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과 교장에게 점심 급식을 배달한 3년의 기억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지금도 분노를 삭일 수 없는 건, 작년 교육청 감사 때 교장이 밝힌 답변 때문이다.
"장애 판정을 받은 직원이라 청소도 제대로 못하여 급식 배달을 시켰습니다."
'교육자가 한 말이 맞을까' 싶은 교장의 변명은 장애인 비하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괴롭히고도 죄책감이 없는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과 이상석 교장. 이들의 이야기는 201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남공업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김재영(가명) 씨는 낮 12시만 되면, 가야하는 곳이 있다. 1층 별관에 위치한 급식실이다.
급식실로 들어서면, 영양사는 배식대에 서서 이미 그를 기다렸다. 김 씨는 "잘 먹겠다"는 말도 못한 채, 황급히 급식실을 빠져나와야 한다. 식판을 기다리는 다른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식판을 조심스럽게 들고, 행정실로 돌아갔다. 그 급식은 행정실 직원 최현필(가명)에게 전달된다. 최 씨는 그 식판을 들고, 이사장실로 들어간다.
급식의 주인은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이다. 김 씨는 허선윤 이사장의 급식을 이렇게 기억했다.
"허선윤 이사장이 먹는 급식은 식기부터가 다릅니다. 먼지가 들어갈까 병원 밥처럼 그릇 위에 뚜껑도 씌어 줍니다. 식단도 학생들과 다른 특별한 메뉴가 추가되어 있고요. 허선윤 이사장은 무조건 보리밥을 먹었던 걸로 기억해요. 저희끼리는 특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최 씨가 이사장에게 밥을 전달하는 사이, 김 씨는 다시 급식실로 돌아가야 한다. 이상석 교장의 점심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이사장 때와 똑같이 영양사에게 급식을 받아 이번엔 행정실이 아닌, 바로 교장실로 향한다. 이상석에겐 교장실에까지 직접 배달해야 했다.
자기 밥을 스스로 챙기지 않는 이사장과 교장 때문에, 김 씨의 식사는 늘 늦어졌다. 그의 식사는 급식 배달을 마친 이후에나 가능했다.
식사를 마친 이후에도 급식 배달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이사장과 교장이 식사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들의 식판을 챙겨 급식실에 반납까지 해야 업무가 완료됐다.
그의 급식 배달은 2015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3년 동안 매일같이 반복했다. 숨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특히, 급식 배달 도중 신입 교사를 마주칠 때 그렇다.
"급식 배달할 때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라도 마주치면, 굉장히 창피했습니다. 평소에는 밝게 인사하다가도, 그 순간에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지나쳤습니다."
이사장이나 교장에게 점심 급식을 배달했지만, 이들이 먹지 않는 날은 서럽기도 했다. 출장을 갈 때, 두 사람은 급식을 먹지 않았다. 그러면 그 급식은 김 씨가 먹어야 했다. 누군가 먹던 밥은 아니지만, 마치 잔반 처리하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출장가는 날에 가끔씩 '급식을 가져다주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제가 급식을 배달한 이후에야 이사장이나 교장이 ‘먹지 않겠다’고 말했죠."
사실 직원 김재영 씨의 업무는 처음부터 급식 배달이 아니었다. 지적 장애인인 김 씨는 2013년 영남공고에 입사했다. 당시에는 교무실에서 교무보조 업무와 청소를 맡았다.
당시는 일부 교사들의 괴롭힘 때문에 학교 생활이 힘들었다. 그를 관리, 담당했던 박OO 교무기획 담당 (현 대외협력부장) 교사는 늘 이렇게 압박했다.
"다른 선생님들한테 친한 척 하지 말고! 특히 여자 선생님들한테 친한 척 하지 말란 말이야."
박 교사는 때로는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이런 부당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재영아, 물~"
김 씨는 알아서 그가 마실 물을 갖다줘야 했다.
이상석 교장도 종종 그를 교장실로 불러 추궁하곤 했다. 자신과 허선윤 이사장에 의해 왕따로 지목된 교사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에서였다.
"너 A 교사랑 무슨 이야기했어. 사실대로 이야기 해 봐."
주변 교사들과 대화도 나누지 못하게 하는 영남공고 고위층들의 부당한 지시에 김 씨는 괴로웠다.
"저는 직장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힘이 나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영남공고에서는 제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영남공고를 다니는 동안 외로운 생활을 보낸 게 기억이 납니다."
2014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방학 기간 중 전교직원 출근 날이었다. 당시 입사 1년차 밖에 되지 않았던 김 씨는 교무실 업무에 미숙했다. 전화 응대도 혼자서는 무리였다.
하지만 영남공고는 그를 전혀 배려를 하지 않았다. 영남공고 교직원들은 김 씨만 교무실에 홀로 남긴 채, 점심 회식을 하러 나가버렸다.
"저만 교무실에 혼자 남기고, 선생님들끼리 회식을 갔습니다. 그때 저는 혼자 교무실에서 음식을 시켜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당히 서러웠죠."
같이 회식하고 싶다는 의견을 부장 교사에게 전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재영씨 미안해. 오늘은 재영씨가 참석할 자리가 아니야. 다음 회식 때 왔으면 좋겠어."
잦은 거절은 상처로 남았다. 근무 기간 6년 동안, 같이 회식을 한 적은 5번 밖에 없었다. 영남공고 교사들이 10년 간 거의 무조건 가야만했던, 허선윤 이사장이 세금 1억2000만 원을 몰아줬던 문제의 식당을 김 씨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김 씨의 머릿속에는 늘 이런 생각이 가득 찼다.
