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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부회장 돌연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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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부회장 돌연 사의 표명

삼성 주도설, 물러나기 전 이학수 구조본부장과 협의

'재계 대변인'으로 불리며 3번째 연임에 성공하는가 싶었던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62)이 지난 7일 2년간 연임이 결정됐으나 11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10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예방한 지 하룻만에 손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점을 들어 노 당선자의 강한 개혁 메시지가 전달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손 부회장은 10일 오전만 해도 새 회장 취임후 처음 열린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전경련이 정부와 마찰을 빚거나 갈등관계에 있는 것처럼 비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주도적 역할?**

그동안 재계에서는 손 부회장이 지난달 5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에 재벌은 없다"며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정책을 비판한 데 이어, 김석중 전경련 전무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위 정책은 사회주의"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 부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봐 왔었다.

손 부회장은 그러나 11일 "지난 7일 총회 뒤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친구인 손길승 회장이 일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의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이같은 시각을 부인했다.

재계에서는 손 부회장이 삼성그룹 비서실 임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삼성과 연이 깊은 데다가, 이번 사의 결심 과정에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도 충분히 상의를 했다"고 밝혀 이번 퇴진에 삼성의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손길승 회장의 취임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삼성그룹이 손병두 부회장 퇴진까지 매듭지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노무현 새 정부가 제2금융권의 재벌 사금고화 차단 등 재벌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할 경우 삼성그룹이 1차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서둘러 불필요한 긴장 해소에 적극 나선 게 아니냐는 식의 해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지난 7일 총회에서 손병두 부회장 연임이 결정된 이후에도 "노 당선자 취임식 열흘 이전에 손 부회장이 물러날 것"이며 "모 재벌이 이같은 주문을 전경련측에 이미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었다.

재계에서는 손병두 부회장이 사퇴함에 따라 사회주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뒤 인수위측으로부터 공개퇴진 압박을 받아온 김각중 전무도 금명간 퇴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부회장은 41년생으로 서울대 상대를 거쳐 삼성에 근무한 뒤 동서경제연구소 소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낸 뒤 지난 97년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선출되면서 부회장에 선임됐다. 이후 손 부회장은 지난 61년 이병철 초대회장시절부터 무려 19년동안 부회장을 지낸 김입삼 현 고문를 제외하면 IMF를 전후해 대기업들의 부침과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빅딜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계 조율을 맡아왔다.

***인수위, 전경련의 민관합동위원회 제안 수용**

재계는 손병두 부회장 퇴진으로 일단 노무현 새 정부와 재계간 감정적 응어리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실제로 1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7일 손길승 전경련 신임회장이 취임하면서 말한 "오는 2007년까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민관 합동 국민소득 2만달러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의를 전격수용했다.

인수위 경제2분과의 김대환 간사는 이날 "민관합동위원회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같이 주제와 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산업경쟁력 전반에 걸친 이슈와 현안을 협의해야 한다"며 전경련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그동안 대통령과 재벌총수가 밀실에서 만나 타협하고 흥정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재계가 공개적인 형태로 정례만남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민관위원회에서 분야별.이슈별로 대화를 나누면 그같은 폐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에 앞서 팽팽했던 신경전은 손병두 부회장 퇴진으로 일단 노 당선자측의 판정승으로 끝난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라운드는 1라운드에 불과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앞으로 계속될 2,3라운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재계는 지금 긴장속에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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