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의회가 7일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찬성 3백58표, 반대 1백83표로 통과시킨 뒤 미국으로부터 “터키의 파병이 이라크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을 받았지만, 쿠르드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작 미 군정의 통제를 받고 있는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조차 터키군 주둔에 반대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할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이라크 과도통치위도 터키 파병 반대**
과도통치위 위원 마무드 오트만은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와 쿠르드족간의 오랜 분재의 역사로 볼 때 터키의 주둔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것이 과도통치위의 입장이며 그것도 만장일치다”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그러나“이 성명은 즉각 발표되지 못하고 있어 미 군정이 발표를 지연시키거나 막고 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고 보도했다. 오트만 위원은 AFP와의 인터뷰에서“미 군정 때문에 성명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반발은 이라크 북부 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 축출과정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쿠르드족에 적대적인 터키군의 이라크 진주로 이라크내 쿠르드인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그 결과 가뜩이나 취약한 과도통치위원회의 정통성에 회복불능의 타격이 가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쿠르드 합법-비합법조직 모두 반대**
쿠르드족 양대 합법세력인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쿠르드민주당(KDP)도 터키의 파병 결정에 대해 즉시 반대입장을 밝혔다.
PUK는 “ 이라크 주민 대다수가 이웃나라의 군사적 참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터키군이 이라크에 진입한다면 상당한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PUK는 “자유롭고 점령되지 않은 이라크를 재건하는 작업이라면 터키가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라크 주민들은 터키로부터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원조를 바란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미 이달초 터키와의 휴전협정 파기를 선언했던 쿠르드 최대의 비합법 무장단체인 쿠르드자유민주회의(KADEK)도 터키군의 이라크 파병에 강력반발하며, 가차없는 무장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터키 노림수는 KADEK 소탕**
AFP 통신은 “터키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병을 결정한 것은 파병으로 향후 이라크와 주변 지역에 대한 발언권을 확보하고 이라크 북부에 은둔하고 있는 5천여명의 쿠르드 무장반군(KADEK)을 제압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이밖에도 미국으로도 85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받는 경제적 이익도 터키의 파병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했다.
최대 1만명에 이르는 터키의 파병이 이뤄지면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국가로는 최초의 파병국이 된다. 터키의 최대일간지 바탄 데일리에 따르면, 11월에 우선 6천명의 터키군이 이라크에 파병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민주당, “터키 파병은 ‘달러 뒷거래’로 이뤄져” 맹비난**
미국 내에서도 터키 파병 방식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날“터키의 파병은 ‘달러 외교’로 이뤄졌다”면서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는 터키에 85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을 비롯, 파키스탄에는 5억달러의 채무를 탕감해주고, 체코와 폴란드에도 국방사업 계약과 채무경감을 약속했으며, 이스라엘과 요르단에도 ‘원조 패키지’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미국 납세자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래”라고 맹비난했다.
국내외에서 날로 곤경에 처하고 있는 게 부시 정부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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