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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향후정국의 최대변수는 '이명재 변수'

1일 검찰 수사방향 발표 앞두고 정가 긴장

"이명재 검찰총장이야말로 당대 최고의 검사다."

차정일 특검이 특검해체에 즈음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명재 검찰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이기도 한 차 특검이 평소 이 검찰총장을 얼마나 믿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차 특검은 그러나 특검 1백5일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기면서 이 검찰총장에게 한 통의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이 검찰총장에게 그 어떤 부담도 안겨주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굳이 어떤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이 검찰총장이 "잘 해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해석이다.

특검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자료검토를 마치고 오는 1일 검찰이 앞으로 펴나갈 '수사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 정치권과 관계, 벤처업계 등은 검찰의 1일 발표를 긴장감 속에 지켜보는 분위기다. 검찰의 수사방향에 따라 앞으로 각 부문에 미증유의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태재단을 정조준하는가**

"향후 정국의 최대변수는 이명재 검찰총장이 될 것이다. '이명재 변수'가 최대변수인 셈이다."

한 경제계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들은 정치권 등지에도 많다. 왜 '이명재 변수'인가.

그 뿌리는 차정일 특검에서 찾아야 한다. 이용호게이트의 뿌리를 추적하던 차 특검 수사는 '진행형'에서 중단됐다. 수사가 중단된 대목은 아태재단 의혹이었다. 특검은 아태재단의 실질적 운영자인 김대중대통령 차남 김홍업 부이사장의 고교동기인 김성환씨 계좌에서 90억원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 10억원이 아태재단 관계자들에게 흘러들어간 비정상적 자금이라는 심증을 굳혔다. 이용호게이트 비리의 몸통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주어진 시간이 없었다. 두 차례나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했고, 민주당이 특검 재연장에 반대했다.
차 특검은 자진해산을 결정했다. 바톤을 이어받을 주자가 이명재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기에 '믿고' 넘겼다는 게 차특검 주위의 전언이다.

실제로 특검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특검의 뒤를 이어 비리의 본질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8일 이용호게이트와 관련, 세 가지 의미심장한 수사방향을 밝혔다.

첫번째, 김성환씨의 관련 계좌추적 작업을 확대했다. 특검이 밝힌 김씨의 4개 참여계좌 및 연결계좌 외에 이들 계좌와 거액의 자금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2~3개를 추가로 발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입출금 내역을 확인키로 했다.

두번째, 김성환씨가 청와대 인사 및 신승남 전 검찰총장 등 일부 검찰간부와 전화 또는 대면으로 접촉한 상황을 확보, 구체적 정황을 캐기 시작했다.

세번째, 아태재단 이수동 전 상임이사 집에서 발견된 언론개혁 문건 등에 대해 문건 출처 및 작성자, 입수경위 등을 추적중이다.

검찰의 수사방향이 아태재단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다. 경우에 따라서 '이명재 변수'가 향후 정국의 최대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추운 날 얼어죽을지언정..."**

이명재 검찰총장은 지난 1월17일 취임 이래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수도승' 같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다. 점심식사도 구내 식당에서 하고 저녁에도 외부인을 일절 안 만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도 끊었다 한다.

본디 침묵이 무서운 법이다. 이 검찰총장의 침묵은 주위로부터 '의미있는 침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검찰총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한권의 책도 갖다놓지 않았다 한다. 역대 검찰총장 방에 걸려있던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조차 없다고 출입기자들은 전한다. 한 출입기자는 "언제든지 물러날 준비가 돼 있는 듯한 비장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언제든지 물러날 각오로 앞으로 비리수사에 임하겠다는 이 검찰총장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가능하다.

이 검찰총장은 검찰내에서도 보기 드문 '경제통'이다. 60년대 첫 직장생활을 한국외환은행에서 시작한 까닭이다. 이런 전문성때문에 과거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굵직굵직한 정경유착 사건을 도맡다시피 했다. 그는 취임 전까지만 해도 외환은행 전직행장등 예전 금융계 시절 선후배들과 자리를 자주 가져왔다. 경제감각을 계속 관리해왔다는 얘기다. 또한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이정재 전 재무차관 등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그의 형님, 동생이다.

이번에 이 검찰총장이 맡게 된 사건도 이용호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정경유착 비리다. 때문에 밑의 검사들은 요즘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 최고의 경제통이 수장으로 위에 턱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내에 현정부 출범후 임명한 특정지역 출신들이 요직에 다수 포진하고 있어 영남출신인 이 검찰총장의 수사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리라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이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검찰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검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서는 안된다"는 격언도 인용했다. 이 검찰총장이 얼마나 비장한 각오로 검찰총장직을 받아들였는가를 알 수 있는 말들이다.

***봇물 터진듯 쏟아지는 정경유착 비리사건 의혹들**

검찰은 정치중립을 지향하나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존재다. 정경유착 사건을 다룰 경우 특히 그러하다. 검찰의 수사행위 하나하나가 정치권에 더없이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재 검찰총장이 처한 상황도 그러하다. 특히 대통령선거 시즌인만큼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차기정권의 향방을 두고 정치권이 격돌하는 시기에는 예기치 못한 각종 사건이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벌써 그런 징후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강원랜드, 타이거풀스 의혹이 그런 대표적 예이다.

검찰은 29일 1천억원이 정치권으로 유출됐다는 내일신문 보도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강원랜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압수수색 과정에 영월지청 직원외에 대검 수사요원 5명이 파견돼, 5t 트럭 한 대 분량의 방대한 문서를 압수했다. 아울러 강원랜드 대표에 대해선 출국금지를 시켰다. 대단히 이례적으로 신속하면서도 강도높은 조치였다.

최고위층 친인척 및 보좌역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타이거풀스 의혹도 수사대상이 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이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상당히 구체적인 비리 내역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에 착수할 분명한 근거만 있다면 아무리 고위층이 연루돼 있더라도 손을 댄다는 게 검찰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예상치 못한 부패의혹도 검찰로 쏟아져들어오고 있다. 한 예로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강철규)는 30일 비리혐의로 신고된 장·차장급 고위공직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또한 검찰이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검찰은 현재 문희갑 대구시장 비자금 비리 등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벤처비리 척결을 각 지검에 문건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 장미디어 대표가 산업은행에 10억원대 뇌물을 뿌린 혐의로 전격구속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검이 검찰로 넘긴 의혹중 하나인 한국전자복권 비리도 수사해야 한다. 벤처업계는 지금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사건이 폭주하다간 검찰이 손이 딸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히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여러 마리 토끼를 좇으려다가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메가톤급 파괴력의 파장**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비리의 몸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면 정치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검찰이 손대게 될 비리 하나하나가 워낙 메가톤급 파괴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만에 하나, 검찰이 수사중인 비리사건에서 최고위층 친인척과 측근들의 연루사실이 밝혀진다면 현재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여권주자들은 모종의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며 야당은 이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할 게 분명하다"며 "이명재 변수가 향후 정국의 최대변수로 일컬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명재 검찰총장이 진 짐이 역대 어느총장의 그것보다 무거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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