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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몸사리기'에 몸살난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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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관료 몸사리기'에 몸살난 하나은행

국정조사 의식 몸조심, 특혜시비도 큰 부담

서울은행 인수와 관련, 정부가 사실상 론스타 추가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하나은행에 초비상이 걸렸다.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9일 "론스타의 추가제안은 입찰규정 위반이며 매각 과정이 기준없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론스타의 추가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또 "서울은행 직원들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으며 합병하게 되면 합심해 잘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은행도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 우량한 은행이었으며 경영난에 빠진 것은 직원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당초 방침에서 크게 후퇴해 서울은행 인수가격을 다시 높게 써낼 용의가 있으며, 처음에 서울은행 인수 전에 정부의 힘을 빌어 하려던 서울은행 직원의 감원숫자도 상당 폭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 하겠다.

하나은행은 론스타의 추가제안 소식이 알려진 8일만 해도 "수정안을 낼 생각은 없다. 정부가 론스타 추가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서울은행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호언했었다. 그러다가 하루만에 태도를 1백80도 바꾼 것이다.

그 속내는 무엇인가.

***관료들의 경쟁적 '책임 떠넘기기'**

하나은행이 하루사이에 입장을 바꾼 데에는 정부가 론스타의 추가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9일 재정경제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위원회 등 서울은행 매각 유관부처는 일제히 몸을 사리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감위의 이근영 위원장은 이날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론스타 추가제안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예금보험공사(KDIC)와 (주간사인) 골드만 삭스가 추가제안의 적법성에 대한 유권해석과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책임을 예금보험공사에게 떠넘겼다.

그러자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은행 민영화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는 론스타의 수정제안 사실과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서울은행 민영화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보고후 논의결과에 따라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을 공자위로 떠넘긴 셈이다.

재경부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재경부는 당초 이날 은행제도과에서 론스타 추가제안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대신 재경부 김영주 차관보는 예금보험공사의 보도자료가 나온 뒤 "수정제안 제시는 법적인 하자가 없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16일 공자위 회의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지, 매각소위에 다시 내려보낼지 여부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가 공을 떠넘기는 양상이다.

***관료들이 몸을 사리는 속내는?**

유관부처의 이같은 공 떠넘기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이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서울은행의 매각 가격을 높이려는 속셈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론스타가 좋은 조건을 추가로 써낸 만큼 정부가 론스타 제안을 검토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하나은행도 추가제안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인수 못하면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며 "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하나은행이 아닌 정부"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관료의 전형적 몸사림'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주로 하나은행등 금융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관료들의 몸사림은 8.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가을 정기국회에서의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기정사실화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 추가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에서 왜 헐값에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에 팔았냐는 특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그 결정을 공적자금관리위원회로 떠넘긴 게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을 던졌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정부가 몸을 사림에 따라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한 론스타가 새로 내놓은 추가제안만큼 인수가격을 올려야만 할 것"으로 내다봤다.

***론스타는 부시대통령 텃밭인 미국 텍사스의 펀드**

일각에선 '론스타의 파워'에 정부가 겁먹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론스타가 미국계 대형펀드, 그것도 조지 W.부시 미국대통령의 텃밭인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펀드라는 대목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론스타는 IMF사태 직후 한국에 진입해 부동산 담보부 부실채권(NPL)을 전문적으로 거래해 떼돈을 번 펀드로 유명하다. 론스타의 존 글레이킨 회장은 "지구 한 바퀴를 돌면 수조원을 끌어들인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구조조정전문가로 유명하다.

론스타는 IMF사태 직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산업은행, 조흥은행, 평화은행 등과 손잡고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도기업의 부동산 담보 부실채권을 5조원어치나 헐값에 사들였다. 론스타는 2000년이후 경기가 살아나자 이들 부동산을 제값을 받고 되팜으로써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론스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했으며, 요즘 들어서는 대만의 제일은행, 일본의 도쿄 소와은행(현재의 도쿄 스타은행) 등 부실금융기관들을 사들여 경영을 정상화한 뒤 이를 비싼 값에 되파는 '은행 가공업'에도 적극적이다. 론스타가 이번에 서울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위세와 배경이 만만치 않은 론스타는 그동안 서울은행 인수협상 과정에 그 내역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흘리며 우회적으로 정부를 압박해왔다.

***공짜로 서울은행을 삼키려 한 하나은행의 자충수**

이유가 어떤 것이었든간에 정부가 몸을 사리자 몸살이 난 쪽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년간 한미은행, 제일은행과의 합병협상에서 잇따라 실패한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서울은행 인수에 생명선을 걸고 있으며, 이를 위해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온갖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표현을 빌면 "99% 인수를 확신하던 차"에 론스타의 기습적 추가제안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하나은행의 접근 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임원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계펀드보다는 국내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게 백배 낫다"며 "제일은행 인수후 향후 은행산업의 생명선인 IT(정보기술)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장부상 이익만 높이려 한 미국 뉴브릿지캐피탈이 그런 대표적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론스타보다는 하나은행이 인수하는 게 전체 은행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하나은행의 협상태도에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면서 존속법인을 서울은행으로 하는 편법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보려 한 대목이 그런 대표적 예"라며 "정부 관료들은 외형상 매각가격만 높으면 된다는 식이나 결국은 국고에 들어올 돈을 빼내 하나은행의 배만 불려주는 식"이라고 정부와 하나은행의 야합을 비판했다.

그는 또 "하나은행이 은행인수 전에 정부의 손을 빌어 서울은행 직원들을 감원하려 한 대목도 서울은행 임직원들의 집단적 반발을 초래한 자충수였다"며 "정부와의 물밑협상을 통해 거의 공짜로 서울은행을 삼키려 한 태도가 작금의 어려움을 자초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하나은행,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저런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서울은행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

정부는 투명한 자세로 국익 보호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몸을 사리는 복지부동의 자세도 버려야 한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마치 정부만 잘 구슬리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처럼 여기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9일 "서울은행도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 우량한 은행이었으며 경영난에 빠진 것은 직원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을 말이 아닌 몸으로 입증해줘야 한다. 아울러 세금감면 특혜로 불로소득을 거두려는 안이한 접근태도도 바꾸어야 한다.

이처럼 근원적 협상태도의 전환이 없다면, 설령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할지라도 정부와 하나은행은 오는 가을 국회에서의 공적자금 국정조사 및 여론의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협상주체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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