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국의 '노무현 워치' 시작됐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국의 '노무현 워치' 시작됐나

"미국은 한국 대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미 동아태차관보 발언록

조지 W. 부시 미국정부의 한반도정책 실무 최고책임자가 최초로 우리나라의 12월 대통령선거와 차기 당선자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다. 다른 나라의 선거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회피해온 미국의 외교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66)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을 받아 행한 '미국의 동시아 정책에 관한 몇몇 이슈'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12월 대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김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지닌 차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다. 대체로 민주주의는 예측불가능한 발전 궤도를 그린다. 이 때문에 한국의 차세대 지도자는 한국에서의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redefine)하려고 나설지 모른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대선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국의 차기정권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켈리 차관보의 이날 발언중 핵심요지는 "민주주의는 예측불가능한 발전 궤도를 그린다" "한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한국에서의 미국의 전통적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말한 부분이다. 발언의 이면에서 미국정부의 상당한 긴장감을 읽을 수 있다.

국내 정가에서는 이같은 켈리 차관보의 발언이 요즘 국내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노무현 바람'에 대한 미국측의 강한 관심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요컨대 미국정부가 '노무현 워치(Watch)'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제의 발언을 한 켈리 차관보는 다름아닌 미국 부시정부의 한반도정책 실무 최고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켈리 차관보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정권 2기인 지난 86~89년 국가안보회의(NSC) 아주 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한국통으로, 그후 클린턴 정권시절에는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태평양포럼 회장을 맡아왔다.

켈리가 태평양포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에 CSIS는 '클린턴의 대북정책, 근본적 수정 필요'(96년 1월), '미국의 대북유화정책 제2 한국전 유발 가능성'(98년 10월)같은 반(反)클린턴적 보수정책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해온 미국 공화당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연구소는 공화당의 한반도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로 유명하며, 키신저, 브레진스키, 슐레진저 등 미국 공화당 정권시절의 내로라하는 국무·국방장관이 현재도 이 연구소의 이사들로 활동중이다.

부시는 집권후 곧바로 켈리를 국무부의 아태차관보로 임명했고, 그를 중심축으로 새로운 한반도정책을 수립했다. 실제로 켈리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직전인 지난 2월14일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 출석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관련, "햇볕은 메마른 땅을 일굴 수 없다"고 비판적으로 발언해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국내 정가에서는 현재 여야 대선후보들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무현 후보가 연말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봉우리 가운데 하나가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켈리 차관보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는 이번 대선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국의 차기정권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켈리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노후보에게 적잖은 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미국정부의 내정간섭적 선거개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켈리 차관보의 이날 강연중 한반도와 관련된 부분을 옮긴 것이다.

***한국**

한국은 저개발 경제에서 첨단기술국으로 발전했다. 미국과는 매우 중요한 무역과 투자 거래국이기도 하다. 한국은 독재정권에서 사법적 독립과 강력한 국회가 존재하는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군부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 시절, 군부의 정치 개입이 배제되면서 1990년대초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노 전대통령은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외교정책을 강화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범한 희생과 개인적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과감한 햇볕정책을 펴는 한편,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강화하고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김 대통령은 이제 10개월 후면 5년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겠지만 견고하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의 민주주의 건설자로 길이 남을 것이다.

한국은 이제 자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도 기여하려는 과정에 있다. 올 11월 제2차 민주주의공동체(CD) 서울회의를 개최하고, 지난해에는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으며, 유엔에서 더욱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개최국이기도 하다.

한국은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강대국이었던 역사를 갖고 있다. 20년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현재 한국은 선진적인 정치경제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발전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나는 미군 주둔으로 한국이 안보가 확보된 상태에서 이같은 성공이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은 한국의 독립과 안보를 위해 3만7천여명의 주한미군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 한국이 민주주의, 평화, 번영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이 주한미군 덕분에 의해 가능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국이 안심하고 정치경제적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한국이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12월 대선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행사로서 개혁의 열망을 반영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김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지닌 차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다. 대체로 민주주의는 예측불가능한 발전 궤도를 그린다. 이때문에 한국의 차세대 지도자는 한국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redefine)하려고 나설지 모른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대선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국의 차기정권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반도의 북부 반쪽**

한국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북한은 상대적으로 더욱 피폐하고 정체된 모습이다. 북한은 경제발전에 실패하고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가운데에서도 미사일 같은 대량 살상무기로 무장하는 등 대대적인 군비강화에 나서 한국과 미국에 대해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외부의 공격위협에 시달리는 유일한 나라가 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한국과의 기본협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어 한국과 북한을 잇는 경의선 철도복원 사업을 마무리하고 재개통하는 것이다. 북한은 불량국가들에게 탄도미사일을 수출하는 위험한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군사력 강화에 부족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빚어진 북한주민들의 극심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북한 정권이 나선다면 이를 도와줄 용의가 있다.

나아가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북한이 최근 한국, 일본과의 교류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번 방한 때 분명히 했듯이 미국은 북한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북한을 공격하려는 의사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언급했듯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러나 유엔에서 북한이 우리와의 통상적인 접촉과정에서 대화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외교사절단들의 북한 방문 소식은 고무적이며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재개하는 것도 또한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우리는 핵시설에 대한 1994년 북미 협정을 존중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의 접근방식이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과 조건없이 언제, 어디서든지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북한도 전향적인 자세로 대응해 줄 것을 촉구한다.

최근 발표된 남북합의사항이 한반도의 상황을 개선하는 생산적인 대화로 발전하고 남북이산가족 교류증진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