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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개중인 '매파와 비둘기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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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개중인 '매파와 비둘기파' 전쟁

<데스크 칼럼> 미국, 북한, 한국에서 목격되는 강온대결

일본의 지지(時事)통신은 22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익명의 한 소식통의 말을 빌어 "북한 군부내에서 '신(新)강경파'가 대두하고 있다"는 요지의 짤막한 보도를 했다.

"소식통이 21일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서방의 일부국가에 대해 조선인민군 내부에서 새로운 강경파가 대두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왔다. 북한측은 이같은 강경파가 실권을 쥐면 위험하다고 호소하며 그것을 막기 위해 식량과 경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이 일부 서방국가 외교관에게 군부내에 강경노선을 취하는 새로운 세력이 힘을 쥐었다고 한다. 북한은 그런 만큼 '외무성 등의 온건파가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요청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동향에 밝은 다른 소식통은 군부내 신세력의 조짐을 확인할 수 없다며 '북한체제를 생각하면 내부대립을 외부로 흘리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북한이 외부지원을 얻기 위해 강경파 대두에 의한 위기설을 고의로 유포시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같은 외신은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과거 한반도 위기가 증폭될 때마다 흘러나왔던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국내외 상황은 이런 얘기를 한 귀로 흘러넘길 간단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강-온파의 대립을 얘기하는 곳이 단지 북한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한국 등 북핵과 연관된 국가들에서 예외없이 목격되는 게 이른바 '매파-비둘기파'간 대립이다.

***펜타곤의 딴지걸기**

오는 23일 베이징 북-미-중 3자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국내 매파들의 반발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22일 한국자유총연맹이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에서 개최한 자유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련의 발언을 쏟아냈다.

라포트는 "북한경제는 현재 붕괴직전에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등 국제적 협약들을 명백히 위반함으로써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포트는 이어 "북한은 진정으로 이런 위협 요소들을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은 역내 평화유지에 있어 '가시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베이징회담 개최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나온 주한미군사령관의 이같은 발언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펜타곤(국방부)의 강성기류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베이징회담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에 앞서 20일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베이징회담 결정 직전에 "중국과 손잡고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는 요지의 메모를 부시정부 수뇌부에 돌렸었다는 충격적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과 손잡고 북한정권을 붕괴시키자는 럼즈펠드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이 붕괴되면 수많은 난민이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혼란이 일어나고 적대국들과 곧바로 국경을 마주하게 될 텐데 중국이 왜 동조하겠냐"고 일축했다고 신문은 전한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에는 '북한은 미국, 대만은 중국이 장악하는 뒷거래'가 중국 매파들과 가능하다는 국방부의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실이 보도된 이면에는 북한을 자극해 베이징회담을 결렬시키려는 펜타곤의 음모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눈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김정일 정권 붕괴'란 베이징 협상의 존립근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오비이락 격으로 베이징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호주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경원하 박사 등 북한 핵과학자 및 군부 20여명의 망명 및 미국정부의 공작설, 북한 마약 밀수선 적발 등은 베이징회담 개최를 막판까지 위태롭게 만든 일련의 돌출사태였다. 호주는 이라크전에도 2천명의 전투병을 파견한 파병 4개국중 하나로, 말 그대로 '펜타곤의 맹방'이다.

***국무부의 반격**

이같은 미국 매파의 일련의 반발과 함께 동시에 목격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베이징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미국내 비둘기파의 움직임이다. 특히 국무부 산하의 대응이 그러하다.

한 예로 국무부 산하인 미국의 허바드 주한 미대사는 2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과학자인 경원하 박사가 망명했다는 호주 언론의 보도와 관련, "사실이 아니라는 보고를 직접 받았다"고 부인했다.

미 국무부의 바우처 대변인도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경원하 박사등이 미국 등으로 망명했다는 보도와 관련, "분명한 오보"라고 명확히 부인했다.

베이징회담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읽히는 발언들이다. 국무부는 북한의 지난 18일 폐처리봉 처리 발언이 나왔을 때도 '영문 번역과 한글 발언의 미묘한 차이'를 강조하며 끝까지 베이징 회담 개최를 주장했었다. 이에 호응하듯 북한도 21일 '영문 번역의 오류'를 자체 시정하기도 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북한간 미묘한 신경전과 주고받기가 읽히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이와 관련, "부시대통령은 국방부와 국무부간 강온파 대립 사이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고려해 온건파의 대화전략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파의 주장은 곧 우리에게 죽음과 파멸을 의미**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우리사회 매파들의 현주소가 극명히 드러난 자리였다.

한 예로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대선전 실시됐던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며 노무현 대통령을 '극좌'로 규정한 뒤 "친북좌파세력이 국정원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몰아부쳤다. 정형근 의원은 고 후보자가 초대회장을 맡았던 민변의 사이트 첫화면을 보여주며 "이라크전 반대, 파병 반대를 외친 집단이 아니냐"고 몰아부쳤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라크전 반대=파병 반대=친북세력' 등의 공식이 성립돼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북한 등 못지않게 강온파 대립이 극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풍광이다.

이같은 국내외의 어지러운 강온 대립을 볼 때 과연 한반도에 드리운 위기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결과 전쟁'을 선호하는 세력들이 국내외에 엄존하고 있으며, 이들은 틈만 보이면 흐름을 뒤엎으려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 어떤 위기때도 강온 대립은 있어왔다. 하지만 지금 위기는 보통위기가 아니다. 민족생존이 걸려있는 절대위기다. 자칫 한 걸음을 잘못 떼어놓았다가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국민이 죽고다치고 민족경제는 초토화해 회복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파들은 마치 구름위에서 남의 얘기하듯 대결과 전쟁을 말하고 있다.

한반도를 무대로 전개되는 매파들의 끊임없는 도발과 도전에 냉철하면서도 치열하게 대응할 때다. 매파의 주장은 곧 우리에게 죽음과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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