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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넷플릭스 세계여행]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낡은 권력에 대항하는 10대 지도자들

"어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을 이끈 10대의 조슈아 웡이 묻는다. 그리고 말한다.

"어떤 값을 치르든 우리는 이 문제를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 없습니다. 이번 세대가 우리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10대의 조슈아 웡이 어른들의 존재를 질문하며 자신의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조슈아는 1996년생이다. 홍콩은 150여 년간의 영국 식민지 시대를 끝내고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아래 살기 시작한 첫 세대다. 하지만 일국양제라는 혼란스러운 제도는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모순된 체제를 만든 어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낡은 방식으로 그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조슈아 웡은 어쩌면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극단의 모순된 현실이 낳은 영웅인지도 모른다.

"저에게 여러분의 희망은 필요치 않습니다."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고등학생 파업을 주도한 10대의 그레타 툰베리가 말한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그레타가 희망을 준다고 찬사를 보냈을 때 한 말이다. 그녀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저는 여러분들이 패닉에 빠지길 바랍니다. 제가 매일매일 느끼는 공포를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진짜로 위기 상황에 놓인 것처럼 행동하길 바랍니다.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진짜로 불이 났으니까요."

그레타는 '어른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 그의 비판은 어른들 가운데 부와 권력을 독점한 세력에게로 향한다. 자본주의 욕망 시스템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했고, 자신이 살아갈 터전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직시하고 저항한다. 그레타에게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생활하는 주방에서 불이 난 것 같은 생존의 문제 그 자체로 인식된다.

두 명의 10대 지도자, 조슈아 웡과 그레타 툰베리의 지향점은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거대한 적에 맞서 그 누구보다도 용감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명은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지구상의 가장 큰 나라와 싸우고 있고, 또 한 명은 지구를 송두리째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거대 자본주의 세력에 맞서 투쟁한다.

▲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포스터. ⓒ넷플릭스

조슈아의 첫 승리, 학생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공하라고 말한다. 의사가 되거나 글로벌 금융회사에 취직하라고 말한다. 조슈아는 이런 어른들에게 반문한다.

"하지만 저는 성공이 무엇인지 묻는 대신에 무엇이 제게 가치 있고 사회에 중요한지를 왜 내가 결정할 수 없는지 묻고 싶어요."

그들의 질문은 간단치 않다. 담대한 용기와 망설임 없는 행동은 전혀 새로운 세대가 대전환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주체임을 암시한다.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Joshua: Teenager vs. Superpower)>은 '민주주의를 위한 17세 지휘자' 조슈아 웡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화제작.

정치운동을 하기 전 조슈아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교회를 다니던 그는 13살 때 교인들과 함께 가난한 가정을 방문해 기도를 했다. 1년 뒤에 다시 그 가정을 찾았다. 여전히 가난했고 더 가난해졌다. 그는 "기도만 해서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조슈아는 14살 때 '학민사조'를 설립한다. 중국 정부가 임명한 홍콩의 행정장관이 애국사상 고취를 위한 국민교육 시행 방침을 정하자 이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2012년 홍콩 정부는 홍콩의 젊은 세대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애국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슈아는 국민교육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세뇌교육에 반대해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행진을 한다. '홍콩 사람은 홍콩 사람일 뿐 중국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은 홍콩의 운명을 홍콩 시민의 힘으로 결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애그니스 차우와 같은 동지들을 만나고 조슈아는 유튜브 영상으로 유명해진다. 그들은 정부청사를 점령하고 다음 세대의 자유를 천명했다. 100여 명이 시작한 집회는 어느덧 12만 명으로 불어났다. 결국 홍콩 행정장관은 국민교육에 대해 '의무가 아니라 학교에 재량권을 주겠다'고 후퇴한다. 사회운동이 경험한 첫 승리였다. 그들은 학생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애그니스 차우는 행복하지만 두렵다고 했다.

"한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거든요."

2013년 3월에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취임하고 홍콩의 중국 체제 편입도 가속화한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의 지도자를 직접 뽑을 권리를 요구했다.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직선제를 수용했다. 하지만 나쁜 전제가 있었다. 공산당이 다수인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만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분노했다. 조슈아는 말한다.

"타협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총력전을 펼칠 때다."

2014년 가을, 그들은 동맹휴업 등을 하고 홍콩의 중심거리를 점령한다. 홍콩 전역에 캠프가 생긴다. 클레이 셔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오큐파이(occupy), 점령의 진정한 힘은 나타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데 있다"고 말한다. 홍콩 시민들은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을 확산한다. 이 79일 간의 이 치열한 점거 투쟁을 우산혁명이라고 부른다. 우산혁명은 경찰의 물대포와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낸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을 정의한 말이다. 그들은 비록 자유로운 직선제 쟁취에 실패했지만, 보통선거권을 위한 홍콩 시민들의 우산혁명은 2019년 여름에도 계속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어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50대인 나는 요즘 부끄럽다. 10대들이 인생을 걸고 용감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세상과 체제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기성세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모든 어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레타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것은 우리 모두의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자와 권력자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부끄럽다. <20 VS 80의 사회>(김승진 옮김, 민음사 펴냄)를 지은 리처드 리브스는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잘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더 공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친구의 말을 인용해 반성한다.

"나는 평일에는 불평등 문제를 비난하고, 주말과 저녁에는 불평등 강화에 일조해요."

누군가가 기회를 사재기하면 누군가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특히 기회의 평등을 상징하는 교육과 입시의 불공정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기득권 엘리트들의 반칙과 특권이 알려지면서 청년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 부모의 지위와 재산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 부와 소득을 늘리기 위해 지구를 파괴하면서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거짓말이 더 이상 통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욕망의 감옥에 가둔 결과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히면 부끄러움을 반성하는 대신 상대 진영의 부끄러움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는 데 온 힘을 쓰게 된다. 그들이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가짜 현실을 만들어내는 동안, '기회의 사재기'로 인해 피해를 본 대다수 국민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투명인간이 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지음, 이성과힘 펴냄)을 읽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랐던 그 세대 가운데 일부가 그 작은 희망의 하늘마저 가려버린 꼴이다. 순간 공감 능력은 사라진다.

조슈아 웡과 그레타 툰베리는 어른들의 민낯을 뚜렷이 환기한다.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10대 지도자들 앞에서 어른들의 욕망은 얼마나 초라한가. "희망은 절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항상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른다"라는 말이 있다. 10대들이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리고 있는 희망의 샘물이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많은 어른들의 반성과 응원이 필요하다. 그들의 용감한 행동은 곧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조슈아의 질문은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어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 위 글은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와 공동 게재합니다. (☞ 바로 가기 : <유레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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