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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 그럼 두 번째 문장부터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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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 그럼 두 번째 문장부터 써라"

[최재천의 책갈피] <작가라서>

"늘 도입부부터 쓰십니까? (Do You Always Begin at the Beginning)" 미국의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 가 303명의 작가들에게 물었다.

"연애와 비슷합니다. 첫 부분이 가장 멋지지요."(메이비스 갤런트)
"아무 계획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죠. 어떤 종류의 이야기가 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해두지 않습니다. 그저 기다립니다."(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시작할 때 늘 첫 쪽과 마지막 쪽부터 쓰는데, 이 두 쪽은 여러 고초와 많은 변화를 거치는 동안 거의 손상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저지 코진스키)
"순전히 본능에 따릅니다. 흐름이 딱 알맞다고 느껴질 때, 줄거리가 마무리를 요청할 때 막을 내립니다. 저는 마지막 대사를, 그 대사를 제대로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헤럴드 핀터)
"작가가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말한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것을 알 리 없기 때문입니다."(존 그레고리 던)"

첫 문장 쓰기의 어려움은 거장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여기에 나도 한마디 보태자면, 기억해둔 제법 멋진 답장이 하나 있다.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 그렇다면 두 번째 문장부터 써라."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은 2018년 개정판이다. 책에는 303명의 작가,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대답이 등장한다. 편집자 니콜 러딕이 책의 핵심을 요약했다. "작가들과의 인터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점이 있다면, 글을 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며, 작품을 만들고 상상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작가들의 생각과 글 쓰는 방법이 하나였다면, 이미 세상의 모든 문학은 통속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핵심이다. 다음 부분도 어설픈 코멘트 보다는 번역가 김율희의 설명을 인용하는 게 낫겠다.

역자는 책을 번역하며 ‘대부분의 작가가 자기 자신을 의심하며 불안해하고 고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완벽함을 꿈꾸지만, 완벽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마는 것이 숙명.

"우리는 모두 우리가 꿈꾸는 완벽함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가능한 일을 하려다 멋지게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들을 평가합니다."(윌리엄 포크너) 이런 불완전함을 멋진 실패로 받아들이며 꾸준히 글을 써나간 사람들이 결국에는 작가가 된단다. 한때는 문학소년이었기에 절실했다.

▲ <작가라서>(파리 리뷰 엮음, 김율희 옮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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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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