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가 '꿩 먹고 알 먹는 식'으로 특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꿩'은 최고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세금혜택이다. '알'은 정부가 대신 해주기로 한 서울은행 직원 감원이다.
과연 이같은 저자세를 취하면서까지 정부가 굳이 5조6천여억원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간 서울은행을 서둘러 매각해야 할 이유가 뭐냐는 게 세간의 비판여론이다.
***"매각액보다 세금혜택 규모가 더 커, 실제로는 공짜 인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하나은행을 서울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선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의 서울은행 매각결정이다.
공자위는 당초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매각소위의 매각결정을 추인하려 했으나, 이때 문제가 된 것이 합병에 따라 하나은행이 얻게 될 '세금감면 혜택' 규모였다.
서울은행은 현재 6조5천억대의 이월결손금을 안고 있다. 현행법은 이월결손금에 대해 당기순이익의 29.7%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현행법상 앞으로 5년간 세금감면을 받게 돼 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에 뛰어든 가장 큰 노림수도 다름아닌 세금감면 혜택이었다.
하나은행은 앞서 제일은행 인수를 위해 뉴브릿지캐피탈과 지난 5월까지 구체적 협상을 벌였었다. 이 또한 제일은행 인수때 반대급부로 얻게 될 세금감면을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뉴브릿지캐피탈이 합병시 하나은행이 얻게될 세금감면액을 매매가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면서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협상은 결렬됐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 대신에 서울은행 인수에 뛰어들었다. 역시 가장 큰 노림수는 세금감면 혜택이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이번에는 협상이 잘 흘러가, 서울은행 최대주주인 정부와 사실상 협상이 타결됐다.
***정부가 보이는 이해 안가는 모습**
협상 타결후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정부와 하나은행이 한 목소리로 "서울은행 인수에 따른 세금감면 액수가 알려진 것보다 적다"고 강조하는 대목이었다.
이같은 모습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파는 쪽은 물건값을 높게 부르고, 사는 쪽은 물건값을 깎으려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서울은행 매각에서는 파는 쪽까지도 물건값을 낮게 부르는 이해 안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인수할 경우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합병주체가 존속법인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례성의 노림수는 다름아닌 세금감면 혜택이다. 서울은행을 합병의 존속법인으로 삼을 때에만 현행법상 하나은행까지도 세금감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기서 한 술 더 떠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하더라도 합병은행의 이름은 '하나은행'으로 쓸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려줬다. 이 또한 특혜성 조치다. 일반적으로 합병은행의 이름은 존속법인의 이름을 따르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세금감면액 차이 1조원, "정부-하나은행은 3천억, 서울은행은 1조3천억원"**
이렇게 각종 특혜적 수단을 동원해 하나은행이 얻게 될 세금감면 혜택은 얼마나 될까. 문제는 서울은행측 주장과 정부-하나은행측 주장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울은행 합병으로 하나은행에 얻게될 세금감면 효과를 3천억원대로 평가했다. 하나은행은 2천~3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서울은행은 최고 1조3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서울은행은 올해말 예상 당기순익이 3천억원,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4천3백억원으로 올해에만 2천1백68억원의 세금감면이 예상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향후 5년간 법인세 감면혜택 규모를 따지면 최고 1조3천억원의 세금감면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시장 관계자들도 세금감면액이 최소한 5천억원에서 최고 9천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가 나도 너무 액수가 크다. 지난 7일 열렸던 공자위 전체회의에서도 하나은행이 받을 세금혜택이 매각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일부 위원이 문제를 제기, 최종 결정이 미뤄졌을 정도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천5백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합병으로 세제혜택이 발생하는 2003∼2006년의 예상이익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현가할인한 절세효과는 최소한 5천억~9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세금감면 혜택액을 8천억∼9천억원대까지 평가하고 있다.
정부나 하나은행측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왜 자신들의 계산법에 따를 때 감세효과가 3천억원밖에 안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반박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밖에 정부에 대해 현재 서울은행이 진행중인 동아건설 소송관련 1천억원과 러시아차관 원리금 1천8백96억원에 대해 유사시 정부가 이를 보전해준다는 면책조항(indemnity) 2천8백96억원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의 풋백옵션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를 인수비용에서 제외하면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가격은 7천억원대로 낮아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정부, 하나은행 대신 손에 피 묻히기로 합의**
정부가 하나은행에 준 또하나의 특혜는 합병에 따른 감원을 정부가 대신 해주기로 한 점이다. 속된 말로 하나은행 대신에 정부가 손에 피를 묻히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가 가시화된 직후 금감위 등 정부 관계자들은 경쟁적으로 "서울은행이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개선 이행약정(MOU)을 지난해 3.4분기부터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정부 직권으로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감원해야 할 구체적 숫자까지도 언급했다. 감원 5백19명, 점포 폐쇄 14개라는 식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하나은행이 협상과정에 "서울은행 인수 전에 정부가 책임지고 서울은행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줄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감원요구에 대해 서울은행측은 펄쩍 뛰는 분위기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3.4분기이후 MOU를 이행못한 것은 하이닉스에 신규여신을 안하는 대신 기존채무 1천7백50억원을 한꺼번에 탕감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정부 또한 이를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정부가 지금 와서 이를 문제삼아 감원을 단행하려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신규부실을 막기 위한 개혁조치를 지금 와서 정부가 악용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이 관계자는 또 "점포중복율이 하나-서울보다 몇배나 많은 주택-국민의 경우 합병후 감원을 하지 않았다"며 "합병하면 우선 사람부터 자르고 보자는 식의 하나은행 사고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은행 노조는 8일 본점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결의한 뒤 금융감독위원회 앞에서 합병 반대집회를 갖기로 했다.
***정부, 하나은행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녀**
이처럼 정부의 서울은행 매각은 여러모로 '검증' 받아야 할 대목이 많다.
한 기관투자가는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는 여러모로 남는 장사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 평가"라며 "이같은 평가가 나온 데에는 정부의 지극히 하나은행 우호적인 협상태도에서 기인하는듯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은행을 뉴브릿지캐피탈에 매각했다가 국부유출 논란에 휘말린 정부로서는 론스타 대신에 하나은행을 선호한 대목이 충분히 이해간다"면서도 "정부가 너무도 일찌감치 이같은 입장을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하나은행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간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또하나 지적해야 할 대목은 매각대금을 현금이 아닌 합병은행 주식으로 받기로 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에 하이닉스 반도체를 미국 마이크론에 마이크론주식을 받고 팔기로 했다가 마이크론 주가가 폭락하면서 매각이 백지화된 경험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다시 주식으로 매각대금을 받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앞으로 두고두고 큰 부감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져 반등 여지는 있으나 은행주의 경우 이미 오를만큼 오른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의 서울은행 매각은 여러모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시장의 차가운 반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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