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현지조사단의 유일한 민간전문가인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가 현지조사후 작성해 종합보고서의 첨부물로 제출한 보고서에서 "파병 전에 우리 정부가 이 지역의 쿠르드자유민주회의(KADEK) 소탕작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해,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터키 정부가 6일 1만명의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 그 대가로 85억달러의 경제지원과 이라크 북부의 KADEK 소탕작전을 미국에 요구, 미국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군이 이라크 북부 모술에 파병되면 이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KADEK의 소탕작전에 우리군이 미군 대신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와, 앞으로 커다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건영, "KADEK 소탕에 참여할지 명문화해야"**
박건영 교수는 7일 공개된 이라크 현지조사 보고서의 '파병결정시 고려사항과 대처방법' 항목에서 "파병전 우리 정부는 이 지역 KADEK(미 국무부에 의해 테러집단으로 규정됨) 소탕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미국 정부와 협정체결시 명문화하여 혼선이나 오인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가 보고서에서 이처럼 한국국 파병시 KADEK 소탕작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한국군이 이라크 북부에 파병될 경우 이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KADEK 소탕작전에 우리 군이 이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우리군이 이라크에 파병될 경우 '지휘권'을 미군이 행사하게 돼 있어, 미군이 소탕작전을 지시하면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터키 정부는 터키군 1만명의 이라크파병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KADEK을 섬멸시키기로 합의하면서 한국군이 이라크 북부에 파병될 경우 미군 지휘아래 KADEK 소탕작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에 박교수가 소탕작전에 동원돼서는 안된다는 '명문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KADEK, 3만명 터키군 사살한 쿠르드 최대 무장독립조직**
박건영 교수가 지목한 KADEK의 풀 네임은 '쿠르드 자유민주주의의회'로, 지난 80년대초부터 쿠르드 분리독립 무장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후신이다.
KADEK은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으로 불리는 인구 2천5백만명의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운동을 이끌어온 쿠르드 최대규모의 무장독립운동 단체로,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터키, 이란과 옛 소련지역에 걸친 쿠르디스탄 산악지대에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독립국가건설을 위해 오랜 투쟁을 벌여왔다.
KADEK으로 대표되는 쿠르드 무장세력의 전투력은 대단해, 지난 10여년간 터키군은 이들과의 싸움에서 3만명이상의 엄청난 전사자를 냈을 정도다. KADEK은 특히 산간지역을 이용한 게릴라전에 능수능란한 것으로 유명하다.
KADEK은 지난 99년 전설적인 게릴라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체포된 뒤 터키 정부와 휴전협정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터키 정부가 약속과는 달리 구금중인 쿠르드족 지도자들을 사면-감형해주지 않고 반군의 투항을 강요하자, 지난달 1일 다시 게릴라전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휴전 조치를 4년만에 일방적으로 취소, 이라크 북부 등의 정세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터키, "파병조건으로 미국에 이라크 북부 KADEK 섬멸 요구"**
이처럼 쿠르드족의 무장독립 투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터키는 '쿠루드 위협'을 이유로 터키군을 이라크에 파병해달라는 미국측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몸이 달은 미국은 터키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KADEK 섬멸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과 터키는 이라크 북부의 테러군사단체에 맞설 공동군사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르도간 총리는 "우리는 KADEK으로 대표되는 테러리즘의 위협을 제거할 것이며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와 관련, "터키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이라크에 파병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대신 미국측에 터키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이들 테러단체를 공격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해 이에 대한 확답을 얻어냈다"고 보도했다.
***한국군 KADEK 소탕전에 동원되면 엄청난 인명손실 우려돼**
터키 의회는 7일(현지시간) 격론끝에 터키 정부가 제출한 이라크 파병안을 찬성 3백58, 반대 1백83으로 가결했다.
터키 주요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파병 규모는 7천~1만명선이며 빠르면 이달중에 파견될 전망이다. 파견지역은 현재 미군이 가장 고전하고 있는 이라크 중부 바그다드 북서쪽의 '이슬람교 수니파 3각지대'가 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의회 가결직전에 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터키 국민의 64%가 파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터키는 이처럼 국내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가장 위험한 지역에 자국군을 파병하는 대신 미국측에 85억달러의 경제원조와 동시에 'KADEK'의 섬멸을 요구, 이에 대한 확답을 얻어냈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같은 터키-미국 합의에 따라 우려되는 것은 한국군이 KADEK의 근거지인 이라크 북부에 파병될 경우 미군 대신 KADEK 소탕전에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특히 한국군이 파병될 인구 80만의 모술은 수니파가 전체주민의 60%인 반면 나머지는 쿠르드족이 차지하고 있어, 모술시내에서도 쿠르드족의 한국군 공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KADEK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터키군과의 전쟁에서 터키군 3만명을 사살했을 정도로 게릴라전에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군이 파병돼 KADEK 소탕작전을 대행할 경우 한국군의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될 경우 엉뚱하게 터키군 대신 쿠르드족을 소탕하는 황당한 역할을 맡을지도 모르는 삼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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