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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외주화' 방지, 이제 겨우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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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외주화' 방지, 이제 겨우 첫 발

고 김용균 장례식 7~9일 치르기로...고인 어머니 "아들 동료 살리고 싶었다"

"제 아들, 빛 같은 그 아들이 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습니다. 아들의 처참한 죽음에 제 가슴은 너무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가슴에 커다란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 느낌 때문에 용균이 동료들, 다른 사람들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 부모들이 저 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지 58일 만에야 겨우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12월11일 컨베이어 작업 중 기계장치에 몸이 끼여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의 이야기다. 5일, 고인이 다녔던 한국서부발전과 유가족, 그리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장례식을 7일부터 9일까지 치르는 데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이날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조사위는 오는 6월 30일까지 조사결과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조사위는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및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 시행하기로 했다. 고인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된 '2인 1조' 등이 석탄발전소 작업장 내에서 제대로 진행되는지 조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정 인원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향후 공공기관 작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하청은 물론이고 원청 관리자와 해당 기관장에게도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앞에서 열린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만들어 고인 업무 노동자들 직접 고용하기로

막판까지 쟁점이 되었던 고인의 근무 분야인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비정규직 436명 포함 총 2266명)는 발전소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5개 발전사의 연로환경설비운전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고 해당 업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관련해서 구체적인 전환방식이나 임금산정 등은 5개 발전사의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논의,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대책위가 연로환경설비운전 업무와 함께 정규직화를 요구했던 경상정비 업무(비정규직 199명 포함 총 2505명)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 업무의 정규직화 유무는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서부발전은 고 김용균 씨 장례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유가족에게도 추후 논의를 거쳐 배상하기로 했다. 또한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위원회가 요구하는 현장 출입, 조사·영상 및 사진촬영·관계자 소환 등 조사활동 일체에 응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이자 고인의 고용업체인 한국발전기술도 처우개선과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진상규명위 조사 협조 등에 동의했다. 한국발전기술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즉시 단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두 회사는 산업재해 취약 노동자의 안전 보호 및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비영리 법인에 총 4억 원(3년간)을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비영리 법인은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정하기로 했다.

고인의 어머니 "아들의 동료들을 살리고 싶었다"

이날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시민대책위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의 동료들을 살리고 싶었다"며 지난 58일 동안 자신이 버틴 이유를 설명했다.

김미숙 씨는 "지금도 용균이 동료들은 생사를 오가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건설현장, 조선소 등에서도 사람이 계속 죽고 있다. 안전장치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하루 6~7명 죽고, 1년이면 수천 명이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대참사다. 한국에서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는지 몰랐다"라면서 "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이 땅 서민들이 살 수 있게 힘 모아 달라. 더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 만들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었다. 일자리를 못 구하고,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한다"며 "더는 우리 아들처럼 죽지 않게, 여기서 끝내야 한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번 합의안을 두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 원칙을 확인하고,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고에도 원청사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또한 원청이 당초에 정한 금액대로 하청 노동자에게 임금 삭감 없이 지급하도록 하여 부당한 중간 착취를 없애고,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개선안은 발전소는 물론 공공부문으로, 나아가 민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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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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