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일 이사회(의장 조중연 전무)를 열어 월드컵 4위에 오른 대표선수들에 대한 차등지급 방침을 강행키로 확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한축구협회의 반(反)여론적 결정이 연말 대선 출마를 타진중인 정몽준 축구협회장에게 막판에 극적으로 '평등지급'의 공을 돌리기 위한 고도의 연막전술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차등지급하되, 선수 구분과 포상금 차별은 회장단에게 일임키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대표팀 23명을 활약도에 따라 A,B,C 세 등급으로 구분해 포상금을 차등지급키로 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4강 진출시 협회가 약속했던 포상금 3억원은 오직 A등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에게만 지급된다. B, C등급 선수들의 포상금액은 회장단에 위임키로 했다.
또한 세 등급으로 선수들을 구분하는 작업과 국내파 코치들의 포상금액도 회장단이 결정토록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4강 진출에 따라 '25만달러+α'를 받는 등 외국인 지도자들의 보너스 내용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포상금은 5일 오후 해단식때 지급될 예정이다.
이같은 축구협회 결정에 따라 A등급으로 분류될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4억원의 포상금을 지급받게 될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약속한 포상금 3억원외에 정부가 별도로 보너스 1억원씩을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대표팀 23명의 선수 중 월드컵 6경기에서 한 경기라도 출전했던 선수는 18명이고,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은 선수는 모두 5명이다.
***국민 82%가 반대하나 축구협회는 '마이웨이'**
이같은 축구협회 결정은 한 마디로 '반(反)여론적'이다.
포상금 차등지급 사실을 제일 먼저 문제삼은 것은 지난 6월 24일 아침 내보낸 본지의 "태극전사들에게 웬 포상금 차등지급?"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전무는 6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미 포상금 지급안의 규정에 나와있듯 23명의 선수가 똑같은 금액을 포상금으로 받게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사회에서 선수별로 공헌도에 따라 차등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밝혔었다.
조 전무는 "어떻게 공헌도가 다른데 같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월드컵 대회 경기에 출장 횟수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지만 그밖에 여러가지 요소를 참고해 선수별로 평가를 거쳐 지급액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 기사가 나간 뒤 네티즌과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대한축구협회의 조중연 전무는 6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상급 지급에 관련해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당초의 '차등지급' 방침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조 전무는 "지난 22일 차등지급한다고 말했던 것은 프랑스 월드컵 등 과거에 차등지급했다는 것이지, 이번 2002한일월드컵의 경우에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상급 지급 방식에 관해서 최종결정은 대회가 끝난 후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차등지급 보도가 나가자 한겨레신문 등 다수 언론들은 이를 문제 삼았고, 여론조사 결과도 '평등 지급'을 하라는 것이었다.
한 예로 스포츠신문 굿데이가 최근 실시한 '축구대표팀 포상금 지급 어떻게 해야 하나?'의 네티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천2백30명의 네티즌이 참가해 82%(2천6백33명)이 '균등지급해야 한다'에 찬성했다. 반면에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18%(5백97명)에 그쳤다.
***'정몽준 띄우기' 연막전술 아니냐?**
이처럼 국민 대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 이사회가 2일 차등지급 방침을 확정한 것은 여러 모로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 지배적 여론이다.
가장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이사회가 차등 지급 방침을 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선수들을 등급별로 나누는 방안과 포상금 액수를 '회장단'에게 일임한 대목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조중연 전무는 지난달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월드컵 대회 경기에 출장 횟수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며 그밖에 여러가지 요소를 참고해 선수별로 평가를 거쳐 지급액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요컨대 대한축구협회가 내부적으로 구체적 분류방식을 마련해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국민 대다수로부터 욕먹을 구체적 선수 분류 및 포상금 액수 결정을 회장단에게 일임했다는 사실은 평소 축구협회 임직원들이 정몽준 회장을 하늘처럼 떠받들어 왔다는 대목과 비교할 때 도통 납득이 안가는 결정이라는 게 축구계 안팎의 일반적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이같은 대한축구협회의 반(反)여론적 결정이 연말 대선 출마를 타진중인 정몽준 축구협회장에게 막판에 극적으로 '평등지급'의 공을 돌리기 위한 고도의 연막전술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즉 정몽준 회장이 이사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해 평등지급을 결정함으로써 국민적 인기를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의혹 제기다.
이제 공은 정몽준 회장쪽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과연 정 회장이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차등지급을 강행할지, 아니면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인지를 예의주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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