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윤 이사장 체제의 영남공업고등학교가 성적조작, 시험 대리 출제, 나이스 아이디-비밀번호를 불법 유출 혐의가 있는 교사에게 교감 직무대행을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에 감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영남공고 김OO 체육부장 교사는 10월 1일부터 교감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는 내년 8월 명예퇴직을 할 때까지 교감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카누 체육특기생 성적조작 핵심 가담자다. 그는 영남공고 체육과 내부에서 오랜 기간 누린 권력을 이용해, 후배 교사들에게 시험 대리 출제를 지시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 불법으로 접근하도록 명령했다.
김 부장은 자신이 진행해야 하는 수업을 후배에게 떠넘기는 일명 '대리수업'도 지시했다. 학교 체육관 내에서 흡연을 해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한 인물이다.
<셜록><프레시안>은 지난 9월 20일 자 '성적 조작 압수수색... 학생 탓하는 영남공고' 기사에서 카누부 소속 체육특기생 성적 조작 문제를 다뤘다.
이 문제의 핵심 책임자가 바로 김OO 부장이다. 체육특기생이 성적 미달로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자 김 교사는 사회 교과 담당 교사에게 성적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 문제로 9월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1988년도에 영남공고에 입사한 그는 10년 가까이 카누부를 지도하고 있다.
인사권을 쥔 영남공고 이사회는 9월 19일 김OO 부장을 교감 직무대행자로 지명했다. 영남공고는 교감 2인 체제인데, 이 중 한 자리가 결원이 난 상황이다.
직무대행 당사자는 기존 직급을 변경하지 않은 채, 다른 직급의 업무를 수행하는 걸 뜻한다. 주로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김OO도 직급은 평교사로 유지하면서, 교감 직무를 대리수행해야 한다. 직급이 변경되지 않기 때문에 교과 담당 수업도 정해진 수업시수 대로 진행해야 한다. 김부장의 수업시수는 주당 13시간이다.
영남공고 교사들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김OO은 허선윤 이사장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교감 직무대행 관련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공고 안재영(가명) 교사는 허선윤 이사장이 김OO에게 교감 직무대행을 맡긴 건 일종의 계략이라고 설명했다.
"둘은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서로의 비리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허선윤 이사장이 김 부장의 입을 막으려고 교감 직무대행을 맡긴 걸로 보입니다. 교육청의 임원 배제 결정을 대비해, 바지사장처럼 앉혀 놓은 걸로 수도 있고요."
그런데 교감도 아니고, 왜 교감 직무대행일까?
"이사회 차원에서 김 부장을 교감으로 지명해도, 교육청 심사에서 평가기준 미달로 떨어질 확률이 큽니다. 후배 교사들 사이에서 김 부장의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김 부장을 수년간 지켜본 다수의 영남공고 교사들은 "교감 직무대행을 맡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최동수(가명) 교사는 김 부장의 여러 문제 행위를 지적했다.
"김 부장이 교감 직무대행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그는 사소한 업무도 거의 무조건 후배 교사들에게 떠넘깁니다. 전화 거는 일도 후배 교사들에게 시킨다니까요."
최 교사의 말은 이어졌다.
"김 부장은 10년 넘도록 체육교과 지필평가 시험 문제를 직접 출제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지시로 후배 교사들이 매번 돌아가며, 시험 문제를 대리출제 했습니다. 10월 16일에 치를 2019학년도 2학기 중간고사 3학년 체육(스포츠문화) 교과 시험도 후배 교사들이 출제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김 교사는 후배 교사들에게 나이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한 후, 대리결재를 지시합니다. 거의 모든 업무를 후배들이 대리 결재합니다. 제가 김 교사의 나이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대리 결재한 기간만 5년이 넘습니다."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당사자만 접속 가능할 정도로 권한 제한이 엄격하다. 권한 없는 사람이 권한자를 대리해 접속하거나, 권한자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유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김 부장은 교감 직무대행을 앞두고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번엔 대리수업 지시다.
"김 교사가 체육 교사 6명에게 본인의 교과 수업을 분배해서 대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본인이 교감 직무대행을 맡았다는 이유에서요. 교감으로 승진한 것도 아니면서, 후배 교사들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습니다."
김 부장은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그는 체육관 사무실이나 계단 근처에서 상당 기간 동안 흡연을 해왔다. 원칙상 학교는 금연 구역이다.
"김OO 선생님이 강당 사무실에서 흡연을 해 학생들의 건강을 해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 몸에도 안 좋습니다."
후배 교사들에게 시험 대리출제부터 나이스 대리결재, 대리수업까지 지시한 김OO 체육부장. 여러 교사의 구체적인 증언에도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9월 30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혀 그런 적 없습니다. 없는 이야기 만들어서 기사 쓰지 마이소! 그리고 더 이상 좀 묻지 마이소, 아가씨."
체육관 흡연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명했다.
"아~들이(학생 지칭) 체육관에서 담배 피고, 아무데나 버린 겁니데이. 내도 이제 담배 끊을랍니다."
김 부장은 <셜록>에게 자신의 문제를 제보하려는 학생을 따로 만나 회유하기도 했다. 학생의 인터뷰가 예정됐던 9월 30일, 김 부장은 해당 학생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내일부터 교감 직무대행하는데, 함만(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겄나? 3년 동안 쌓인 정이 있다 아이가. 내가 그동안 진짜 미안했데이."
부적절한 인사가 교감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관할 지도 기관인 대구시교육청은 아무런 힘을 못 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직무대행은 사립학교 법인이 교육청에 승인받는 것이 아닌, 보고하는 시스템"이라며 "문제가 있는 인사라도 직무대행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허선윤 이사장과 김OO 부장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허선윤 이사장은 "내 눈에 눈물나게 한 놈들, 피눈물 나게 할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말하며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김 부장은 언론사에 본인의 이야기를 흘린 제보자를 찾겠다며,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정교사 채용 대가로 돈 수천 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부장은 성적조작 문제로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영남공고 교사들은 허선윤과 김 부장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서로의 비리를 알고 있으니, 둘 중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둘 다 죽습니다. 둘이 여러 면에서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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