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아이들, 책상에 엎어져 자는 아이들.
깨우다보면 수업 제대로 할 수 없기에, 또
깨워놓아도 곧바로 졸기에, 그리고
어차피 공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모른 척 눈감고 그냥 수업을 계속한다.
다음 시간에라도 공부하라고,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모른 척 넘어간다는 선생님도 많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렇다.
오늘 5교시 수업 마치고 복도 지나면서 수업 끝난 교실을 쳐다보니
서너 명을 제외한 학생들이 전부 엎드려 있었다.
대한민국 학생 대다수는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에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없음에도
너나없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해버린다.
부모님께 전화하여 밤에 일찍 재우라 부탁하였더니
학원 수업 학원 숙제 때문이니 눈감아달라고 도리어 부탁하더란다.
프랑스에서 자녀를 교육한 적 있는 홍세화 선생께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깜박 졸았다는 이유로 학교에 불려가
밤에 아이를 잠재우지 않았다고 책임 추궁 당하였다는데
우리 교육 현장은
졸거나 자는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졸거나 자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
졸음 운전만 위험한 것 아니라
졸음 수업도 위험하다는 인식, 정말로 필요함에도.
'얻음'만 보지 말고 '잃음'도 볼 수 있어야 지혜로움이다.
밤에 한 두 시간 공부하는 '얻음'만 생각하지 말고
낮에 제대로 공부 못하는 '잃음'도 생각할 수 있어야 현명함이다.
공격 축구를 원하는 팬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대부분의 감독들이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얻음' 못지않게 '잃지 않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11시 이전에 잠자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데
11시 이전에 잠자는 것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불가결한 요소임과 동시에
신체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수업 시간이고
공부하는 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수업 시간인데
수업 시간에 조느라 공부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못하는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9년 대한민국 교실에는
이런 바보 학생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저녁형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있는데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저녁형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스스로를 저녁형 인간으로 만들었을 뿐.
신병교육대 조교를 하였을 때 3천 명 이상의 병사를 만났는데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병사를 한 명도 본 적 없다.
밤에 충분히 잤음에도
낮에 흐리멍덩하고 밤이 되면 정신이 맑아지는 사람은 없다.
낮에 조는 습관 들이면 매일 그 시간에 졸음이 밀려오고
낮에 자는 습관 들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게 되어 있을 뿐이다.
수업이 낮에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함께
시험 역시 낮에 치러진다는 사실도
수업 시간에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하는 공부일진데
시험 치르는 그 시간에 졸려서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아니한가?
누군가가 만들어낸 ‘4당5락’이라는 엉터리 정보를 진실이라 믿고서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해야 한다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절대 공부 잘할 수 없다는 사실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4당5락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맞다. 4시간 자고 공부하여 성공한 사람 있는 것 맞다.
거짓말 아닐 수 있다. 다만
4시간 자고 공부하거나 생활에 지장이 없는 사람은
100명 중에 2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한다.
98명은 7시간 이상 자야만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누구나 키 190㎝ 이상 될 수 없는 것처럼
노력한다고 누구나 100m를 11초 이내에 뛸 수 없는 것처럼
누구라도 4시간 자고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알아야 한다.
4시간 자고 공부할 수 있는 사람
100명 중 2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 2명은 재벌 2세보다 더 복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
미소 지으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노력만으로 키 클 수 없고, 땀 흘림만으로 국가대표 될 수 없고,
화장품만으로 예뻐질 수 없다는 사실 받아들이는 것처럼.
힘이 있어야 공부도 잘할 수 있는데
힘은 음식이나 운동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수면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있다고 공부하는 것 아니고
선생님 강의 많이 듣는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듯
비몽사몽 상태로 책 보는 일 역시
'공부'가 아니라는 사실, 인정해야만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눈꺼풀이라는 말에 고개 끄덕여야 하고
수면 부족으로 생기는 질병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아침밥 먹이는 일과 잠 잘 재우는 일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부모, 무시해버리는 부모가 많다.
공부 잘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컨디션 유지가 필요한데
아침밥을 먹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컨디션 유지가 어렵고
정상적인 컨디션 유지 없이는 공부 잘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교육 시키는 일이나 입시 정보를 찾아 나서는 일이
부모 역할 아니고,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공부 잘 할 수 있도록
밤에 잠 잘 잘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부모 역할이라는 말이다.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고
믿어주고 용서해주는 역할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고.
아이들은 부모들의 바람과 다르게
거짓말도 잘하고 절제력도 부족하다.
공부한다 말해놓고서 부모님이 잠든 것 확인한 후
스마트폰으로 게임 하고 동영상 보고 웹툰도 본다. 때문에
아이가 잠잔 것을 확인한 이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다.
시속 10㎞로 15시간 달리면 150㎞ 갈 수 있지만
시속 70㎞로 10시간 달리면 700㎞ 갈 수 있다.
비몽사몽 상태로 15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맑은 정신으로 10시간 공부하는 것이 낫다.
자녀 공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유감스럽게도 할 일이 별로 없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 할 일 없다고 말해오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부모님께서 자녀 공부를 위해 하실 일은 두 가지입니다.
11시 30분 이전에 잠자도록 하는 것과 아침밥 먹이는 일이지요.
가능한 11시 이전에 잠자도록 도와주시고
아침 식사를 반드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 일 말고는 하실 일 없습니다."
잠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였다.
아이를 공부 잘하게 하고 싶고, 아이가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잠자는 권리 빼앗아서는 안 된다.
아니 잠 충분히 잘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은
시간 낭비 아니라
학습 효율성 증진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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