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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대통령과 젊은 대통령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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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대통령과 젊은 대통령의 악수

<데스크 칼럼> 한 시대의 교차점에서

한 시대가 가고, 이제 한 시대가 막 열리려 하고 있다.

권력 문법에서는 언제나 물러나는 이는 초라해 보인다. 반면 새로 입장하는 이에게는 국내외의 많은 관심이 쏠리곤 한다. 해방이후 지속된 이 문법이 지금도 예외없이 작동하는 분위기다.

외형상 물러나는 김대중 대통령은 노쇠해 보인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얼굴 주름살도 크게 늘었고 카랑카랑하던 목소리도 많이 쉬었다. 근심도 많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통령이 주력한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짙은 안개속에 불안정하며, 경제도 요즘 들어 적잖은 난관을 맞고 있다. 게다가 둘째 아들은 아직 감옥에 갇혀 있고, 대북송금 의혹으로 퇴임후 측근들의 거취도 불안하다. 요컨대 외형상으로 보면 김대통령은 역대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비친다.

***김대통령의 정치적 실패**

실제로 김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부패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과거 정치문법'에 오염된 아들등 친인척과 가신들이 비리에 연루됐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수천억원씩 해먹은 전두환,노태우와 비교하면 사소한 것 아니냐. 반DJ세력의 집중포화로 과장된 게 아니냐"고 항변하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가 '5.18 민주항쟁의 정신'과 'IMF고통의 정신'을 승계한 정권이기를 원했던 많은 국민은 수뢰액수의 많고적음을 떠나 '정신에의 배신'에 분개했고, 그 결과 집권여당은 집권 중반기이래 선거에 잇따라 참패하면서 레임덕에 시달려야 했다.

'지역성'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역갈등 해소를 지향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 중심적 인사로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외형상 국민정당을 지향한 민주당 대의원의 80%가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읽을 수 있듯, 집권여권의 '자기개혁'이 선행되지 못했기에 지역구도를 깨는 데 실패했고 지역당이라는 한계에 머물러야 했다.

경제운용에서의 '일관성 결여'도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IMF사태후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과 시장 투명성 강화 등의 일련의 조치로 붕괴된 시장 시스템을 복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대우, 현대 등 특정재벌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호의적 태도를 보인 결과 부실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아울러 IMF위기 탈출의 조급성과 선거일정 등을 의식한 결과 '묻지마 투자'를 허용해 벤처거품을 양산하고, 후반부에는 과도한 내수 부양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만들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악화시킨 책임도 적지 않다.

***김대통령의 역사적 성공**

하지만 '역사'라는 잣대로 보면 김대통령은 역사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우선 경제와 관련, 김대통령은 앞에 지적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파괴된 경제의 복원과 새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위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김대통령은 과거 30년간 누적된 압축성장시대의 모순이 일거에 폭발하면서 시스템이 완전마비된 어려운 시점에 대통령이 됐다. 그후 김대통령은 숱한 저항과 결단의 압박속에 경제를 위기의 늪에서 끄집어냈고, 금융 등의 일부 부문에서는 "한국금융이 일본을 앞질렀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시도해도 될 만하다"는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경제를 새로운 국면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반도 평화문제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임기말 대북송금 의혹에 휘말리면서 비록 일부 빛이 쇠락하긴 했으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민족'과 '평화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정립시켰다는 점에서 그가 이룩한 역사적 의의는 크다.

역사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본디 일정 기간 시간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재임기간중 이룩한 김대통령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윤곽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배적 평가다.

***老대통령과 젊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평소 "김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승계하겠다"고 말해왔다. '과'는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고, '공'은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임자가 이룩한 것은 모조리 뒤엎겠다는 속류적 발상과는 다른 접근법이어서 자못 다행이다.

김대통령이 못 이루고 넘겨준 '과'는 노 당선자에게는 '공'이 되도록 해야 할 버거운 숙제이자 부채다. 반면에 김대통령이 이룩한 '공'은 앞으로 노 당선자가 더욱 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여야 할, 전임자의 좋은 선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5일 새벽 0시를 기해 모든 짐과 권한을 자신보다 스물한 살 적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넘겨준다. 나이로 따지면 거의 사반기를 뛰어넘는 전무후무한 권력이양이다. 노(老)정객이 채 이룩하지 못하고 물려주는 역사적 과제를 젊은 새 대통령이 박력있게 마무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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