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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된다면야..." 미디어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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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된다면야..." 미디어 패러독스

크루그먼, "민영방송일수록 더 이권영합적"

이라크 전쟁 중 이상한 현상이 미국인들에게서 벌어졌다. 전쟁 소식을 미국방송이 아닌 영국 BBC 방송을 통해 접하려는 미국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BBC는 영국의 공영방송이긴 하나 공정하려고 애썼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미국의 TV네트워크들은 민간 소유이나 마치 공산국가의 국영방송처럼 보도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러한 현상을 ‘미디어 역설’이라고 규정하면서 ‘차이나 신드롬’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크루그먼는 이날 컬럼에서‘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내놓은 협상안을 폭로했다. 루퍼트 머독은 이라크 전쟁때 맹목적 애국주의로 오명을 떨친 폭스 뉴스 등 미디어 제국의 소유주다. 그는 그러나 위성방송등 중국에서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원치 않는 내용을 보도하는 BBC 월드서비스를 프로그램에서 빼고, 중국 정권에 비판적인 책도 출판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는 이같은 행위를‘매춘 행위’로 규정하며 유사행위가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 방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미디어 규제정책 등을 통해 정부에 유리한 보도를 하는 미디어기업에게는 보상을 주고, 비위를 거스르는 미디어기업은 채찍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집권당의 도구로 보이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하는 BBC같은 공영방송과는 달리 오히려 민간 소유의 미디어기업은 이권을 위해 정권에게 잘 보여야 할 소지가 여기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독립적’ TV가 영국의 국영 미디어보다 훨씬 더 편파적이라고 놀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크루그먼은 미연방통신위원회(FCC) 마이클 파월 위원장이 지난 12일 공식발표한 미디어정책이 바로 미디어기업에 당근을 줄 수 있는 미정부의 능력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로 제시했다. FCC의 새 정책은 규모가 큰 미디어기업이 미디어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 조치로 요약가능하다. 게다가 한 기업이 라디오,TV, 신문 등 모든 영역을 한꺼번에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교차소유 제한' 규정 철폐도 담고 있다.

때문에 크루그먼은 “미국에는 검열제도가 없으며 여전히 다양한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주요 미디어기업들에게 집권당에 영합하는 뉴스를 제공할 경우 강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인센티브가 없는 체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상업 TV방송이나 신문이 집권세력을 의식해 종전의 보수적 노선을 1백80도 바꿔 친집권적 인사를 영입하는등 ‘용비어천가’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진정한 공영언론이 아니라면 언론자유를 누리는 체제에서 민간언론사들이 오히려 기관지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개탄을 낳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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