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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亂 발발에 왜 정-재계가 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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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亂 발발에 왜 정-재계가 떠는가

<데스크 칼럼> "서울 특수부의 신화를 만들라"

예견됐던 사태가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와 검찰이 정면 격돌한 것이다. '검란(檢亂)'의 발발이다.

'사시 24회 출신의 법무장관 임명, 사시 17회 출신의 법무차관 내정'이라는 서열파괴 인사가 단행될 때부터 '검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연공서열, 동일체 의식이 강고한 검찰이 이를 선뜻 수용하리라고 본 이들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6일 강금실 법무장관이 사시 12년 선배인 김각영 검찰총장(사시 12회)에게 서열파괴적 인사지침을 통고하면서 마침내 검란은 폭발했다.

사상 초유의 집단적 항명사태인 검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검찰에겐 선배만 보이고 대통령은 보이지 않나"**

우선 첫번째, 검찰 스스로가 상명하복 관행을 파괴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검찰이 6일 집단적으로 정상명 법무차관 내정자의 인사철회를 요구했다는 대목은 강금실 법무장관 차원을 넘어서 '최종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없는 항명사태다.

이는 동시에 검찰이 이번에 집단행동의 명분으로 내건 '서열파괴 반대'의 논리적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앞뒤 모순된 행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세간에서는 "검찰에게는 선배만 보이고 대통령은 눈에 보이지 않느냐"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두번째, 검찰은 이같은 개혁조치가 왜 나왔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법무장,차관 인사와 후속인사가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과유불급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런 지적에 공감을 표하기에 앞서, 현재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 다수의 시선은 그답지 따듯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검찰의 최대수치인 특검이 그동안 세 차례나 단행됐던 '역사'에 대한 치열한 자성을 먼저 한 뒤 어떤 행동에 돌입해도 했어야 한다는 게 뜻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자성이 전제되지 않은 집단행동은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로 비칠 뿐이다.

세번째, 과연 '서열'이 그토록 사수해야 할 절대가치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인간사회, 특히 조직사회에서 서열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요구되는 서열은 '사시 서열'이 아닌 '능력 서열'이다.

현재 검찰을 떠받치고 있는 '사시 서열'의 최대 문제점은 그동안 무수히 목격됐듯 정치권력, 경제권력에 오염된 선배의 지시를 잘못인 줄 알면서도 따라야 한다는 데 있다. 자정능력의 결여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사시 서열'은 '능력 서열', '중립의지 서열', '도덕 서열'로 재편돼야 한다는 게 검찰을 향한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검찰의 항변**

검찰은 지금 자신들이 노무현 정부의 '개혁대상 1호'로 지목된 데 대해 격노하는 분위기다.

한 검사는 "정치권, 재계, 관료집단, 교육계, 언론계 모두가 손볼 곳 투성인데 하필이면 왜 검찰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오늘날 검찰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 데 대해 검찰 스스로 맹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오늘날 검찰을 이렇게 만든 데에는 정치권력 책임도 검찰 못지 않게 크다"며 "노무현 정부가 정치권에 대해서도 똑같이 엄정한 접근을 한다면 모르나 그렇지 않은 선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고 분노를 토로했다.

검찰의 이같은 항변은 일면 타당하다. 오늘날 검찰을 이렇게 만든 데에는 정치권력의 책임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이는 초라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검찰은 역대 권력형비리 수사가 애매모호하게 끝나 특검 등을 통해 재수사를 해야 할 때마다 "국민 볼 낯이 없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새 검찰로 태어나겠다"고 무수히 약속해왔다. 검찰은 과연 그 약속을 지켰나.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력과 맹렬히 싸우고 옷을 벗고 떠나는 검사가 과연 몇이나 있었나.

***"도쿄특수부만 부러워 말고 서울특수부의 신화를 만들라"**

노무현 정부와 검찰이 격돌 조짐을 보이자, 얼마 전부터 전전긍긍하는 집단들이 있다. 정치권과 재계 등 한국의 기득권층이 그들이다.

검찰이 얼마 전 이양희, 이윤수 의원 수뢰혐의를 조사하자 정치권은 아연긴장하는 분위기다. 지금 정가에는 "두 의원의 경우는 피래미에 불과하고, 여야 수뇌부급 정치 초거물들이 검찰의 내사망에 걸려들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며 노 정부와 검찰이 격돌할 경우 자신들이 유탄을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재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SK회장이 전격구속된 이면에 노무현 정부와 검찰간 긴장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며 유사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재벌그룹의 구조본 관계자는 "요즘 검찰이 럭비공처럼 도통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같은 정,재계의 전전긍긍은 역설적으로 앞으로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 비리가 있으면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거물정치인이든 재벌총수든, 더 나아가 한 나라의 최고권력자라 할지라도 법을 위반하면 곧바로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얘기다. 힘 빠진 전직 대통령들을 잡아 넣고 큰 일을 한 것인양, 자족하지 말라는 얘기다.

한 원로 법조인은 지금 분개하고 있는 검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쿄 특수부'의 신화만 부러워하지 말고, '서울 특수부'의 신화를 만들라."

이 길만이 지금 검찰이 의혹을 품고 있듯 만에 하나 노무현 정부의 검찰혁파가 모종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검찰이 궁극적으로 멋지게 승리하는 길이며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유일한 첩경일듯 싶다.

서울 특수부의 신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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