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이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 반군과 이라크 개전후 최초로 무장충돌을 벌이고 중동 전역의 테러리스트가 이라크로 운집하면서 전투가 격화되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이 고립무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군과 쿠르드반군 무장충돌**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터키의 압둘라 굴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9일 이라크 북부의 터키 국경 근처에서 쿠르드 최대 반군조직인 쿠르드 자유민주의회(KADEK, 구 쿠르드노동자당)와 미군부대 사이에 이라크 개전후 최초로 무력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전투는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를 순찰하던 미군과 이라크군에 대해 KADEK측이 먼저 발포를 함으로써 시작됐고 이에 대해 미군은 여러 대의 무장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KADEK에 대해 맹폭을 가했다. 이 과정에 이라크군 병사 한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KADEK 병사 한명도 사망했다.
KADEK은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약속받고 이라크전때 미군을 도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에 큰 역할을 했으나, 그후 미국이 약속을 깨고 '터키군 1만명의 이라크 파병'을 전제조건으로 KADEK 소탕을 터키정부와 약속함에 따라 그후 KADEK과 미국간 관계는 적대관계로 바뀌었다.
터키정부는 그동안 미군에 대해 이라크 북부에 거점을 두고 있는 KADEK 병사 5천명을 소탕해줘야 파병을 하겠다는 요구를 계속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군과 쿠르드 반군세력간 무력충돌을 계기로 이라크 북부에서 미국은 '새로운 적'과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곤경에 처하게 됐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쿠르드 반군 소탕을 희망하는 터키군의 이라크 북부 진입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이라크전이 한층 복잡한 양상을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초 미국은 이라크 북부에 한국군 전투병을 파병, KADEK을 포함한 쿠르드 반군 소탕작업을 맡긴다는 계획이어서, 정부 1차조산단에 참여했던 박건영 가톨릭대교수가 이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었다.
***"중동 전역에서 테러리스트가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다"**
이라크 통치를 총괄하고 있는 폴 브레머 미 문민행정관은 10일자 영국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서 테러공격이 앞으로 몇달간 외부 테러리스트들의 이라크 유입으로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동시에, 미국 주도 연합군의 정보수집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시인했다.
브레머는 "수백명의 전문 테러리스트들이 수단, 시리아,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수개월동안 늘어나는 공격과 테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정황악화를 시인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정보 수집능력이 제고되지 않으면 앞으로 수개월동안 우리는 보다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보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라크 내무부가 제안한대로 이라크 각정파의 민병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미군이 이라크 국민감정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앞으로 미군을 테러로부터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라크 일반국민의 반미감정을 한층 고조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사막의 늪에 빠진 미국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인터뷰였다.
***수단 대사관도 폐쇄, 미군 또 사망**
미국이 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수단의 미국대사관도 잠정폐쇄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단 10~11일(현지시간) 폐쇄를 발표하면서 그 이유와 관련, "위협에 관한 믿을만한 개별 정보"때문이라고 밝혀 테러 위협에 따른 폐쇄임을 시사했다. 미국측은 상황에 따라서는 폐쇄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미국의 잇따른 대사관 폐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사관 폐쇄직후 대규모 공격이 가해진 직후 나온 것으로, 미국을 겨냥한 공격이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라크 주둔미군이 10일 또다시 사망했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약 50km 지점에 위치한 이스칸다리야에서 로켓트 공격을 받고 제18헌병여단의 미병사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부시가 이라크에서의 대규모 전투 종료를 선언한 지난 5월1일이래 사망한 미군 숫자는 1백51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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