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축구공 다루는 아이가 있고,
축구공 피해 다니는 아이도 있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있고 못 그리는 아이도 있으며
노래 잘하는 아이 있고 음치라 놀림 받는 아이도 있다.
각자 키 다르고 얼굴 다르고 성격 다른 것처럼
재주 역시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모든 재주를 몽땅 가진 사람 없고
한두 가지의 재주는 전혀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중요한 것은, 한두 가지 재주 지니지 못하였다고
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사람 구실 못하거나
소외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축구 못해도 괜찮고 노래 못해도 괜찮으며
그림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은 것처럼
공부 못해도 생활에 문제없다는 사실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노래 실력 타고 나지 않았다고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공부 재주 타고나지 않았노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 습득을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고,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공부는 누구라도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생각
노력하면 누구라도 성적 올릴 수 있다는 생각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고
모든 것을 잘하려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공부 못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연예인 될 수 없다는 사실 인정하는 것처럼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수행평가로 부모님 전기문을 써오라 했던 적 있는데,
그 글들을 읽으며 보통 사람 삶의 궤적을 들여다본 적 있다.
공부 잘하였던 부모님 계셨고 공부 못하였던 부모님도 계셨다.
공부 잘하였으나 불행하게 생활하는 부모님도 계셨고
공부 못하였지만 행복하게 생활하는 부모님도 계셨다.
학부모들의 삶을 통해
공부가 행복이나 삶의 질을 결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부 못했던 사람도 나름의 재주가 하나 이상 있었고
그 재주로 멋진 삶 꾸려가면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운동 못하고 노래 못해도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처럼
학창시절 공부 못하였어도 행복한 삶 만들어가고 있었다.
제자들도 그랬다. 상관관계 크지 않았다.
공부 못했지만 나름의 위치에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제자들 엄청 많았다.
고등학교 성적과 삶의 질, 비례 관계 절대 아니었다.
공부 열심히 해도 성적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공부 역시 타고난 재주임을 확인하고
공부하기를 화장실 청소하기보다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공부는 분명히 타고난 재주임을 또 다시 확인한다. 그렇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능력도
책을 보면서 행복할 수 있는 능력도
타고난 재주가 최소 51% 이다.
동료 교사들과 졸업한 제자들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경우 있는데
공부 재주와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재주는 다르다는 결론 자주 내리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에 고개 많이 끄덕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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