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미국의 다우지수 등 3대 지수가 대폭락했다. 다우지수의 경우 98년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장중 한때 8천선이 붕괴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얼마나 더 폭락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황 전야(前夜)'의 분위기다.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투데이 칼럼니스트 월터 샤피로는 이미 17일(현지시간) '월가에 대한 신뢰는 붕괴했고 불황이 찾아왔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맨허튼의 정신과 상담실에 주식투자 손실로 충격을 받은 환자들이 몰려들고 투자은행원들은 대학생 자녀 학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작금의 공황적 상황을 전했다.
그는 "현재 미국인들은 문제를 극복해낼 심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며 "미국인들 사이에는 월가의 '지킴이'가 돼야할 회계사와 기업이사회에 속았다는 배신감이 엄청나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사악한 최고경영자들과 한통속인 회계사들이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보다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는 극언도 서슴치 않았다.
샤피로는 이어 "기자들은 '부시가 경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주가는 떨어진다'는 새로운 정치법칙을 믿게 된 것처럼 보인다"며 "증시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뉴욕의 공포감이 확산될 것이며 이것이 부시와 공화당이 직면한 진정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주류집단이 즐겨보는 매체인 반면, USA투데이는 미국 전역의 일반 국민들이 즐겨보는 대중매체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USA투데이가 본격적으로 공황적 분위기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지금 미국 전역이 얼마나 커다란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증거로 해석가능하다.
다음은 미국의 공황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월터 샤피로 칼럼의 주요내용이다.
***월터 샤피로의 '월가에 대한 신뢰는 붕괴했고 불황이 찾아왔다' 칼럼 요지**
맨해턴 거리가 또다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이번에 찾아온 위협은 암약하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것이 아니다. 증권사의 월례보고서처럼 일상적인 것이며 다우지수처럼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1987년 증시 폭락사태 이후 이처럼 수많은 뉴욕사람들이 무방비로 방치된 느낌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대 테러리즘 전쟁에 대한 관심은 '포트폴리오 전쟁'에 대한 공포에 짓눌린 상태다.
맨해탄의 한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상담실에 주식투자 손실로 충격을 받은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갖가지 소설 문구를 인용하며 대화를 하던 문예출판사 편집장조차 "요즘 재테크는 어떻게 하세요"라고 묻는다. 식사시간에 돈 얘기를 금기시하는 투자은행원들도 "자식들 대학학비를 어떻게 충당하나 갑자기 걱정하게 되었다"고 털어놓는 실정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지난 16일 상원 연설에서 "투자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생산성은 상당히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그린스펀이 경제주요지수가 튼튼하다고 말하니 우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40년래 인플레이션은 가장 낮은 수준이고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다는데 증시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으니,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분명히 기업결산보고서가 보따리장수의 약속을 믿으라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은 "기업의 비리가 재연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당분간 의심될만한 회계처리가 추가적발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말대로라면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데 왜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일까. 9.11 테러사태로 인한 충격에서도 기적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여준 증시의 탄력성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사악한 최고경영자들과 한통속인 회계사들이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보다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었던 이유와 투자심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작금의 경제적 공황심리에 대한 설명을 위해 두가지 이론을 들 수 있다. 영화 <조스 2>의 유명한 선전문구 "바다로 다시 가도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를 떠올려보라. 9.11 테러의 공포를 이겨내면서 미국인들은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침체된 증시처럼 문제를 극복해낼 심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일지 모른다.
월가의 '지킴이'가 돼야할 회계사와 기업이사회에 속았다는 배신감은 엄청나다. 미래의 경제를 위협하는 이 악당들은 이질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한 이슬람 원리주의 광신도가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이다.
월가를 위협하는 악마가 '탐욕'이라는 한물간 형태의 사탄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현재 투자신뢰의 위기는 정치적 함의도 담고 있다. 워싱턴이 근시안적으로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행태는 증시의 향방을 가르쳐준다는 경제토크쇼에 목매달고 있는 투자자들의 조급함을 꼭 닮았다.
누군가 권위적인 답안을 내놓길 갈망하며 이런 족속들이 모여들다보면 인과관계의 기본적인 원칙도 무시한 광적인 과잉반응이 난무할 뿐이다.
이런 현상은 부시 대통령이 15일 연설할 때 전형적으로 일어났다. CNN이 부시의 연설과 떨어지는 주가를 나란히 보여주자, 당황한 공화당측은 이를 마치 정치광고에 대한 유권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처럼 대했다.
물론 두 가지 사건은 동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인과관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논리는 둘째치고 기자들은 "부시가 경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주가는 떨어진다"는 새로운 정치법칙을 믿게 된 것처럼 보였다. 한 예로 이상하게도 막판 추격매수가 일어났을 때 이것이 부시의 연설에 대해 뒤늦게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증시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뉴욕의 공포감이 확산될 것이며 이것이 부시와 공화당이 직면한 진정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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