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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러 다 갚어? 또 사면해줄 텐데"

신용불량자, "빚 30% 감면해달라"에 카드업계 골치

연체율 급증에 고심하고 있는 신용카드업계에 말못할 골치거리가 생겼다. 장기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고객들 가운데 일부가 1일부터 시행되는 개인 워크아웃제도를 이용, 카드사에게 30%대의 카드 빚 탕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두차례 단행된 신용불량자 사면조치의 부작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다가, 금융기관에게 당당하게 빚 탕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선심성 '정치논리'가 경제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오늘부터 개인 워크아웃 실시**

1일부터 다중채무자 신용회복 지원협약, 일명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실시에 들어갔다. 카드 남용 및 가계대출 급증으로 신용불량자가 다시 3백만명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 차원에서 마련한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마침내 시행에 들어선 것이다.

신청자격은 협약에 가입한 은행, 보험, 신용카드, 상호저축은행, 농수협중앙회 가운데 2곳 이상에 총 3억원 미만의 대출금과 신용카드대금, 할부금융채권 등의 개인채무를 갖고 있는 1년이상의 신용불량자로,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의 수입이 최저생계비를 넘어서야만 한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5개이상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2천만원 이하인 신용불량자를 중심으로 개인 워크아웃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부분이 카드를 남용한 뒤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다가 파산한 신용불량자들로 1차 적용대상은 약 10만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어 2단계로 5천만원이하, 3단계로 1억원이하, 4단계로 3억원이하 순으로 대상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접수처인 은행연합회내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개인 워크아웃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통과자에 한해 5년이내에서 상환기간이 연장되거나 분할상환 또는 이자율 인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카드빚을 30% 까달라. 그렇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못 갚겠다"**

개인 워크아웃제는 한꺼번에 빚을 전액탕감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다. 문제는 당초 제도도입 취지와 달리, 이를 악용하려는 신용불량자들이 벌써부터 상당수 목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전업카드회사의 CEO는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실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카드 연체빚을 회수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제도가 본래 도입취지와는 달리 도리어 카드사들의 연체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이 '연체빚을 갚으라. 아니면 신용불량자가 돼 엄청난 불이익을 겪게 된다'고 독촉 전화를 하면 일부 연체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겁나지 않는다. 다음 정권에서 회복시켜 줄 텐데'라고 답한다"며 "현정부 들어 두차례 단행된 선심성 신용불량자 복권조치의 부작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실시되면 전체 채무액의 3분의 1까지 탕감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는 노골적으로 '카드빚을 30% 까달라. 그렇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못 갚겠다'고 말하는 연체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 워크아웃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 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는 절대로 신용불량자 복권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확고한 공약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차례의 신용불량자 사면, 신용사회 근간 뒤흔들어**

현정부는 집권후 두 차례 신용불량자 복권조치를 단행했다.

첫 복권조치는 99년 12월말에 단행돼 46만명이 혜택을 보았다. IMF사태로 본의아니게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번째 조치는 그 다음해 4월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어린 눈총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을 얻었다. IMF사태라는 것이 워낙 예기치 못한 재난적 성격이 강해, 한때 카드빚 연체율이 25%에 달할 정도로 살인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번째 단행된 2001년 5월1일의 2차 복권조치였다. 정부는 금융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1백8만명의 신용불량자 기록 삭제를 강행했다.
그 결과는 도루묵이었다. 사면때 줄어들었던 신용불량자 숫자가 1년도 안지나 원대복귀했다. 복권된 사면자들이 또다시 대거 신용불량자로 재등록됐다.
더욱 이번에는 대학생등 경제력이 없는 젊은층이 대거 카드빚을 떠안으면서, 일부 여대생의 경우 카드빚 상환을 위해 유흥업소에 나가고 남학생의 경우는 장기매매를 하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가 다시 내놓은 후속조치가 이번의 개인 워크아웃제도다.

이렇듯 일년에 한번 꼴로 '신용사회의 원칙'을 흔드는 조치가 잇따르다 보니,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겁내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를 망친 대표적 사례다.

***"집권하면 절대로 신용불량자 사면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공약 필요**

국정감사때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카드사들의 연체 상황은 심각한 지경을 넘어 위기감마저 느끼게 할 정도다.

카드사들이 손익분기점을 삼고 있는 연체율은 10%. 그러나 6월말 현재 전업카드사들의 평균연체율은 9.9%로 적색선에 바짝 도달한 상태다. 개중에는 우리카드처럼 연체율이 15.8%에 달한 곳을 비롯해 신한카드(10.8%), 현대카드(10.6%), 동양카드(10.2%), 엘지카드(10.2%)처럼 적색선을 이미 넘어선 곳도 적잖았다.

삼성카드의 경우는 6월말 현재 연체액이 1조31억원으로, 1조원선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연체내역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회수 가능성이 높은 '1개월 미만' 연체액은 2천8백9억원에 그치는 반면 회수 가능성이 낮은 1개월이상 연체액은 무려 7천2백22억원이나 됐다.

최근 신용평가기관들이 카드사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카드사 주가가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1차적으로 무차별적 매출 확장전쟁을 벌어 카드사에게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신용불량자 사면조치를 남발함으로써 신용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정부 책임도 존재하고 있다.

"집권하면 절대로 신용불량자 사면을 하지 않겠다."

다음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대선후보들이 반드시 공통적으로 내세워야 할 공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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