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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5배 더 내라? 해도 너무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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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5배 더 내라? 해도 너무한 미국

[황재옥의 한반도 '톡'] 미국 부당한 요구,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지난 7월 23~24일 방한한 존 볼턴 미 국가안보 보좌관이 들고 온 노란파일에는 내년도 주한미군 주둔비 5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 청구서가 들어 있었다. 방한에 앞서 들른 일본에게도 주일미군 주둔비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아베정권 내에서도 주일미군이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서만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지역이 지정학적‧전략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에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차치하고, 미국의 갑작스런 주둔비 증액 요구는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변화된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을 일부러 외면하는 밀어붙이기식이라 보인다.

미군은 6.25전쟁에 참전한 후, 1954년에 발효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주둔의 법적‧국제적 기반을 마련했다. 초기 주한미군은 북한의 대남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었다. 우리 국민은 이를 항상 고마워하고, 이러한 양국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은 견고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말 ~ 90년대 초 냉전 종식 후 한반도에서의 미군의 역할은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대남 군사적 행동을 억지(deter)하기 위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던 시기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90년대부터는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한미군이 역할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성주에 배치한 사드와 엑스밴드레이더도 북한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을 미국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00년 6월 1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쪽에 주둔하는 미군이 탈냉전 후에는 동북아의 군사적 안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도 더 이상 불편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북미 수교의 뜻을 2000년 10월 25일 방북한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냉전종식 후 동북아에서 군사 질서를 유지하는 미군의 안정자(stabilizer)역할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억지에서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최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지만, 김정일의 이러한 전략적 판단은 김정은에게도 이어졌을 것이고, 그러한 토대에서 대미전략을 수립하고 협상하고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방위비 분담금은 일본과 비교해도 시작부터 잘못 계산됐다. 일본은 미군에게 빌려주는 부지까지 포함해 경비로 계산하여 처음부터 비율을 높여서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 중심으로 계산하여 부지에 대한 계산을 넣지 않았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사업만 해도 그렇다.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시작된 2003년 한국과 미국은 기지 이전 비용을 50대 50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16조 원이 들어간 기지 이전사업은 최종적으로 한국이 92%, 미군은 8%만 부담했다. 결국 우리 예산만으로 평택기지를 완공했고, 미국에 헌납한 셈이다.

2017년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은 평택 미8군 사령부 신청사 개관식 환영사에서, "이 시설은 미 국방부의 해외 시설 중 단연 최고다. 한‧미 양국 정부의 동맹을 향한 영원한 헌신이 주한미군의 변혁을 통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라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과 주한미군 사이에 이미 불평등한 셈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이번에 또 5배 증액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의 정치권 일각, 한국의 보수야당은 '동맹'을 강조한다. 동맹이란, "둘 이상의 국가가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한 행동을 하기로 한 약속이나 관계"라고 사전에 쓰여 있다. 한미동맹에서, SOFA나 주둔비 협정에서 한‧미 양국이 동맹관계인지 아니면 갑을관계인지 한‧미 모두에게 묻고싶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함으로써 서태평양은 미국의 바다가 되었고, 인도-태평양전략의 효력이 미미한 상황에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미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에서 서쪽으로 최전방에 평택 미군기지가 있는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 '돈'으로 환산해도 엄청난 이득을 누리고 있는 미국이 현재 주둔비의 5배를 증액한다고 하는데, 미국의 처사가 '해도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이 평택기지 사용료를 한국에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는 곧 열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더 이상 굴욕적인 협상을 하지 않길 바란다. 한‧미간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의 입장을 단호한 자세와 논리로 미국에 이해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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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원광대 초빙교수(외교안보통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기아>(역서, 2001) <북한인권문제 : 원인과 해법>(2012), <국경을 걷다>(2013),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공저,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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