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세연 "혁신없는 보수통합은 독…한국당 우경화 우려" 자성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세연 "혁신없는 보수통합은 독…한국당 우경화 우려" 자성

"선명한 주장은 일시적으로만 통쾌…반공이데올로기 반복하니 '꼰대정당'"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김세연 원장(3선 국회의원, 부산 금정)이 4.3 보궐선거 이후 보수진영의 '혁신'을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일 '보수 통합' 메시지를 내는 상황과 대비된다. 자유한국당에 이념보수화가 강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꼰대정당 이미지만 강해진다"며 중도 통합으로의 노선 변경을 촉구했다. 김 원장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보수 개혁에 대해 꾸준히 진지한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주요 당직자다.

김 원장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보궐선거 결과는 표면상 1대1 무승부였지만 진보 성향이 강한 창원성산에서 범보수(한국당·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 득표율(49.7%)이 범진보(정의당·민중당) 득표율(49.5%)을 앞섰다는 것은 보수에게 희망을 줬다"며 "'1대1 구도였다면 보수가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하지만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통합 논의가 보수에게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선거역학으로만 접근하면 혁신 없는 통합만 논의될 것이고, 이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보수 혁신을 위한 노력이 가장 절실한 때"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특히 "지금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한국당이 극단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탄핵과 대선이라는 정치 격변기를 겪으면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이를 자극했을 것이고, 대선 패배 후 제1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강경해지는 경향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선명한 주장이 일시적인 통쾌함을 안겨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지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한국당은 '중간 투표자'를 안을 수 있어야 집권이 가능하다. 중도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도록 건전한 보수 정당으로서의 철학과 이념을 통해 정체성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정책적 측면에서도 좀더 중도통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던 시절(2012년)에 분명히 그런 흐름이 강하게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당 내에서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보수정당이 시도하지 않았던 '경제민주화' 같은 파격적 중도통합노선을 설정함으로써 어렵다고 봤던 총선·대선을 연이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처럼 세대적으로 20~40대,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포섭할 수 있는 기제가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흔히 '중도-보수 통합론'으로 명명되는 주장으로, 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통합·연대의 우선적 대상을 유승민 의원 등 중도보수 세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전략과 맥이 닿는다. 그 반대편에는 애국당 등 강경보수 세력과의 선(先)통합을 통해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에 출연해 "창원 선거에서 애국당 후보가 표 0.8%를 가져간 게 너무 아쉽다. 그게 우리한테 왔으면 창원에서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며 "갑자기 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단계적 통합'의 1단계가 강경우파냐 중도보수냐에 대해 한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 말은 원론적 차원"이라며 "(통합의) 방법론은 아직 당 내에서 공감대가 이뤄진 바 없다"고 했다.

단 현재 한국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주류세력 내에서는 창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애국당이 보인 행보에 대해 강한 반감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조원진 씨가 선거 과정에서 자기 장사를 하려고 얼마나 갖은 발악을 했느냐"며 "애국당과 먼저 (통합 논의를) 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고 본다. 게다가 애국당은 태극기 세력 중에서도 일개 지파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 주도' 정서, 이제 안 통해…젊은피 수혈, 싱크탱크 독립 필요"

김 원장은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수'의 위치는 어디였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산업화와 경제 성장, 무엇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절대적 우위에서(의) 보수 정치'를 가능하게 했고, 경제성장마저 시장 원리보다 국가주도 산업화와 독재정권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정서가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 관심사는 이미 다른 곳에 있는데 여기다 대고 계속 과거 프레임만 반복하니까 '꼰대 정당' 이미지만 강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국민 눈높이와 정서에 맞춰 나가야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고, 특히 20~40대 젊은층의 감수성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과 사회가 변하면서 기성세대와 다른 상태에서 태어나 생활하는 이들의 생각에도 주파수를 맞춰야 하는데, 보수 정당이 이를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20~40대의 고민이 무엇인지 파악해 거기에 맞는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아 한다"고 제안하고 "다만 이같은 20~40대 흡수가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편승하는 식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원장은 보수 혁신을 위한 과제로 "젊은 정치인의 수혈"과 정책 싱크탱크 강화를 들었다. 그는 "인재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당내에서 젊은 정치인들을 양성해서 계속적으로 수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법 개정을 포함해 과감하게 젊은이들에게 정당의 문호를 개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보수정치가 지금처럼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싱크탱크의 존재감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우리는 당의 싱크탱크가 지나치게 중앙당과 당 대표에 귀속돼 있어, 객관적·독립적 목소리로 담론과 여론을 형성하고 당의 균형 감각을 잡아주기보다 소수 실력자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따라서 싱크탱크의 예산과 조직을 독립시키고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확대함으로써 당의 철학과 이념적 토대를 마련하고 정책적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가 원장을 맡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은 대표적인 보수진영의 싱크탱크다. 앞서 4.3 보선을 앞둔 3월 중순께, 김 원장은 연구원 부원장 인선안을 만들어 당 지도부에 보고했으나 지도부 내 이견으로 보류됐다. 김 원장이 추천한 부원장 후보 가운데, 전당대회 과정에서 '태극기 세력'을 강하게 성토한 조대원 당협위원장(경기 고양정)이 포함됐다는 점이 불씨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당시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인선안 내용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부원장 인선안을 의결할) 여의도연구원 이사회는 연기된 것이고, 4.3 보선 전에는 이사회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이날 세미나에서 '중앙당·대표로부터의 싱크탱크 독립'을 거론한 것이 눈에 띄는 이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