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제주4.3 당시 벌어진 양민학살과 관련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증언이 최초로 이뤄졌다. 이에 미국 언론인이 4.3마을의 치유를 위한 한·미 공동연구를 제안,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4.3인권, 배상적 정의와 화해'를 주제로 한 한·미·일 국제 컨퍼런스가 4월29일 오후 1시(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휴스턴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제주대학교 세계환경과 섬연구소, 세계섬학회를 비롯해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법전원 환경·에너지·자연자원 법률 프로그램 연구소,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학교 국제윤리센터, 천주교 제주교구, 북촌리·동광리 마을회, 재경제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대학교, 제주4.3평화재단, 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한 비폭력 네트워크 등 12개 기관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제주4.3 인권에 관한 배상적 정의 실현을 위해 국제적 근거를 논의하고, 이를 위해 미국의회에서의 4.3논의 지원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 주교는 "해방 이후 한국에 온 미군은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어떠한 사전지식도 갖지 못했고, 한국인들이 가진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열망을 이해할 준비도 못했다"며 "그들은 또 한국의 복잡한 사회·경제적 이슈를 다루는데 경쟁력이 없었고, 무엇보다 제주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러한 미군의 경쟁력과 제주도민의 기대간의 격차가 결국 제주4.3비극을 발생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까지 미국의 정치지도자에게서 제주4.3 학살에 대한 어떠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찾을 수 없다"며 "70년이 지났어도 대부분의 제주도민들은 4.3비극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듣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누군가가 제주4.3에 대해 미국이 책임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선의를 보여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제주사람들이 오랫동안 간직한 소망이다. 이러한 일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일어난다면 그것은 한국의 제주와 미국간의 화해와 치유가 이뤄지는 순간이 될 것"이라며 미국(당시 미군정)의 진솔한 사과를 촉구했다.
71년 전 4.3의 광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미국 현지인들에게 전달됐다.
먼저 조천읍 북촌리에서 발생한 미군장교와 주민간 대면상황, 동광리 주민 집단학살 등을 증언한 영상물 '억류자들'이 상영됐다. 영상에서 4.3당시 8살 소녀였던 고완순 할머니는 헬리콥터를 타고 북촌리를 방문한 미군장교에게 마을사람이 가졌던 두려움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이는 제주4.3이 미군정에 의해 벌어졌고, 미군정이 책임져야 할 상황임을 미국사회에 증언한 최초의 사례다.
이 같은 증언에 미국 언론인 도날드 커크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증언을 통해 미국인들이 제주도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4.3당시) 제주도에서의 미군과의 만남에 대한 더 많은 직접적인 증언이 있다면 미국의 책임을 묻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날드 커크씨는 또 "우리는 제주도에서 미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을 찾아내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시카고 트리뷴지와 뉴욕타임즈에서 6년간 동경과 뉴욕 특파원으로 일한 경험을 들며 "어쩌면 제주4.3 당시 기사가 (시카고 트리뷴지나 뉴욕타임즈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를 찾아낸다면 대단히 기쁜 일이 될 것"이라면 주최측에 연구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1948년까지 미군정이 제주도를 통치했기 때문에 단순히 미군정의 책임을 말하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증언을 가지고 책임을 말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대학연구소와 제주대 연구소가 미국 정부기금 지원으로 '4.3마을 치유'를 위한 공동연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허상수 박사(한국사회과연구회 이사장)는 '4.3당시 불법 군법회의 재심 공소기각 판결 의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번 제주지법의 재심 개시 결정은 4.3보고서의 인권법적 적용의 부실과 결함, 하자를 일거에 해결하는 법적 판단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군사재판의 불법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4.3특별법 개정 작업이 탄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고창훈 제주대 명예교수(세계섬학회 회장)와 송시우 한림고 교사는 '미국 의회의 제주4.3화해법 제정' 구상과 관련해 "이상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제주4.3의 생존자들과 유족들에게 이익이 되고, 지속가능한 '평화의섬'으로서 제주도가 국제적으로 도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와 송 교사는 또 "한미 양국의 민주주의 정통성을 증진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와 책임 있는 경제개발에 관한 상호이해를 넓히는 미해 지향의 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와 북한정부가 허락한다면 2020년 3월 북한의 원산에서 6+1 원산문화포럼을 개최하고, 원산에 제주 왕벚나무 숲길 조성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제주왕벚나무를 매개로 한 남북화해 흐름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지은 미국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교 교수는 '제주4.3 사례를 통해 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정치적 화해의 의미' 주제발표를 통해 "국가의 공식 사과가 과거를 인식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과가 '책을 덮고 다음 단계로 남어가는' 의미의 사건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사과가 '값싼 립서비스'라고 비난받지 않으려면 다양한 형태의 배·보상이 뒤따라야 하고, 지속적인 평화 및 역사교육을 통해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는 일이 없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북한, 프랑스, 일본 대학이 참여하는 제주4.3의 남북평화 교육 실행프로그램도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더글라스 예이츠 프랑스 파리 어메리컨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주4.3 평화교육'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 남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을 4.3의 아픔과 갈등을 겪었던 제주가 참여하는 평화섬문화운동으로서 '6+1' 문화포럼 실행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그는 "폭력을 평화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평화 지키기'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2020년 2.28 73주년에 맞춰 제20차 세계평화섬포럼 춘계회의 형태의 '6+1' 타이페이 문화포럼 개최 △2020년 7월 '6+1' 파리 문화포럼 개최 △2019년 제주 세계평화아카데미와 교사·대학생을 위한 제10회 세계평화불턱회의 개최 △2021년 8월 '6+1' 블라디보스토크 문화포럼 개최 등 4가지의 4.3 갈등치유 시리즈 포럼을 제안했다.
한편 5월1일에는 제주대학교 학생대표가 미국의회를 방문해 '제주4.3 화해법' 발의를 위한 세계대학생 1만명 청원 서명부와 2020년 3월 제주방문을 요청하는 초청장(위성곤 국회의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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