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시작된 '유혹과의 전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시작된 '유혹과의 전쟁'

<데스크 칼럼> 盧비서에게 승용차 6대나 보내오기도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듯 싶다. '유혹과의 싸움'이다.

***대형 자가용 6개가 들어오기도**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진영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상황이다.

"노 당선자의 한 비서에게는 승용차가 없었다. 그런데 노 당선자가 선거에서 이기고 얼마 안 지나 기업 등에서 그에게 보내온 수천만원짜리 대형고급 승용차가 무려 6대나 됐다. 모두 야단을 쳐서 되돌려 보냈다."

모 청와대 수석 내정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수석에 내정되니까 사방에서 엄청나게 싸들고 몰려들더라. 모두가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지 그렇지 않다가는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르겠더라."

이밖에도 여기저기서 이와 비슷한 얘기가 들리고 있다. 신 권력 주위를 둘러싸고 유혹의 거미줄이 겹겹이 쳐지기 시작한 느낌이다.

아직까지는 유혹에 넘어간 인사들은 없는 성 싶다. 이런 얘기가 외부에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이같은 추정을 가능케 하는 한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 주변 측근들이 전하는 '유혹의 집요함'은 앞으로 상황을 낙관하지 못하게 한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유쾌하지 못한 속담이 떠오르기도 한다.

***"좀 도와줘. 나중에 사장 시켜줄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생전에 7년간이나 비서생활을 한 이모라는 지인이 있다. 그는 정회장 생전에 현대그룹 내에서 신화같은 존재였다. 이유는 '청렴강직함' 때문이었다.

익히 알려졌듯 생전의 정회장은 '왕회장'이라 불릴 정도로 현대그룹의 절대황제였다. 내로라 하는 계열사 회장, 사장들도 그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 꼴이었다. 정회장의 아들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정회장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이들은 따라서 가능하면 정회장 기분이 좋을 때 보고를 하고 결재를 맞기를 원했다. 정회장 기분이 험할 때 잘못 들어갔다가는 서류가 공중으로 날라가고 차마 밖으로 전할 수 없을 정도의 험한 소리를 듣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열사 회장이나 사장들은 결제를 맞기에 앞서 이모 비서에게 "지금 기분이 어떠시냐"고 탐색하곤 했고, "별로 안 좋아보인다"고 하면 조용히 사라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회장의 지근거리에 있는 이모 비서를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숱한 시도가 당연히 있었다. 그를 통해 정회장의 일거수일투족과 생각 등을 감지하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후계문제를 둘러싸고 정회장 아들들과 그들 주변 가신들의 암투가 치열했던 현대그룹이었던 만큼 이모 비서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유혹은 거셌다.

"좀 도와줘. 나중에 사장 시켜줄께"같은 노골적 유혹이 뒤따랐다. 당시 이모 비서가 과장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이모 비서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했다. 자기는 정주영 회장을 모시는 '비서'였기 때문이다. 정회장이 자신을 믿고 일을 시키는데 그를 배신하는 행위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는 현대그룹 고위층들 사이에서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존재였다.

***'프레스토 신화'**

이모 비서는 비서생활 7년간 내내 낡은 소형 승형차 프레스토를 몰고 다녔다. 십수년된, 말 그대로 고물차였다. 당연히 그에게 좋은 승용차를 주겠다는 유혹이 쉬지 않고 들어왔다.

"아, 이 사람아. 회장님 체면도 생각해야지. 프레스토가 뭐야. 내일 당장 신형 소나타를 보낼 테니 타고 다녀."

대충 이런 식의 유혹이었다.

하지만 이모 비서는 매번 정중히 사절했다. "몰고 다니는데 아직 지장없고 내 분수엔 이게 맞는다"는 게 사절 이유였다.

이모 비서는 실제로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했다. 부양가족이 자신의 부인, 자녀외에도 부모, 동생들까지 열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급 갖고 살기란 여간 벅차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차를 바꿀 여력이 없었다. 술도 돼지고기 삼겹살 구워서 소주를 즐겨 마셨다.

이모 비서는 정주영 회장이 타계하자 건설사 현장 책임자로 나가,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그를 아는 현대사람들은 그를 존경의 염으로 바라본다.

'포니 신화'보다 멋진 '프레스토 신화'다.

***개혁적 조각만이 '유혹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첩경**

며칠 뒤면 김대중대통령이 퇴임하고 노무현 당선자가 새 대통령이 된다.

김대통령이 재임시 많은 일을 했음에도 퇴임하는 그의 뒷모습이 초췌한 데에는 친인척과 측근, 가신들의 책임이 더없이 크다.

노무현 새 대통령의 5년후 모습도 어쩌면 측근, 가신들이 결정할지 모르는 일이다.

"노무현과 그 주변들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자못 곤혹스러워 하는 얘기가 재계, 관료계 등에서 무수하다. 뒤집어 보면 어떤 수단방법을 써서라도 '연'을 맺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된다.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과반수를 넘는 정당까지는 모르나, 제1당은 돼야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집권정당으로서 당연한 목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가 불과 1년여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은 '돈의 유혹'에 약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오비이락이기를 원하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의 상당수 정치인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과 관련해 '개혁적 인사'의 중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재벌등이 부담스러워 하는 개혁세력이 경제를 맡으면 여러 모로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게 정가의 뒷풀이다.

'유혹과의 싸움'은 측근이나 가신 개개인의 도덕성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유혹 자체를 생각치 못하게 만드는 개혁세력의 포진이 선행돼야 '유혹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법이다.

노 당선자 측근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제2의 프레스토 신화'를 만들기를 기원하는 동시에, 유혹 자체를 사전차단할 수 있는 개혁적 조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