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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내가 대표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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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내가 대표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인가?"

'손학규 흔들기' 일축 "그사람들 의도가 뭔지 다 알지 않나"

국회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4.3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지만, 당 정체성·노선을 둘러싼 구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뿌리깊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 본질로 보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8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창원성산 보선을 언급하며 "결국 거대 양당 구도, 좌우 분열 체제의 원심력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것을 보고 당 의원·지역위원장들이 다음 선거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음 총선은 다를 것"이라고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손 대표는 "집권 여당의 '노조 세력'과 제1야당의 '공안 세력'은 다음 총선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며 "여야의 균열 속에 중도세력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다. 중간지대, 중도세력의 확대로 우리가 새로운 주력군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단합하고 분열을 끝내고, 통합의 정치로 민생과 경제를 돌보는 정치세력의 위상을 확보하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 회의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이뤄졌다. 사실상 현 지도부에 대한 보이콧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석 최고위원인 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의 리더십, 비전으로는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에 대한 책임은 손 대표와 저를 비롯한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손 대표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며 사실상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하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손 대표를 뵙고 당 위기 타개 방안을 제안했다"며 "손 대표는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 대표는 지금의 위기를 남 탓하면서 뭉개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바른미래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며 "(원인은)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손 대표 체제"라고 손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앞서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조기 전당대회, 지도부 재신임 투표 등을 주장하며 손 대표를 압박한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은 보선 결과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평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지 보선 결과만이 아니라,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계 지도부가 추진해온 '선거제도 개편 패스트트랙'에 대한 이견이 내홍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른정당계의 구심인 유승민 전 대표는 앞서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에 대해 불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의 사퇴 요구에 대해 "지금 (내가) 대표를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인가"라며 불쾌감을 보였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뭔지는 언론도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어떻게 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한국당과) 통합한다는 이야기를 하느냐.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받아쳤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선거 득표율이 떨어졌다고 (지도부를) 바꾸라? 어림없는 소리"라고 사퇴론을 일축하며 "지금은 우리 당이 통합해 제3세력을 확실히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손 대표의 말에서 엿보이듯, 현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계가 보선 패배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을 통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 그룹'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개개편 방향은, 한국당에서는 당연히 '보수 통합을 해서 1:1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대한애국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다 통합해야 된다'는 흐름이 자연히 있고, 반대로 바른미래당에서는 '대한애국당하고 통합하려고 하는 한국당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끝까지 제3정당을 위해서 노력해 보자'는 흐름이 있다"고 진단했다.

손 대표의 '자강론'이나, 또는 민주평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망설이면서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의 제휴를 검토하는 것은 모두 이같은 '제3정당론' 즉 2016년 총선 때의 '국민의당 돌풍' 재현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난 총선 때는 안철수 당시 대표라는 대선주자가 있었던 반면, 내년 총선에서는 제3세력이 구성된다 해도 구심점 내지 '간판' 역할을 할 인물의 부재라는 현실적 한계가 지적될 수 있다.

박 대표는 "(반면) 한국당 중심으로 보수가 뭉치고, 민주당 중심으로 민주·진보진영이 합쳐지고 선거법 개정이 없다면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은 굉장히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총선 모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거의 1:1로 완벽하게 붙은 양당 구도로 갈 수 있다"고도 했다. 손 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의심대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과의 연대·통합을 추진한다면 이같은 양극 구도로의 재편에 힘이 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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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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