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민관정협의회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의 회담에서 구성이 합의됐다.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민관정협의회 1차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민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은 불참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각종 규제 개선 등을 위한 입법 지원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기술 확보와 연구개발 등에 정부·국회가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비경제적 사항을 경제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수출규제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일본을 비판하며 "정부는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단호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실장은 "국민 불안과 시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잊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정부가 소재 부품 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등 대책을 마련 중임을 언급했다.
국회에서는 여야 5당에서 정책위의장 또는 각 당이 지명한 담당자가 1명씩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여야 당파를 초월해 일본의 경제 침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IMF 위기를 금 모으기로 극복했듯,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일본수출규제대책특위 위원장은 "아베 정부는 역사 문제를 경제 문제로 확장하고, 우리 정부는 GSOMIA를 거론하며 안보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면서 "감정적 국면을 이성적 협상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필요시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관정협의회에 전경련이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날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홍남기 부총리와 김영주 무역협회장을 공동의장으로 선출하고 7개 항의 합의사항을 채택했다. 홍 부총리가 발표한 합의사항의 내용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매우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조속히 철회하고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민관정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면밀히 점검·보완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외교적 해결 노력 및 전방위적 국제 공조 강화 △기업 피해 최소화 총력 대응 △기업의 재고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설비 신·증설 등 공급 안정화 노력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노력 강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지원 등 예산·세제·입법 차원의 지원 조치 등도 합의에 담겼다. 홍 부총리는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규제 완화 조처와 관련해서는 "(규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부품 소재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취지로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민관정협의회와는 별도로, 국회는 이날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의원외교단을 일본에 파견했다. 일본 의회 구성원들을 만나 물밑 소통을 꾀하기 위해서다. 방일단은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단장으로 민주당 원혜영·강창일·김진표 의원, 한국당 원유철·윤상현·김광림 의원,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서 의원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되면 양국에 큰 파국, 파장이 일어 마주 오는 열차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일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유예를 포함해 진솔하게 이야기해 아베 총리에게 전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 문제는 조금 시간을 갖고 양국 외무 지도자가 만나 더 이상 문제가 번지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이야기를 가장 간곡하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의원은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2인자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階俊博) 간사장과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등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 의원들과 만나) '외교 협상하자. 오해가 있으면 풀고, 미진한 게 있으면 좀 채우고 이렇게 해 나가자. 대화 협상을 해야지 이렇게 강대강으로 양쪽으로 가는 건 서로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일본 국가에도 일본 경기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강하게 얘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다만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전망이 잘 안 선다. 아직 오리무중"이라며 "다각적으로, 저희들 의원단은 의원단대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 사태가)악화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아베 정권은 정권 나름대로 자기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않겠느냐. 심히 우려가 되고, 저희들도 강하게 항의의 뜻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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