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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금융은 '더러운 투자', 탈석탄 투자 선언을!

[사회 책임 혁명] 지자체, 금고지정 통해 '탈석탄 금융' 반영 가능

"오늘 우리가 하는 투자는 내일 우리가 살 세계의 모습을 결정한다."

'도미니 400 사회지수'(DSI400)의 창시자인 에이미 도미니(Ami Domini)는 투자의 힘, 금융의 힘에 주목한 사람이다. 그는 저서 <사회책임투자>(이주명·구홍표 옮김, 필맥 펴냄)을 통해 "만일 투자가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삶의 질을 희생시켜 돈주머니를 불리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기울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이른바 '석탄금융'(Coal Finance)은 현재 전 인류의 삶의 질을 희생시키고 돈주머니를 불리는 최악의 투자에 속한다.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이자, 조기 사망을 초래하는 (초)미세먼지의 주범이 석탄발전이며, 이 더러운 에너지(dirty energy)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역할을 바로 석탄금융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으로 인한 (초)미세먼지로 전 세계적으로는 수백만 명이, 국내에서도 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쯤 되면 석탄금융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투자'를 넘어 '사람을 죽이는 투자'다.

석탄발전의 조기 퇴출을 위해 '더러운 투자'(dirty investment)를 중단해야 한다는 투자자 행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탈석탄 투자 선언'이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관인 350.org가 주도하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만 현재(5.2) 전 세계 1056개 투자기관이 동참했다. 이들의 운용자산 규모는 8.77조 달러에 달하며, 정부·연기금 영리기관의 참여는 33%에 이른다. 파슬 프리 캠페인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탈석탄 선언 투자기관도 많다. 주목할 점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류 금융기관이 탈석탄 투자 급행열차에 대거 탑승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명하다. 석탄투자가 도덕적으로(morally)으로 옳지 않을뿐더러, 좌초 자산(stranded asset) 위험이 매우 높아 재무적으로도(financially)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재생에너지 투자 급행열차로 속속 갈아타는 이유다.

그러나 석탄발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금융지원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지원한 공적금융 규모만도 총 23조3856억 원(2008년~2018년 10월)(조배숙 의원실)에 이른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을 합치면 더욱 커진다. 그만큼 국내외에서의 비난 또한 매우 거세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만이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탈석탄·재생에너지 투자를 선언했을 뿐 주류 공적인 민간금융기관들은 아직 탈석탄 열차의 역사(驛舍) 밖에 있다. 이 주류 금융기관들이 석탄투자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할 세상은 빠른 속도로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석탄금융은 사람과 생태를 죽이는 금융이다. 어느 순간 좌초되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멸의 투자다.

이 석탄금융은 조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우선, 주류 금융기관이 시대적 조류와 정신을 파악하고 '자발적으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면 최상이다. '자발적'이라는 말에 순진하다고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석탄금융의 잿빛 미래를 통찰하는, 스마트하고 결단력을 가진 금융 리더가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과는 별도로 금융시장의 '룰'(rule)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 금융기관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할 수 있도록, 그리고 탈석탄 투자·재생에너지 투자를 선언한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유리하도록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만들거나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금융기관의 탈석탄 투자 유도 방안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제도'를 십분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자체는 소관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각종 세입금의 수납, 세출금의 지출 등의 업무 취급을 위해 계약의 형식을 빌려 특정 은행을 지정한다. 이른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제도'다. 금고는 지방회계법 제38조(금고의 설치) 및 동법 시행령 제48조(금고 업무의 약정),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근거해 각 지자체가 제정한 조례 및 규칙에 따라 지정한다. 금고지정은 경쟁 방법에 따라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자치단체 구역 내에 금융기관이 1개인 경우나, 경쟁을 실시해도 1개 금융기관만 경쟁에 참여할 경우 등에 한해 수의(隨意) 방법으로 금고를 지정할 수 있다.

지자체 금고 시장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게는 상당히 큰 비즈니스 영역이다. 2019년도 지역통합재정(일반회계+교육비 특별회계를 포함한 특별회계+기금+지방공기업 재정+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재정) 규모는 453조 원이 넘는다. 때문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심지어 수천억 원의 협력사업비를 지자체에 출연하면서까지 금고지정을 받고자 경쟁한다. 금고지정을 받은 금융기관은 최소 수천억 원인 소규모 기초자치단체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광역자치단체의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면서 높은 예대금리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소속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은행의 공신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고 유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탈석탄 금융을 위해 주목할 점은 지자체 금고지정을 위한 평가 항목 및 배점 기준이다.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인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기타 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기타 사항'은 자치단체 자율 항목이다. 즉 지자체가 정책목표를 적극 연동시킬 수 있는 항목으로, 최근 행정예고를 마치고 조만간 공포될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11점이 배점되어 있다. 기존 9점에서 2점이 늘어나 비중이 한층 높아졌다. 지자체는 '기타 사항'의 11점을 다른 평가 항목에 분산해 반영할 수 있다. 또 지역 특성과 정책목표를 반영한 세부 항목을 신설할 수도 있다.

필자는 전국의 지자체가 이 '기타 사항'의 세부 항목으로 금융기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신설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금융의 탈석탄을 추동하기 위해 환경 영역에 '탈석탄 선언 여부' '석탄 투자 현황' '재생에너지 투자 현황' 등에 대한 배점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여주기를 촉구한다. 조례나 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일이다. 관심과 의지의 문제일 뿐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석탄발전으로 인한 (초)미세먼지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에서 이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충청남도는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절반인 30기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충청남도 양승조 도지사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초)미세먼지 해결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물론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단체장, 아니 전국의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해 주어야 한다. 금융의 탈석탄 투자·재생에너지 투자를 도도한 흐름으로 만들기 위한 지자체들의 금고지정 조례개정 연대가 절실하다.

현재 지자체 금고의 67.9%는 NH농협이 차지하고 있다. 17.7%는 시중은행이며, 14.4%는 지방은행이다. 금고로 지정된 은행 대부분은 석탄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석탄발전소 건설이 끝나자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석탄발전소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해외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이 핵심적인 투자자다. 파리협상 이후 강화되는 온실가스 감축규제나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 속도 등을 감안하면 매우 위험하고도 멍청한 투자이기도 하다. 석탄발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해외 시민들의 절규와 비난도 거세다. 우리나라 시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석탄발전은 다른 나라 시민들에게도 고통이다.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이유로 고통에 이중 기준(double standard)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에 동의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이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석탄발전의 부나방이 되지 않도록 막을 사회적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일국(一國)의 시민이면서 세계 시민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5개 광역자치단체에서 금고지정이 예정되어 있다. 석탄발전소가 집중된 충남을 비롯해 경남, 울산, 대구, 경북이다. 필자는 이들 지자체부터 먼저 탈석탄 금융을 위한 금고지정 조례 또는 규칙 개정에 시급히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국내든 해외든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이 불리하도록, 탈석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가는 금융기관이 유리하도록, 새로운 시장의 룰을 만들어 주기를 요구한다. 우리 금융기관이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와의 계약과도 같은 석탄금융의 고리를 끊는데 지자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러한 룰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가 주도적으로 힘을 보태고 지혜를 나누어 주기를 요청한다.

석탄금융은 '책임'이라는 고삐가 제거된 자본의 전형이다. 사회적 책임이 없는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승리하는 한 우리의 현재는 고통스럽고, 미래는 현재보다 더 지옥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세상에서 희망은 신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석탄금융을 저 벼랑 끝으로 밀어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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