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위기의 카드사', 지난달부터 적자 전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위기의 카드사', 지난달부터 적자 전환

대형카드사 연체율 1% 높아질 때마다 3천억 손실 발생

지난 3년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치부되며 욱일승천을 거듭하던 카드사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지난달 적자로 돌아섰으며 나머지 상당수도 이달부터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져 카드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형카드사의 경우 연체율이 1% 높아질 때마다 3천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돼, 카드업계의 경영위기가 자칫 금융계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회초리 맞은 카드업계**

카드사 사장들이 15일 금융감독원 호출을 받고 한 자리에 모였다. 야단을 맞기 위해서였다.

야단을 맞을 만도 했다. 카드사들이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감수한 '무한 출혈경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감원이 이날 지적한 대표적 출혈경쟁은 세 가지였다.

첫번째가 주요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름값 할인 경쟁. 카드사마다 리터당 30~40원은 물론이고 모 은행카드사의 경우 특정요일에는 1백원까지 할인해주고 있을 정도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깎아준 기름값은 대부분 카드사 부담으로 돌아와, 최근의 카드사 수익 악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번째는 백화점 및 대형할인매장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정액 이상 구매시 구매액의 일정 비율만큼 깎아주는 할인경쟁이다.

백화점 및 백화점계열 대형할인매장의 경우 자사 카드로 물품을 구입할 경우 구입액의 일정율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일반 카드사들도 대형할인매장 이용 고객들을 상대로 일정액 이상 구매시 5~7%의 할인을 해주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카드사로 돌아오고 있다.

세번째, 나날이 장기화하는 무이자할부도 카드사 수익구조를 멍들게 하고 있다. 무이자 할부판매의 경우 수익분기점이 최장 3개월이다. 그러나 요즘 일부 카드사의 경우 6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해주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같은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건전경영'을 촉구하며, 만약 이를 어기고 과당경쟁을 계속할 경우 이를 경영실태 평가때 반영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여신전문협회 주관하에 '공정경쟁을 위한 자율결의'를 추진하고 기름값 할인 폐지 등 구체적 후속조치를 금명간 발표키로 했다.

***지난달부터 일부 카드사 적자 발생, 대형카드사는 연체율 1% 높아질 때마다 3천억 적자**

이날 금융감독원의 호된 질책을 받고 '강제 조정'을 받게된 카드사 표정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속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업계 스스로 멈출 수 없었던 제살 파먹기 과당경쟁을 정부 간섭으로 멈추게 된 점이 고맙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웬 관치냐"고 반발했음직도 한 카드사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지금 카드사들이 직면한 위기구조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사장은 "금감원이 적시에 잘 나서줬다"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그가 털어놓은 카드업계의 내부상황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몇배나 심각했다.

"솔직히 말해 우리 회사의 경우 지난달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메이저급인 K카드의 경우 간신히 10억 흑자로 발표했으나 내용적으론 이미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나머지 카드의 경우가 비슷한 처지여서 이번달부터는 대다수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돈을 벌 때는 한해에 1조원을 벌 수도 있으나, 상황이 나빠지면 정반대로 한 해에 1조원을 까먹을 수도 있는 게 카드업이다. 카드 실제연체율이 1%포인트씩 높아질 때마다 대형 카드사의 경우 3천억원씩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대형사의 경우 한창 돈을 많이 벌 때 비상시를 대비해 충당금을 상당부분 비축해 놓은 상태여서 당장 어려움을 겪지는 않겠으나, 사정이 그렇지 못한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는 곧바로 경영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돼 과거에는 2년이상 연체시에만 1백% 쌓도록 되어있던 충당금을 이제는 6개월이상 연체만 돼도 1백%를 쌓아야 하고, 3개월이상 연체시에는 50%를 쌓아야 한다. 최근 카드사들의 경영이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쪽이 죽을 때까지 경쟁을 계속하는 시장의 속성상 제살 파먹기식 과당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왔다. 예컨대 한쪽이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에서 구매액의 일정 부분을 깎아주는 카드 할인을 시작하면, 다른 쪽들도 뻔히 손해를 보는 줄 알면서도 그 뒤를 쫓아가는 식이었다. 이런 마당에 금감원이 나서 과당경쟁을 중지하라고 명령하니 고마울 뿐이다."

***카드산업 발전의 최대수혜자인 정부도 책임감 느껴야**

이 카드사 사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토의 계절'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들어 경기가 위축조짐을 보이면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개인워크아웃제도까지 실시되면서 '돈이 있어도 깎아주지 않으면 못갚겠다'는 배짱족까지 일각에서 출현하고 있다.

현재로선 과연 언제 연체율이 고점에 도달할지를 예측하기 힘들다. 내년초 정도에 고점을 찍는다면 견딜만하나 그 이후로도 계속해 연체율이 높아진다면 카드계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게 분명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카드산업의 융성은 현정부의 업적이자 작품이다. 세금감면 혜택 등을 줘 카드사용을 장려함으로써 소비가 왕성해지면서 내수경기가 활성화됐고, 그 결과 세원(稅源)이 노출되면서 세수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이 재작년에 2조원, 지난해에 9조원의 세수 초과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10조원이상 세수초과가 예상되는 것도 카드사용의 활성화 때문이었다.

정부는 때문에 카드남용이 사회문제화돼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각종 제재조치를 내놓으면서도 정작 카드사용에 대한 세금감면 등의 카드사용 활성화조치는 철회하지 않고 있다. 세금이 탐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야말로 카드산업 융성의 최대수혜자인만큼 초과세수의 일부를 카드신용불량자 재교육 등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카드사만을 마녀사냥 하듯 몰아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카드업계가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자칫 위기를 잘못 관리하다간 카드업계는 물론, 이들 카드사를 보유하고있는 은행 등의 동반부실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몇몇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경우 돈 벌어주던 효자였던 카드부문의 적자 전환으로 벌써부터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일확천금의 과욕을 버리고 원칙경영으로 거품을 제거해내는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