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들어 세계 곳곳에서 깜짝 놀랄만한 큰 사건들이 벌어졌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베네수엘라에 대한 저강도 군사 공격을 이어간 끝에 1월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폭격하며 군사 작전을 벌여 민간인을 포함한 100여 명을 살상하고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했다. 이란에서는 8일과 9일 이틀 동안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여 수천에서 수만 명이 학살당했다. 미국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그린란드를 가지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히는 한편, 쿠바와 이란 침공을 저울질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정작 미국에서는 ICE가 초법적 단속을 벌여온 가운데 시민 두 명을 죽여서 트럼프 정부에 항의하는 대중 시위가 벌어지고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에 쏠려 있다.
2023년 10월부터 2년째 계속되어 온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 전쟁은 지난해 10월 9일 휴전이 합의된 뒤로 차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휴전을 이룬 것처럼 행세하고, 이른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설립하고 참가국을 모집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가 적어도 정치적 협상을 향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다. 이스라엘은 10월 11일 휴전이 시작한 날부터 2월 3일 현재까지 가자 지구에서 529명을 살해하고 1462명을 다치게 했다. 날마다 팔레스타인인을 네 명 넘게 살해한 셈이다. 1월 30일에도 이스라엘은 또다시 가자 지구를 공습하여 어린이 여섯 명을 포함해 최소 32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죽였다.
휴전 100일째였던 1월 20일 가자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이후 100일 동안 휴전을 1300여 건 위반하는 군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483명을 살해하고, 1287명을 다치게 했다. 피해자의 96% 이상이 '안전한' 주거 지역에서 공격받았다. 지난 2년간의 제노사이드 전쟁으로 숨진(시신이 확인된) 7만여 명 중 민간인이 90% 이상이었듯이 이스라엘이 100일 동안 살해한 483명 중 444명이, 부상자 1287명 중 1277명이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없었던 날은 100일 중 열닷새뿐이었다.
팔레스타인 소녀 할라 아부 달파는 2월 1일 가족과 함께 가자 해변에 나가서 놀다가 이스라엘 해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열세 살 소년 모아타셈 알-샤라피는 1월 21일 가족을 위해 장작을 모으던 중 이스라엘 저격수 총에 맞아 숨졌다. 열네 살 소년 하마드 알-파짐은 1월 7일 이른바 '노란선' 서쪽, 즉 안전구역에 있었으나 이스라엘 탱크의 포격에 맞아 숨졌다. 열한 살 소녀 함사 호수는 1월 8일 북부 가자에 있는 집 안에서 이스라엘군 총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일곱 살 압둘라 알-아바들라와 다섯 살 오마르 알-아바들라 형제는 1월 8일 피난민 텐트 안에 있다가 이스라엘 드론 공격을 받아 숨졌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10월 휴전 이후 가자 지구에서 어린이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군사 공격 외에도 가자 지구 봉쇄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에 따라 매일 트럭 600대 분량의 인도적 지원물자를 들여보내도록 협조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들이 이용할 수 있다'라는 온갖 핑계를 대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자만 들여보내 주고 있다. 그 결과 가자 지구 인구의 약 77%인 160만 명이 식량 불안정 위기를 겪고 있으며, 유엔은 1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올해 급성 영양실조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주거생활에 필요한 자재, 도구, 연료, 중장비, 의약품도 차단하고 있으며, 휴전 중에도 가자 지구에서 2500여 동의 건물을 철거했다. 통계에 따르면 2년간의 전쟁으로 주택 55만 채를 포함한 가자 지구의 건물 80% 이상이 파괴되거나 파손되었다. 이스라엘은 남은 건물마저 끊임없이 철거하면서 삶의 모든 기반을 파괴하고 있다.
1월 14일 가자 시티 지역에서 폭풍으로 무너진 건물이 피난민 텐트를 덮쳐 다섯 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폭격과 포격으로 이미 약해진 건물들이 겨울철 거센 비바람에 무너지거나 피난민 텐트가 빗물에 잠겨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태어난 지 일주일 된 마흐무드 알 아크라, 열이틀 된 하이탐 아부 카스, 3주 된 말락 라미 그네임, 27일 된 아이샤 아예쉬 알-아가, 두 달 된 모하메드 아부 하르비드, 석 달 된 알리 아부 주르, 여섯 달 된 샤타 아부 자라드 등 가자 지구에서 이번 겨울 들어 아기 12명이 겨울밤 추위에 저체온증으로 죽었다.
의약품과 의료용품이 부족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매우 제한된 수의 환자만 출국을 허용해서, 가자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휴전 이후 치료 출국 허가를 기다리던 환자 1268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되면서 가자 지구 상수도 급수관이 파손되었으나, 이스라엘이 수리에 필요한 자재와 중장비 지원을 차단하고 있어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의 말대로, 세계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에 관심이 멀어진 까닭은 '휴전', '평화' 처럼 신기루 같은 거짓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에 의해 수많은 팔레스타인 언론인이 목숨을 잃어서이다. 이스라엘은 휴전 중인 1월 21일 이집트 정부의 보증하에 취재하던 팔레스타인 언론인 세 명이 탄 차량을 공습해서 이들을 죽였다. 이로써 10월 11일 휴전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 언론인 여섯 명이 숨졌다. 이미 가자 제노사이드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살해한 언론인 수는 이제까지 모든 근현대 전쟁에서 기자들이 희생된 기록을 아득히 넘어선다.
휴전은 이스라엘의 학살 허가권이며 제노사이드를 가리기 위한 간판이다. 트럼프가 위원장이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참여하는 '평화위원회'는 학살위원회(Board of Genocide)로 불러야 옳다. 트럼프가 가자 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발표는 실현 가능성을 떠나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그 땅을 차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오늘날 미얀마, 시리아, 예멘,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에서 전쟁과 학살, 인도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한패가 되어 벌이는 수십 년째 이어지는 불의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미국은 지난 2년 제노사이드 전쟁 동안 이스라엘에 끊임없이 무기를 공급해 주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1월 31일 또다시 60억 달러가 넘는 무기를 이스라엘에 판매하기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2026년 이스라엘 지원금은 전년도 대비 증가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인종차별정책과 종족청소를 시행해 왔다. 수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멈추지 못했기에, 이제 이스라엘은 끝없는 제노사이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는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의 학살과 파괴를 막는 데 실패했다. 여기서 손을 놓는다면 이스라엘은 더 거침없이 학살하고 파괴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학살을 막는 일은 파시즘에 반대하고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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