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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망언'에 손호철 '융단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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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망언'에 손호철 '융단폭격'

이 "탈레반이 인터넷 장악", 손 "이씨는 현대판 이광수"

얼마 전 정형근-김용갑 의원에게 공천을 주려는 한나라당을 맹성토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이문열씨가 11일 정-김 의원을 낙천대상에 포함시킨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명단을 "역참조하겠다"며 "그들이 발표한 낙천대상을 우호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씨의 '이중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의미에서다.

***이문열 "타락한 광장 인터넷을 탈레반이 장악"**

이문열씨는 또 최근 출간한 산문집에서 "대안없는 네거티브가 타락한 광장인 인터넷을 장악하면서 매우 질 낮은 포퓰리스트들이 젊은 세대를 호도하고 있다"고 네티즌 전체를 매도하기도 했다. 이씨의 인터넷과 네티즌에 대한 적개감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씨는 또 '타락한 광장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조선일보 질문에 대해 "탈레반의 80%는 18~22세였고 지적 수준에서는 프티 인텔리겐차 근처에 가있던 부류며 파렴치할 정도로 룰을 깨버린다는 특징을 갖는다"며 "최근 한국사회에도 탈레반의 원형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던 차에 그들이 아예 탈레반을 자처하는 것을 듣게됐다"며 '탈레반 장악론'을 펴기도 했다.

***손호철 "이문열은 현대판 이광수"**

이같은 이씨 주장을 접한 손호철 서강대교수는 1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씨의 행태를 가만히 두고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강력성토했다. 외국에 나갔다가 하루전 귀국한 손교수는 이씨 인터뷰를 보고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며, 10일 한국일보에 쓴 자신의 이문열 관련 칼럼에서 했던 비판이 너무 약했던 것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손교수의 칼럼은 그러나 결코 약한 게 아니었다.

손교수는 칼럼에서 "이문열씨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수락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군사독재 등에 침묵하던 그가 갑자기 참여파의 기수처럼 적극적인 현실참여에 나섰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교수는 이어 "물론 이문열씨가 현실참여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그는 김대중정부 후반부에 조, 중, 동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주요 신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그것이 언론 탄압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칼럼을 쓰며 홀연히 언론자유의 투사로 우리 앞에 등장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손교수는 "이 같은 언론자유 침해는 군사독재시절의 언론자유 침해에 비하면 약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바, 군사독재의 언론자유 침해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갑자기 언론자유의 수호신으로 변신하여 비분강개하고 나선 것은 코미디 같다는 느낌을 준다"고 힐난했다.

손교수는 이어 "공천심사위원 건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문인들이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감옥을 갈 때, 순수예술의 이름으로 이 모두를 외면했던 그가 갑자기 보수세력을 개혁하는 데 일조를 하겠다며 군사독재세력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수락하고 나서는 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문열을 이광수에 비교하기도 했다.

손교수는 "사실, 이와 비슷한 행각을 보인 문학가가 친일파로 유명한 이광수이다"며 "그의 자서전을 보면, 이광수는 원래부터 문학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보아 출세를 하려고 했는데 나라가 망해 출세가 어려워지자 문학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원래 학문에 정진하며 촌에 묻혀 살려다가 나라가 망하자 공부를 때려치우고 독립운동이라는 현실참여를 택했던 많은 당시의 지식인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손교수는 결론부에서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문열씨는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참여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참여한 셈"이라며 "결국 군사독재시절 순수라는 이름아래 침묵하다가 민주화이후 민주정부들에 대해 저항의 칼을 빼 들고 참여파로 나서고 있는 그의 행태를 볼 때, 군사독재시절의 그의 현실 불참은 순수예술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군사독재에 대한 정치적 지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매서운 결론을 내렸다.

다음은 조선일보에 실린 이문열씨 인터뷰와, 한국일보에 실린 손호철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넷은 타락한 광장...질낮은 포퓰리스트가 장악해"-조선일보의 이문열 인터뷰(2.11)**

10일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가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문이당 펴냄)를 냈다. 이 책은 오늘날 일부 지식인들을 “패자부활전에 나선 하류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로 규정하고,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으로 비유했다. 이씨는 ‘우리 사회가 매우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이’에 몸피를 부풀린 포퓰리즘의 뒤에는 “독선적 집단주의를 넘어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경기도 이천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고, 10일 서울서 다시 그를 만났다.

―너무 격한 표현이 아닌가?
“나에겐 그렇지 않다. ‘내 책을 불태운 놈들은 사람도 산 채로 땅에 묻을 수 있다’고까지 쓸 수 있었다.”

―1980년대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냉전 논리가 흔들렸고, 세계를 지배하던 두 제국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다. 몇 세기에 한번 있을 정도로 드문 경우였다.”

―신들메를 고쳐맨 뒤 문학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만 놔두겠는가?
“돌아간다. 정치에는 ‘참여한다’는 기분이 아니고, ‘간섭한다’는 표현을 쓴 것도 그 때문이다. 유혹을 받기는 하겠으나….”

