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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최대 독소는 축구협회 권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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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최대 독소는 축구협회 권위주의

"이대로 가면 4강신화는 도루묵 신세될 것"

지난 2일 대한축구협회가 월드컵축구 대표팀에게 포상금을 차등지급하기로 결정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여론과 선수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23명 선수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3일 밤 "원만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균등지급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차등지급이냐 균등지급이냐가 아니라, 이번 파동과정에 축구협회가 보인 시대착오적 권위주의, 관료주의라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축구협회가 이런 식의 태도로 선수와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 할 경우 우리 대표팀이 어렵게 이룩한 월드컵 4강신화도 조만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선 차제에 축구협회를 근원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선수단, "차별해 줘도 똑같이 나눠갖겠다"**

3일 대표팀 자축연이 열렸으나 분위기는 우울했다. 전날 축구협회가 포상금 차등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결정이 나오자마자 선수들은 이 문제를 숙의했다. 도출한 결론은 "받으면 똑같이 받자"는 것이었다.

3일 대표팀 주장인 홍명보 선수등이 대한축구협회를 방문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만약 축구협회가 끝까지 차등지급을 고집한다면 받은 돈을 모아 똑같이 나눠갖겠다는 입장도 통보했다. 또한 이에 따른 세금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협회의 지급 명세에도 차등지급 액수가 아닌 똑같이 나눈 액수(2억 6천5백만원)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연 전무 등 강경파는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수들이나 여론에게 협회가 밀릴 수 없다'는 식의 일종의 권위의식 때문이었다.

이같은 축구협회 이사회의 권위주의는 차등지급을 결정한 지난 2일 이사회 회의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사회가 열렸을 때 일부 이사는 "차등지급이라는 원칙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균등지급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조중연 전무 등은 "이미 발표한 내용인 만큼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고집해 차등지급안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극단적인 관료주의이자 권위주의였다.

조중연 전무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균등지급하라는 것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내 자리를 걸고서라도 차등지급은 관철시키고 말겠다. 차등지급 결정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 다수를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매카시적 발언이었다.

균등지급은 국민 다수의 뜻이었다. 야후!코리아(http://www.yahoo.co.kr)가 지난달 27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투표에 따르면 3일 오후 8시30분현재 총 5만1천4백90명의 참여자 중 약 81%인 4만1천7백58명이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차등지급에 찬성하는 의견은 약 17%인 8,992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1일 스포츠전문지 굿데이가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균등지급 82%, 차등지급 18%)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축구협회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안 깨면 4강신화는 도루묵 신세될 것**

네티즌들은 처음에는 차등지급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지만, 이제는 축구협회의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그냥 뒀다가는 큰일 나겠다며 축구협회의 전면개혁을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무능, 파벌, 관료주의로 악명높은 축구협회 개혁이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 발전의 핵심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차등지급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문제를 떠나서 고과평정의 권력을 누리려는 사리사욕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면서 "과거 차범근씨가 98년 프랑스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있을 때 기술위원장이 조중연 전무였으며 사사건건 감독과 의견을 달리해 팀 전력에 큰 손실이 초래됐다는 것은 축구계에서는 다 아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시 차범근 감독은 선수 선발권도 아닌 3명의 선수 추천권만 허용될 정도로 감독의 권한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실제의 선수 선발권은 축구협회에 의해 장악됐고, 이 과정에 각종 학연을 둘러싼 특혜설과 자금 수수설등이 축구계 안팎에 나돌았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초 취임하면서 선수선발의 전권을 요구해 이를 관철했고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만 하는 '어머니 역할'에 치중했다. 이같은 권한 위임이 있었기에 감독의 카리스마가 생겨 4강 신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증폭되는 정몽준 띄우기 의혹**

일각에서는 이번 축구협회의 차등지급 강행결정의 이면에 모종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조중연 전무는 정몽준 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측근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균등지급'을 요구하는 대다수 축구팬들의 여론을 알면서도 조 전무가'차등지급'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등급판정은 회장단에 위임한 것 자체가 '균등지급의 공을 정몽준 회장에게 돌리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균등지급하라는 것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내 자리를 걸고서라도 차등지급은 관철시키고 말겠다. 차등지급 결정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조 전무가 3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저녁 정몽준 회장은 "국민의 뜻을 무시할 수 없으며 차등지급 문제를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내부를 잘 아는 한 축구전문가는 "정 회장의 심중을 잘 헤아리기로 유명한 조중연 전무가 정 회장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조 전무는 차등지급을 밀고 나가고 정몽준 회장은 국민정서를 고려한 뒤집기로 인기를 높이려는 모종의 대선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세간의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차등지급 방침이 번복되면 자리를 내놓겠다던 조중연 전무 문제를 과연 정몽준 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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