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의 해결에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북핵문제 제기후 부시대통령이 '진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언론들은 이같은 부시의 낙관론이 이라크전후 북한이 보이기 시작한 '다자간 회담' 수용 메시지에 이어 나온 것으로, 부시는 북한에 대해 이라크와는 반대되는 외교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시, "다자간 협상 곧 결실을 맺을지도"**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자간 협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이것이 곧 결실을 맺을지도 모른다. 이는 매우 좋은 소식이다"고 말했다.
부시는 "미정부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방지에 대해 진지하며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대응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주위에도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정부는 북한 문제에서 순조롭게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를 핵무기 없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미국을 입장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중국, 한국, 일본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는 또 "이들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처하면서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는 또 이라크전이 끝나면 미국의 다음 군사공격 목표이 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하고 있는 북한을 안심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비상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럼즈펠드, "전쟁은 언제나 마지막 선택"**
미국내 대표적 매파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도 13일 북한에 대해 전례없이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오전 NBC 텔레비전의 '언론과의 만남' 프로에 출연해 "만일 북한, 시리아, 이란이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손에 이라크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쟁은 언제나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해 외교적 노력을 선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 나라들이 화학, 생물, 핵무기를 계속 추구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기도한다"고 덧붙였으나, 북한 등이 그런 무기를 계속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다. 국방장관으로서 나의 임무는 우리 나라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훈련시키고 장비를 갖춰주는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즉답을 회피하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북한,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구애되지 않을 것"**
이같은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유화적 태도는 그동안 물밑접촉을 가진 결과 지난주말 북한이 내놓은 다자간 회담 수용의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만일 미국이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조선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본심이 무엇인가 하는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직접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이 대조선(북)적대시 압살정책을 포기할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미국이 성근(성실)하게 대화에 나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북한의 공식적 입장표명은 지난달 31일 북한과 미국이 정부간 비공개 접촉을 갖고, 유엔주재 북한대사관측이 잇따라 다자간 회담 수용의사를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북한이 '다자간 협의 틀내 북-미 대화'라는 방식을 수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NYT, "부시 내년선거 때문에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회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비즈니스위크(BW) 등 미국 주요 언론 매체들도 13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고수하던 북미 직접대화 요구를 철회하고 "대화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크게 보도하며 북핵위기가 새로운 대화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발표는 협상시작의 주요 장애물을 극복하는 쪽으로의 일보 진전"이라고 해석하며, "흥미를 갖고 그 성명에 주목했다. 적절한 외교 경로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미 국무부 반응을 전했다.
WP는 그러나 미국 정부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북협상 방식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온건파는 북한이 다자간 대화를 받아들여 협상이 시작되는 것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보고있는 반면, 강경파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재래식 병력 후방 철수와 인권향상 조치 등 일련의 양보 조치들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해 앞으로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외무성대변인 발언을 보도한 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아직 북한성명을 분석중이나 중국의 압력이 북한의 입장변화를 이뤄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와 인터뷰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 조엘 위트 전략·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북 접근법을 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 문제를 소화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후에도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미국 행정부는 교착된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BW, "부시, 북한에 대해 이라크와 반대전략 채택할 것"**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도 21일자 최신호를 통해 미국이 개전 3주만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동북아 지역에 '바그다드 효과(Bagdad Effect)'를 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의 이라크전 승리를 계기로 북한등 동북아 국가가 대미 접근법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BW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종전의 벼랑끝 전술에서 실용적 접근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말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당시 북한의 도발을 막도록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팔짱을 끼고 모른척 했던 중국도 최근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BW는 동시에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일방주의를 택했으나 북한에 대해서는 그 반대의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BW는 부시가 중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에 북한이 다자 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해줄 것을 더욱 열심히 요청하고 있다며 이처럼 예상했다.
이같은 부시 정부와 미 언론의 일치된 대북 화해메시지는 최근 미국 수뇌부가 이라크전후 다음 공격대상으로 시리아를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미국이 북한보다는 시리아 등 중동 반미국가들을 우선 정리하겠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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