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일본의) 시청과 같은 관공서에 '고립사 매장과'(가칭)가 신설되어 고립사로 인한 사후 대응이 일상 업무로 자리 잡게 되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한다."
그럴 것이다. 고독사 혹은 고립사가 늘면 그 장례는 누가 치르게 될 것인가. 일본 이야기지만 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야기다.
사회보장 정책에 전제되는 가족제도가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표준 가족'일 것이다. 이를테면 '4인 가족 기준,' 뭐 이런 식이다. 4인 가족이 더는 의미 없는 것처럼 가족제도 또한 이미 그러하다. 오늘날 일본의 가족제도와 관습은 모든 사람이 '전후형 가족' 즉, '남편은 직장에 나가 일하고, 아내는 집에 남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가족'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전제로 삼고 있다.
일본의 사회보장제도는 '누구나 결혼해서 가족을 형성한다'는 이런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현실은 '싱글화' 추세다. 싱글은 개인의 선택적 삶과 관련된 주제이기 때문에 가치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다. 싱글의 삶도 사회가 존중해야 할 대안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다만 싱글화로 인해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은 별개의 차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는 일본의 싱글화 현상이 다음 세 가지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생애 미혼자'의 증가다. 둘째는 싱글의 장기화다. 셋째는 가족이나 지역사회 어디에도 포섭되지 않은 채 오롯이 고립된 싱글, 바로 '가족 난민'의 증가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가족 난민'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일본의 현재 추세대로라면 20년 뒤인 2040년에는 3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 부모가 사망한 후에는 독거고령 싱글이 되어 홀로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커진다. 지금의 30대 생애 미혼율이 20퍼센트를 기록하면 연간 사망자 수를 150만 명으로 추산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적어도 30만 명이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추론된다. 생애 미혼율이 25퍼센트로 증가하면 고립사를 경험하는 숫자가 연간 37만5000명에 달할 것이다. 여기에 무자녀 이혼커플이나 사별커플의 숫자를 더하면 사망 시 무가족 상황에 놓이는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이론을 우리 인구구조와 현실에 적용해보진 않았지만, 엄습해오는 불안감과 충격은 결코 '바다 건너' 남 이야기가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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