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재직시 SK로부터 2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잡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경제검찰'을 자부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SK 구조본으로부터 2만달러 수수**
10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SK그룹으로부터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포착, 이 전 위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6일 현직에서 물러난 이 전 위원장은 현재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검찰은 금명간 이 전 위원장을 소환, 정확한 금품 수수 액수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검찰이 SK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전격압수수색하면서부터 추적해온 ‘SK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이인규 부장검사)는 지난 주 SK그룹 구조본 핵심 관계자를 소환해 "SK텔레콤의 KT 지분 매입 전후인 지난해 5월과 8월 계열사 사장 조모씨를 통해 1만달러씩 2차례에 걸쳐 2만달러를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이씨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이 돈이 SK 구조조정본부가 각 계열사로부터 조성한 비자금에서 흘러나온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건네진 시점이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이 KT(옛 한국통신) 지분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었고,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에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점을 중시하고 있다. 돈의 대가성이 분명해보인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SK텔레콤은 KT 민영화 과정에 기습적으로 KT 지분 11.34%를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됐다. 그러자 KT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삼성, LG 등 다른 재벌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통신사업 독점화'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남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그러나 지난해 5월24일 “SK텔레콤의 지분 취득에 대해 기업결합심사를 진행중이며 만약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제한성이 분명할 경우 해당 주식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분명령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KT 지분 출자는 동종 업종에 대한 출자로 그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SK 편을 들어주는 발언을 해 편파성 의혹을 낳기도 했었다.
SK측은 현재 이권 관련성을 부인하고, 금품 제공사실도 손길승 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 및 국가경제의 신인도에 치명타**
이남기 전 위원장의 뇌물 수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 뇌물 수수로 사법처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외적으로 미칠 악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위의 존립기반인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가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 90년대초 두 명의 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바 있으나, 그후 유사한 사태가 없었다. 그러던 중 조직의 최고 수장이 견제대상인 재벌로부터 거액의 뇌물, 그것도 자금추적이 어려운 달러화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존립근거가 밑둥에서부터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정위의 위상은 급전직하의 위기를 맞게될 전망이다. 그동안 공정위가 추진해온 '영구 계좌추적권' 확보가 물건너가는 것은 물론, 검찰과 오랜 갈등을 빚어온 '전속고발권' 독점 논란도 공정위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법 위반사안을 검찰이 적발하더라도 전문기관인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사법처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속고발권은 그동안 검찰이 크게 반발해온 대목이다.
아울러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에도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벌을 감시해야할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고수장이 재벌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은 가뜩이나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땅에 떨어진 우리경제의 투명성과 신인도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는 사건으로 외부에 비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신문사들에게 부과된 세금을 자의적으로 백지화함으로써 큰 물의를 빚었던 이남기 전위원장이 끝내는 자신이 속했던 조직과 국가경제에까지 타격을 가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공정위의 절대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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