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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문희상 "노무현 정치, 남은 우리가 해야 할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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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문희상 "노무현 정치, 남은 우리가 해야 할 몫"

이낙연 "외로운 봉하산이 산맥 이뤄…늘 깨어있는 시민 되겠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3일 엄수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각 추도사를 했다. 문 의장은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총리는 대선후보·당선자 시절 대변인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력이 있다.

문희상 의장은 추도사에서 '노무현의 정치'를 강조하며 고인이 현재 난국을 맞고 있는 정치권에 주는 의미를 강조했다. 문 의장은 "당신의 정치는 국민 통합에서 시작됐다. 노무현이 걸었던 그 길은 국민 통합의 여정이었다"며 "지역주의와 분열의 정치에 단호했다. 주변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동서 통합을 위해 다시 부산으로 향한 그 발걸음은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특히 고인이 2000년 4월 13일 총선 낙선 후 남긴 낙선 소감을 인용하며 "'바보 노무현'이 남긴 낙선 소감 앞에서, 이분법에 사로잡힌 우리의 정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질 뿐"이라고 현 정치권의 상황을 빗댔다. 그가 인용한 노 전 대통령의 당시 낙선 소감은 "승리니 패배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문 의장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건만, 정치는 길을 잃어 가고 있다"며 "그러나 하늘에서 도와달라고,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의지를 강조했다.

문 의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야. 기분 좋다' 그렇게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 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다. 이별은 너무도 비통했다"며 "국민은 대통령님을 사랑했다. 국민장으로 치러지던 이별의 시간 이레 동안, 수백만의 국민은 뜨거운 눈물과 오열 속에 저마다 내 마음속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했다.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나의 대리인을 잃은 절망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우리는 대통령님과의 이별을 겪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이 고통을 딛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묵시적인 약속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위대한 국민은 끝도 모를 것 같던 절망의 터널을 박차고 나와 광장에 섰다. 그리고 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향해 걷고 있다"고 의미를 기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하던 문 의장은 결국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을 보였다. "60대 시절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저 문희상이가 70 중반의 노구가 되었다"며 자신이 "대통령님의 첫 비서실장"이었음을 말하는 대목에서였다.

문 의장이 주로 고인이 남긴 교훈을 받들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를 비판하고 '노무현의 정치'를 다짐했다면, 이낙연 총리는 '깨어 있는 시민'으로 불리는 정치적 주체를 형성한 고인의 정치적 유산을 기렸다.

이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스스로를 '봉하산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연결된 산맥 없이 홀로 서있는 외로운 산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보시라, 대통령님은 결코 외로운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 뒤에는 산맥이 이어졌다. 이미 봉하산은 하나가 아니다. 수많은 봉하산이 솟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의 도전, 성취, 고난이 저희의 기쁨, 자랑, 회한, 아픔으로 남았다. 그것이 저희를 봉하산의 산맥으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차기 대선주자로도 불리는 그가 '봉하산의 산맥'을 자처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다"며 "그 도전은 국민과 국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고, 그 사랑에서 대통령님은 불의와 불공정을 타파하고 정의를 세우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기성 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였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그러나) 기성 질서는 대통령님의 도전을, 아니 대통령님 자체를 수용하지 않으려 했다. 대통령님을 모멸하고 조롱하고, 빛나는 업적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대통령을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했다"며 "사랑에는 고통도 따랐다. 대통령님의 좌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고, 가장 큰 고통은 세상의 모멸과 왜곡으로부터 대통령님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이었다"고 그의 서거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희망과 고통은 소중한 각성을 남겼다.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깨어 있는 시민'이어야 한다고 각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으로 작용했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님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통령님이 꿈꾸던 세상을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는 그 길을 가겠다. 대통령님을 방해하던 잘못된 기성 질서도 남아 있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들에게 희망과 고통과 각성을 일깨운다. 그것을 통해 대통령님은 저희를 '깨어 있는 시민'으로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님은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저희도 늘 깨어 있겠다"는 말로 추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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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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