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추모식이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사회장으로 진행됐다.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옆자리에 안장된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 정당 대표 등이 참여했다. 장례위원장이기도 한 이낙연 총리는 조사를 통해 "이 시대의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이 총리는 고인을 두고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고,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안 했던 분"이라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총리는 "남편이 일본에서 납치돼 수장이 될 뻔하기도 했고,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며 "그렇게 다섯 번의 죽을 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가택연금과 해외망명도 이어졌고, 장남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기도 했다. 여사 스스로도 어린 아들들과 감시 속에서 살았다"며 "하지만 그런 극한 가시밭길을 여사는 흔들림 없이 이겨냈다. 훗날 김대중 대통령은 아내에게 버림받을까 봐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여사는 유언에서도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면서 이희호 이사장에게 "그곳에는 고문도 투옥도 없을 것이고 연금도 망명도 없을 것이며, 납치도 사형선고도 없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평안을 누리십시오. 우리 곁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문희상 "영부인 이전에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고인을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로 기억했다. 문 의장은 "여사는 아내와 영부인이기 이전에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였다"며 "불모지 같은 이 땅의 1세대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면서 한평생 민주주의 운동가로 살아왔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여사는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돼서 독재를 하면 자신이 앞장서서 타도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강한 신념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은 "여사가 평생 보여준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한 인내는 모두에게 큰 감동을 준다"며 "민주화 운동의 대모로서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0년대 내란음모로 재판받을 때,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도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가는 여사를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이제 여사가 영원히 동행해온 동지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영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평생 오롯이 민주주의와 인권수호 길을 걸은 여사의 영전에 깊이 머리 숙여 애도의 말씀을 전한다"며 "여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이 국민 모두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그 뜻을 깊이 새기게 했다"고 말했다.
"가슴이 아프지만, 고맙고 감사하다"
손한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중국 한 언론은 상의 절반은 부인 몫이라고 했다"며 "대통령의 동반자를 넘어 여성의 선각자인 여사가 쓴 역사는 영원히 빛나고 미래를 밝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오늘 고인이 떠나 가슴이 아프지만 고맙고 감사하다"며 "선생은 국민들에게 두루 씨앗을 남겨줬고, 저도 그 가운데 작은 씨앗 하나 가슴에 품고 키워 후대에 나눠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 대표는 "생의 마지막까지 남북화해의 길을 열고 평화의 초석을 다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제 사랑하는 남편과 살아생전 그랬듯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평안히 영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관한 이 날 추모식에는 각계 지도자와 시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는 공동 장례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민주평화당 권노갑 고문과 장례위 상임고문을 각각 맡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이 참석했다.
또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석 청와대 정무수석,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 부위원장인 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이 함께했으며,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 유족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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