―이번 책에서 ‘대안없는 네거티브가 타락한 광장인 인터넷을 장악하면서 매우 질 낮은 포퓰리스트들이 젊은 세대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진정성 회복이다. 좌파와 우파가 조화롭게 나아가는 정치적 태도이다.”

―지금 ‘타락한 광장’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은 누구인가?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할 때 지분은 15%였다. 지금 우리 사회의 ‘그들’도 15%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을까…. 탈레반의 80%는 18~22세였고, 지적 수준에서는 프티 인텔리겐치아의 근처에 가 있는 부류들이다. 그들은 파렴치할 정도로 룰을 깨버린다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 한국 사회에도 탈레반의 원형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던 차에, 그들이 아예 탈레반을 자처하는 것을 듣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의 지식인들이 왜 가만히 있는지, 나는 정말 소름이 끼친다.”

―문학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문학이 오래 전부터 저항해온 것 중에는 포퓰리즘, 상업주의, 대중추수주의가 있다. 목적문학, 참여문학이라고 말해온 것들이 타락한 경우도 있다. 그것을 벗어나는 문학인의 자세가 대안이다.”

―당신은 이번 책에서 90년대 중·후반부터 네거티브 세력을 주류로 성공시킨 소수파들이 소위 ‘패자부활전’을 통해 ‘시드 재배정’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전보수가 주류였을 당시 그 패자들을 왜 수용하지 못했나?
“바로 답답한 부분이 그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이란 엘리트 중 일부만 뽑히고 소외된 지식인과 상류계층이 방황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온전하게 발달하지 못해서 감당해야 했던 페널티다.”

―한나라당 공천위 참여를 후회한 적은 없는가?
“처음부터 밑지기로 작정돼 있다. 후보가 되는 227명 빼놓고 나머지 낙천자 800여명에게는 원수지는 일이다.”

―총선연대의 낙선 기준을 참고하겠는가?
“역참고하겠다. 그들이 발표한 낙천대상을 우호적으로 고려하겠다.”

―오늘날 문화지형도를 어찌 보는가?
“나와 같이 보수로 묶일 사람이 거의 없다. 아무도 내 옆에 오지 않으려 한다.”

***[손호철의 정치논평] 황석영과 이문열(한국일보 2.10)**

군사독재시절 문학계에 있었던 대표적인 논쟁이 참여-순수 논쟁이다. 즉, 순수파는 예술은 순수하게 예술적 미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참여파는 예술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반독재투쟁 등에 앞장섰다. 참여파로서 옥고를 치러야 했던 대표적인 문인 중 한 사람이 황석영씨라면, 순수파로 분류될 수 있는 문인으로 현실참여와 거리를 두어온 대표적인 문인이 이문열씨다.

오는 총선과 관련해, 각 정당들이 물갈이 경쟁의 일환으로 저명인사들을 공천심사위원으로 유치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황석영씨와 이문열씨를 외부심사위원으로 위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수락한 이문열씨는 한나라당의 현 상황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가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참여파인 황씨가 심사위원 참여를 거절한 반면 순수파인 이씨가 참여요청을 받아들여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씨의 경우, 반독재투쟁과 같은 현실참여와 특정정당의 공천심사위원이라는 정파적 참여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참여를 거부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문열씨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수락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군사독재 등에 침묵하던 그가 갑자기 참여파의 기수처럼 적극적인 현실참여에 나섰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문열씨가 현실참여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김대중정부 후반부에 조, 중, 동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주요 신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그것이 언론 탄압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칼럼을 쓰며 홀연히 언론자유의 투사로 우리 앞에 등장한 바 있다. 물론 문제의 세무조사는 이들 신문사주들의 언론자유 침해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대로 권력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자유 침해는 군사독재시절의 언론자유 침해에 비하면 약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바, 군사독재의 언론자유 침해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갑자기 언론자유의 수호신으로 변신하여 비분강개하고 나선 것은 코미디 같다는 느낌을 준다. 공천심사위원 건도 마찬가지다.

다른 문인들이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감옥을 갈 때, 순수예술의 이름으로 이 모두를 외면했던 그가 갑자기 보수세력을 개혁하는 데 일조를 하겠다며 군사독재세력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수락하고 나서는 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와 비슷한 행각을 보인 문학가가 친일파로 유명한 이광수이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이광수는 원래부터 문학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보아 출세를 하려고 했는데 나라가 망해 출세가 어려워지자 문학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원래 학문에 정진하며 촌에 묻혀 살려다가 나라가 망하자 공부를 때려치우고 독립운동이라는 현실참여를 택했던 많은 당시의 지식인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문열씨는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참여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참여한 셈이다. 그리고 이는 순수라는 이름아래 초지일관 현실참여와 거리를 둔 소위 순수문학가들과도 다른 행동방식이다. 결국 군사독재시절 순수라는 이름아래 침묵하다가 민주화이후 민주정부들에 대해 저항의 칼을 빼 들고 참여파로 나서고 있는 그의 행태를 볼 때, 군사독재시절의 그의 현실 불참은 순수예술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군사독재에 대한 정치적 지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황석영씨와 이문열씨의 엇갈린 행보를 보면서 우리는 지식인과 예술가가 침묵할 때와 참여할 때가 언제인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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