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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호'가 검찰 개혁인가?

[최창렬 칼럼] 끝없는 '조국 블랙홀', 집권세력이 결단해야

한국 정치사회의 진영 정치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조국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국 장관을 둘러 싼 대립은 한국사회의 총체적 갈등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안에 대한 이성적 접근과 팩트 보다는 감성과 이분법적 대결 논리로 점철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통령의 조국 논란 가세와 정권적 이해 및 선거공학이 중층적으로 작동하면서 갈등은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에 저항하고, 항명한다는 인식의 바탕에서 조국 장관의 사퇴는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오고, 이는 국정동력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갈등의 증폭을 감수하면서 조 장관을 수호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여기서 이러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탈하는 중도층은 생각하지 않는가.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세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중도층과 무당층, 이른바 스윙 보터는 자유한국당으로 가지 않을 거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극한적 갈등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박근혜의 입원 기간이 석 달쯤 걸리고, 이후 형 집행정지 등의 변수라도 생기면 우리공화당을 지지하는 친박 유권자들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의 보수분열이 가속화한다면 표심의 차원에서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직하다. 선거구도와 프레임 설정에 지금의 집권세력은 어느 정파보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언제나 요동칠 수 있고, 민심의 향배 또한 점치기 어렵다.

지난 주말과 개천절, 갈라진 시민들이 '검찰개혁 및 조국수호'와 '조국 퇴진'을 외치며 서초동과 광화문에 집결했다. 검찰개혁은 조국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하는 자는 바로 검찰개혁을 저지하고 저항하는 수구세력으로 낙인찍는 구도, '검찰개혁=조국수호'의 등식 프레임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 등치에 의하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은 반(反개)혁 세력으로서 정권에 저항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항명하는 세력일 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이 두려워 검찰 권력과 검찰 조직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기득권의 상징이 되는 구도다. 이의 변곡점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다.

급기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검찰수사를 '검란', '위헌적 쿠데타', '윤석열의 난'이란 표현을 썼다. 지지자들에 대한 총동원령에 다름 아니다. 조국 사태가 진영정치와 대결 구도로 전화된 상황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유 이사장의 이러한 표현은 진영논리를 확대재생산한다. 그러나 박근혜 국정농단을 단죄했던 촛불의 데자뷔가 윤석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검찰 수사의 범위나 압수수색 시점 등 검찰수사 방식이 조국을 임명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꺾으려 했다는 인식은 집권측으로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 압수수색 장소보다 더 많은 곳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러한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정치에 개입하는 전형적 정치검찰이고, 과거의 못된 '버르장머리'가 나온다는 프레임이 나온 배경일 게다. 그렇다면 조 장관 일가에게 제기된 의혹도 완전하게 검찰이 만들어 낸 허구인가. 윤석열을 정권 저항에 등치시키려는 구도는 아무리 봐도 과하다.

목적을 위해 논리를 조작적으로 재구성하고,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정치기술을 우리는 정치공학이라 부르고, 프레임 정치라고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이번 '조국 사태'를 극단적 진영대결로 몰아가며, 프레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의 정치권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면 안 된다.

이제 이성과 합리를 회복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그동안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권한을 남용했다는 인식이 국민 일반의 확고한 인식임도 다시 확인됐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당위다.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이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그러한 여론이 압도적으로 형성된다면 검찰은 당장 조국 관련 수사를 멈추는 게 맞다. 그러나 법치는 어떻게 하는가.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주주의와 사법주의의 충돌은 또 어떤가. 문 대통령은 27일 메시지에서도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국을 둘러싸고 찢기고 나눠진 지금의 상태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집권세력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조국 사태를 오로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퇴행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도 과잉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겸허히 귀 기울이며,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 본질은 실체적 진실의 규명이다. 더 이상 갈라지고 찢기기 전에 정치 복원을 위한 집권세력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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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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