정략'대로 정국을 휘몰아간다면, 단언컨대 4월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한국의 정국혼란은 앞으로도 부단히 확대재생산을 거듭할 것이며 이는 결국 '대한민국호의 비참한 침몰'로 결론지어질 것이다. 제2의 '정치 IMF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