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추징금 백지화 조치로 감사원 특감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내 '정치성 간부'의 쇄신 조치뿐 아니라, 차제에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현재 위원장의 '제왕적 독재'를 가능케 하는 위원회 시스템을 전면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정위 안팎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위원장 1인의 '제왕적 독재' 시스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의 조사에 따르면, 언론사 과징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문제의 구랍 30일 회의때 9명의 위원 가운데 이남기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공정거래위 간부들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4명의 민간위원은 모두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이렇게 반대의견이 많을 경우 일반적으로는 당일 결정을 내리는 대신 한차례 더 회의를 소집해 신중히 결정을 내리는 게 공정위의 오랜 관례다. 그러나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이남기 위원장은 이 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것을 독촉했고, 결국 위원회는 과징금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명분도 희미했다. 이남기 위원장은 해당 언론사들이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과징금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상당수 언론사들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남기 위원장의 압박이 '개인' 차원이 아닌 '모처'의 주문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 근거중 하나다.
***위원회 인사권, 위원장에게서 뺏어야 유사사태 재발 방지**
정확한 진상은 감사원 특감이 시작된 만큼 금명간 밝혀질 전망이다. 문제는 그러나 공정거래위 시스템이 존속되는 한 유사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 고위간부는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남기 위원장 등 정치색 짙은 인사들의 물갈이도 필요하나, 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현재 위원장의 '제왕적 독재'를 가능케 하고 있는 공정위의 위원회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위의 최상층 기구로 주요결정을 내리는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및 국장급 3명 등 5명의 상근 정부위원과, 변호사, 경제학자 등으로 구성된 4명의 비상근 민간위원 등 도합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외형상 정부와 민간측 인사간 균형을 맞추고 있는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정위의 전 간부는 현행 위원회 시스템과 관련, "외형상으론 민간의 독립성과 발언권이 상당히 보장되고 있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위원장 1인의 독재구조"라며 "이는 위원장이 민간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원장이 위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다 보니 외부세력들이 압박을 가하는 말이 안되는 요구라 할지라도 위원장이 찍어누르면 위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전형적 독재구조"라며 "이같이 잘못된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선 금융통화위원회나 방송위원회처럼 위원들에 대한 인선권을 위원장이 아닌 입법,사법,행정부 및 시민단체 등에서 행사해 위원들의 독립성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현재 위원장은 장관급이고 위원들은 차관보급인 점도 차제에 개선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데다가 직급격차도 크게 나다보니 위원장의 전횡이 가능하다"며 "다른 위원회들처럼 위원들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켜야 위원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고 전직 부장판사 등 공정위에 꼭 필요한 전문가들의 영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위원들 직급 높이고 상근해야**
이같은 위원회 전면개편과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위원회의 전문성 제고다.
이 관계자는 "민간위원들의 독립성과 직급을 높이는 동시에 이들 민간위원들을 현행 비상근에서 상근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민간위원들이 변호사나 교수 등을 겸직하고 있다가 '내일 회의가 있으니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한두번 회의를 열어 주요결정들을 내리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위원들이 SK텔레콤의시장점유율 확대와 같이 몇달간 머리를 싸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결정해야 할 사안들도 큰 고민없이 처리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차제에 공정위의 전문성과 권위를 크게 높이기 위해선 민간 위원들이 금통위같이 민간위원들이 상근하면서 주요현안들에 대한 숙의를 거듭해 결정을 내리는 형태로 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며, 부당허위광고 제재와 같이 공정위 일선 공무원들이 결정해도 되는 사안들은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공정위에 재직중인 일반 공무원 다수도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노무현 새 정부의 결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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