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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시계' 악몽, 반복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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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시계' 악몽, 반복되지 않으려면?

[토론회] 민주당 의원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비판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기관이 공소 전에 피의자의 혐의를 공표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 논란과 그에 따른 검찰 수사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피의사실 공표는 피의자가 공소 이후에 비로소 피고인이 된다는 점, 그리고 수사 시작부터 재판의 전 과정까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피의자 인격권이나 방어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혐의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여론재판이 시작되고 낙인이 찍힌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126조에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 특히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 재벌 총수 등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수사 진행과정부터 수사 내용 발표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사건'은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사회적 논란으로 만들었다. 검찰은 이후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기소 전 수사사건는 일체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예외적으로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강기훈 유서대필사건(1991년), 송두율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2003년), 광우병 PD수첩 사건(2008년), 이석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2013년) 등 지난 2008년부터 10년 동안 총 237건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이 접수됐지만 기소·처벌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피의사실 공표' 논란,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인격권' 사이

18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응천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인격권' 사이에 무엇에 더 가치를 둬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지미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는 검찰이 기소도 하기 전에 혐의만으로 언론을 통한 여론재판이 이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법문상으로도 명백하게 '공소 제기 전'을 처벌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소를 제기한 이후에는 공표하거나 공개해도 문제가 되기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고소·고발만 들어온 단계에서 검찰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검찰의 입장만을 알리는 게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판사도 사람이고 언론보도를 보기 때문에 분명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 금지죄가 사문화된 이유 중 하나는 이를 공표하는 주체와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같기 때문"이라며 "피의사실 공표가 공익을 위한 것,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인지 여부를 동일한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나중에 피고인이 무죄를 받는다 해도 사람들은 이전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그에 따른 피해가 큰 만큼 피의사실 공표 금지 위반여부를 판단하는 기구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패널로 참석한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는 구체적인 확답을 피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개선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면서도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토론회에도 이어진 여당의 '검찰 비판'

토론회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방지 강화를 위한 공보준칙 개정과 관련해 "박상기 전임 장관 때부터 추진한 내용"이라며 가족 논란을 의식한 듯 "관계기관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치고 제 가족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통해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염두에 둔 듯 조응천 의원은 "8월부터 준비한 토론회"라며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이번 토론회는 이례적인 풍경이 많이 연출됐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축사를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조응천 의원부터 송영길·윤관석·송기헌·송갑석·이규희·김영진·최재성·이상민 등이 참석해 릴레이 축사를 이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도 연관지으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축사를 보내 "피의사실공표는 전직 대통령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악한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힘겨루기 중인 민갑룡 경찰청장도 참석했다.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민 청장은 토론회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과 검찰을 포함해 관세청과 국정원 등 수사기관들이 함께 기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몇 달 전부터 법무부와 검찰에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관련해 논의를 하고자 수차례 공문으로 보냈으나 아직 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토론회는 강한 법률신문 기자,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홍준식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 사무관, 조현욱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윤승영 경찰청 수사기획과 총경, 김지미 대한변호사협회 사법인권소위원회 변호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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