'나는 이 학교에서 투명인간일까?'
2015년 근무 장소가 교무실에서 행정실로 변경되자,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교무실에서 겪은 멸시와 감시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하지만 행정실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점심 급식 배달뿐만 아니라, 행정실-교장실-이사장실 청소도 그가 거의 전적으로 도맡아야 했다. 매일같이 바닥 물걸레질부터 소파와 책상 정리를 반복해야 했다.
"교장실이든, 행정실이든 먼지가 하나라도 나오면 안 돼요. 그러면 교장 선생님이 청소를 안 한 걸로 간주했어요."
출근 시간도 1시간이나 앞당겨졌다. 이상석 교장과 허선윤 이사장 출근 이전에, 교장실과 이사장실 청소를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와 상의도 없이, 영남공고 측에서 내린 결정이다.
더 부당한 건 오전 7시 이후 출근은 지각으로 간주해버리는 점이다. 다른 행정실 직원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20분이었다.
다른 행정실 직원들과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 날에는, 주변 행정실 직원들에게 늘 꾸중을 들었다.
"재영씨. 지금 시간이 몇시야. 빨리 빨리 안 다닐래?"
급식 배달도 모자라 출근 시간을 1시간이나 멋대로 앞당기는 등 영남공고의 부적절한 처우에 그는 견디지 못했다. 결국 2019년 2월 퇴사를 결정했다. 기존에 공부하고 싶었던 경찰공무원 시험을 다시 도전해볼 심산이었다.
영남공고에 퇴사 의사를 밝힌 날, 이상석 교장의 호출에 그는 교장실로 들어갔다. 이상석 교장은 직원 김재영의 퇴사를 만류했다. 겉으로는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했지만, 명백한 장애인 비하였다.
"재영아 너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내가 말하는 거 바로 알아들어라. 니는 장애 부위가 손가락 하나 없고 이런 게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떻게 보겠노. (중략) 내가 보기에는 (경찰공무원 시험) 떨어진다, 면접에서."
꿈을 찾아 나서겠다는 직원에게 어차피 시험 면접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는 교장. 그는 김 씨가 시험에서 탈락하는 이유를 장애에서 찾기도 했다. 기분이 상한 김 씨는 더 단호하게 대답했다.
"경찰공무원 떨어지면, 다시 한 번 시험 볼 겁니다. 될 때까지 하면 됩니다. 제 원래 꿈이 경찰이었습니다."
이상석 교장은 답답하다는 듯 다시 말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해도 면접관들이 인정을 안 해. 그런데 재영아 너가 우리 학교를 너무 쉽게 들어오니까, 어디 가든 취업이 쉽게 될 것 같지? 아주 큰 착각이야."
이상석 교장은 장애인 비하와 인권 침해 발언을 자주 했다. 그는 김 씨를 앞에 두고 “학교에서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해. 그러면 너처럼 지적 장애인도 (학교에)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참지 못한 김 씨가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다"라고 말해도, 이상석 교장은 끝까지 선을 넘었다.
“아니지. 너가 장애인등급증이 있는데, 아니라고 (장애인이) 안되는 게 아니야. 장애인등록증을 니가 갖고 있잖아. 그럼 국가에서 인정한 장애인이지."
더 이상 교장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김 씨는 퇴사 의사를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히고 교장실을 나왔다. 2013년 영남공고에 입사한 김 씨는 2019년 2월 퇴사했다.
장애인 직원을 무시하는 이상석 교장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2018년 5월부터 7월까지 대구교육청에서 진행한 감사에서 이상석 교장은 이런 답변을 했다.
"장애 판정을 받은 직원이라 실제로 청소도 제대로 못하여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 아래 부모의 동의를 얻어 (급식 배달을) 시켰습니다."
이상석 교장의 태도는 직원 김재영 씨가 학교를 떠난 이유와 고스란히 맞닿았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일터 중에 제일 별로였습니다. 영남공고에서 당한 여러 가지 일들은 정말로 부당하다고 느낍니다. 제가 나중에 경찰이 된다면, 이상석 교장, 허선윤 이사장 손에 직접 수갑을 채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구시교육청은 허선윤 이사장과 이상석 교장이 장애인에게 급식을 배달시켜 먹은 행위는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허선윤 이사장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교육청 조사 결과, 허선윤은 이사장으로 승진한 2014년 9월부터는 급식비도 내지 않았다. 그의 미지급 급식비는 약 230만원이다. 학생들이 낸 급식비로 본인은 특별식까지 먹은 셈이다.
이상석 교장은 학생 500여명 성적 삭제 사건과 함께 권한 남용에 대해 중징계(정직) 처분을 받았다. 교육청은 이상석 교장이 교직원으로서 '대구광역시교육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2 '사적 노무 요구 금지'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남공고 이사회는 대구시교육청의 조치를 무시하고, 이상석 교장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구시교육청은 재심의 요구를 했지만, 이사회는 징계 처벌 수위를 높이지 않았다.
이 둘의 징계가 흐지부지 끝난 사이, 허선윤 이사장과 이상석 교장은 현재 반성과 성찰 없이 보복만 꿈꾸고 있다.
허선윤 이사장은 "내 눈에 눈물나게 한 놈들, 피눈물 나게 할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말하며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상석 교장은 영남공고 교사를 고소하는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둘의 자녀는 모두 영남공고 교사다. 허 이사장의 아들은 허OO 교사는 수년간 고3 학생들의 취업률을 조작한 핵심 주도자다.
이상석 교장의 딸 이OO 교사는 현재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학생 여러 명을 뭉둥이로 때린 전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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