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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엔 투자 않겠다"는 기업 '0개'

"지자체, '탈석탄' 선언 금융기업만 우대해야"

국내 금융기업의 탈석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교육청이 금고 지정 시 탈석탄 투자 선언 기업을 우선 우대하도록 관련 정책을 개정해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이 촉구했다.

1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솔루션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이 금고지정 관련 조례와 규칙을 개정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고지정제(공공금고 지정제)는 지자체가 공공 자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특정 금융기업(은행)과 계약하는 제도다. 금고지정 365에 따르면 올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금고시장 규모는 341조 원(통합회계 기준)이 넘는다. 17개 시도 교육청의 교육특별회계 규모는 70조 원이 넘는다. 지자체와 교육청 금고 시장의 총 규모는 올해 기준 412조1735억 원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공 금고 지정 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고 선언한 기업을 우대하라는 게 환경단체의 요구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배경은, 현재 국내 금융기업 중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회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현재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 지정 금고 시장의 59,7%를 점유한 NH농협은행은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371억 원을 투자했다.

서울시 본청과 서울시 기초단체 5곳 등의 금고로 지정된 신한은행(금고시장 점유율 6.58%)이 같은 기간 석탄발전PF에 투자한 돈은 1414억 원이다.

우리은행의 석탄발전 PF 투자액은 1369억 원, KEB 하나은행의 투자액은 1027억 원이었다. IBK기업은행은 967억 원, KB국민은행은 864억 원을 각각 석탄발전PF에 투자하고 있었다.

장마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는 "오늘 자료에 다루지 않은 수출입은행 등의 한국 공적금융기업이 해외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규모가 매우 크다"며 "세계 탈석탄 움직임에 역행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개별 기업도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세계적 흐름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세계 1070개 기관은 이미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관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 펀드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등 150여 개의 연기금과 HSBC, 알리안츠, 소프트뱅크, AXA I.M. 등 주요 금융기업이 포함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신규 석탄화력 채굴과 석탄발전소 건설에 직접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등은 신규 석탄화력 채굴에 직접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세계 1위 재보험사인 뮌헨 리(Munich Re)는 석탄발전소 보험인수를 중단하고, 수익의 30% 이상을 석탄 관련 사업에서 창출하는 기업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다이이치생명과 닛폰생명보험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했다.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업을 우대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독일 환경단체 Urgewald는 파트너사와 유연탄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기업의 포괄적 데이터베이스인 GCEL(Global Coal Exit List)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관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주행동주의로 촉구하는 기관 애즈 유 소(As You Sow)는 파슬 프리 펀드라는 검색 플랫폼을 구축해 투자자들에게 석탄 등의 에너지에 투자하는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국내 금융기업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금고 지정 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는 금융기업을 우대하도록 관련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정안전부의 금고 지정 평가항목 중 ‘기타사항’에 배점되는 11점을 탈석탄 기업 배점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타사항은 지자체가 지역 특성이나 정책목표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목이다.

같은 방법으로 시도 교육청도 교육부의 금고지정 평가항목 중 기타사항에 반영된 9점을 자율적으로 탈석탄 기업 우대에 활용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환경단체는 강조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조례와 규칙(시도교육청은 예규)을 개정해 기타사항을 탈석탄 금융기업 우대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전했다.

이들은 예시로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항목 배점 기준을 '탈석탄+재생에너지' 기업에 적용할 경우 기타사항 11점 중 4점을 관련 항목에 배점해 금고 지정 참고사항으로 고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탈석탄 선언 여부(2점) △탈석탄 선언에 따른 이행계획 수립 여부(1점) △재생에너지 투자 사항(1점) 등으로 관련 항목을 지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금고시장에 탈석탄 움직임을 반영할 경우 새로운 기회가 금융기업에도 열릴 수 있다"며 "관련 은행들이 탈석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이자, 조기사망을 초래하는 미세먼지 주범이 바로 석탄발전"이라며 "이처럼 더러운 에너지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금융기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석탄금융은 사람을 죽이는 최악의 투자고, 도덕적·환경적으로 옳지 않다는 점, 좌초자산 위험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이미 국제적 심판이 내려졌다"며 "전세계 금융기관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발전 투자를 철회하거나, 비중을 빠르게 축소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이러한 국제적 변화를 무시하고 오히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해외석탄 사업을 새로운 투자처로 여기는 등 기후변화·미세먼지와의 사투를 벌이는 전지구적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탈석탄 투자 선언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탈석탄 투자 금융기관의 확산을 위해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이 탈석탄 금고지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금고지정을 앞둔 모든 지자체와 교육청이 조속히 금고지정 조례와 규칙을 개정해 탈석탄 금고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지자체장 중 최초로 탈석탄 의지를 보인 양승조 충남도지사 사례를 전했다. 양 지사는 올해 차기 금고 지정 시 탈석탄 금융 의지를 관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에는 국내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0기 중 절반인 30기가 몰려 있다. 석탄발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다.

양 지사는 "금융기업이 국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염될 수밖에 없다"며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자 인류가 누려야 할 온전한 삶을 희생한 값으로 돈을 불리는 석탄금융이 조속히 종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 환경단체들이 전국 지자체가 탈석탄 금융기업을 금고로 지정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프레시안(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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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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