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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성환 돈 가운데 10억원은 김홍업 돈"

97년 대선 잔여금인가, 그후 조성된 비자금인가가 수사초점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지난해와 올해초 친구 김성환씨로부터 빌렸다고 주장해온 10억원이 실제는 김홍업 부이사장 본인의 돈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돈이 97년 대선 잔여금인지 아니면 대선 이후 조성된 자금인지를 집중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내일신문이 8일 보도하고, 이 사실을 청와대가 간접시인함으로써 드러났다.

내일신문은 '김성환씨 차명계좌 중 10억원은 대선 잔여금 등 홍업씨 돈'이라는 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와 김성환씨 변호인 등에 따르면, 김홍업씨가 97년 대선때 쓰고 남은 잔여금을 포함해 10억여원을 ROTC 동기이자 고교동창인 김성환씨를 통해 자금세탁을 한 뒤 이 가운데 5억원을 아태재단 신축공사비로, 1억원을 재단관계자 퇴직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내일신문 보도에 대해 "액수는 그보다 적으며 대선 잔여금이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홍업씨의 돈을 김성환씨가 관리해왔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1997년 대선 당시 홍업씨가 운영한 '밝은 세상'이라는 홍보기획사의 자금 중 일부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돈의 성격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이용호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김성환씨 차명계좌에 드나든 자금중 10억원은 1년여 전에 수표가 발행되는 등 통상적인 거래 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김 부이사장의 돈이 대선 잔여금으로 밝혀지면 비공식적인 대선자금 조성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적쟎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97년 대선 후 "국고 보조금과 당비만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국민회의는 "2백61억원으로 97년 대선을 치렀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었다.

반면 이 돈이 대선 잔여금이 아니라 98년 집권후 조성된 비자금이라면 김홍업 부이사장은 사법처리 대상까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특검팀에서 수사했던 한 관계자는 "김 부이사장 돈의 출처가 대선 잔여금 등 과거 정치 자금이라면 법률적으로 문제삼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97년 대선 자금이 김성환씨가 개설한 계좌에 오랫동안 섞여 있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8일 이 문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정식 제출, 대여 공세를 본격화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제출한 '김대중평화재단(아태재단)과 김홍업 등의 이용호·정현준·진승현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3대 게이트의 종착점은 아태재단과 김홍업 재단 부이사장"이라며 김성환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김홍업씨인지, 그 윗선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내일신문 8일자 보도 전문이다.

***내일신문 8일자 보도 전문**

검찰이 거래 내역을 추적중인 1백억원대의 김성환씨 자금 가운데 10억여원이 대통령 차남인 아태재단 부이사장 김홍업씨의 돈이며, 여기에는 97년 대선 잔여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인사와 김성환씨 변호인 등에 따르면 김홍업씨는 97년 대선 때 쓰고 남은 잔여금을 포함해 10억여원을 ROTC 동기이자 고교동창인 김성환씨를 통해 자금세탁을 한 뒤, 이 가운데 5억원을 아태재단 신축공사비로, 1억원을 재단관계자 퇴직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3일 "문제가 되고 있는 김성환씨 자금 가운데 10억원 정도는 김홍업씨 돈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97년 대선 이전에 조성된 자금이라서 법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청와대 핵심인사는 7일 "특검이 문제삼은 10억원은 김홍업씨가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은 돈이라는 건 웬만큼 알려진 것 아니냐"면서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검찰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검 및 검찰 수사**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재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김종빈 검사장)는 김성환씨의 자금 거래내역 가운데 돈 세탁으로 의심되는 흔적을 포착, 돈의 흐름을 정밀 추적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추적 결과 김성환씨가 자금을 관리만 했을 가능성이 발견됐고, 입출금 내역 중 상당부분은 돈세탁 과정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검찰의 자금추적이 김성환씨 등 관련자 소환을 통한 김홍업씨 자금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차정일 특별검사팀은 지난 달 25일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1년전에 발급된 수표 10억원에 대해 "통상적인 거래성 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호인 해명과 법률적 판단**

김성환씨에게 법률적 자문을 하고 있는 한 변호인은 2일 "김성환씨가 김홍업씨에게 빌렸다가 갚은 돈이 있다"고 밝혀, 이제까지 아태재단측이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김성환씨에게 돈을 빌렸다는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이 변호인은 "언론에서 못볼 것을 봤다는 건 대선자금을 얘기하는 것일텐데, 97년의 일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변호인은 청와대 인사의 확인을 거쳐 3일 재차 문의했을 때 "대선 잔여금에 대해 김성환씨에게 들은 바 없다"고 발을 뺐다.

김홍업씨 돈의 출처가 대선 잔여금 등 과거 정치자금이라면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97년 11월 이전에 대가성 없이 받은 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98년 2월 친인척 자금을 포함한 김대중 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조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97년 대선 당시 홍보기획회사인 '밝은세상'을 운영한 김홍업씨가 그동안 이렇다할 수입원이 없었기 때문에 10억여원 가운데 98년 이후 조성된 자금이 있다면 이권 관련 여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파장**

김홍업씨 돈이 대선 잔여금으로 드러나면 법률적으로 문제될 게 없어도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등을 이용, 97년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했다는 공세를 받고 이는 한나라당의 역공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98년 9월에도 한나라당은 검찰이 '세풍' 수사를 착수하자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자금 및 비자금의 모금과 집행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키로 하는 등 맞불작전을 구사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11월14일 이후 정치자금법을 지켜왔다"면서 "국고보조비와 당비만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민회의는 2백16억원으로 97년 대선을 치렀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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