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복관세 대상을 철강에서 반도체, 농업 부문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세계 경제계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럴 경우 반도체 수요 증가 및 이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모처럼 회복국면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치명적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호주의 바람이 전세계로 번지면서 세계교역량 위축 등에 따른 세계불황의 장기화, 정치군사적 갈등 심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의 국제무역 담당 차관 그랜트 알도나스의 말을 인용, "농업과 반도체 부문이 미국의 다음 보복관세 대상에 우선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30%에 이르는 철강 관세부과 결정에 깊숙이 관계한 것으로 알려진 알도나스 차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유럽의 불경기로 수출비중이 높은 미국 농산품과 첨단기술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강한 달러로 미국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행정부는 철강 관세부과에 따른 20억 달러 상당의 피해를 즉각 보상하라며 다른 부문의 수입 관세를 낮추어 달라는 유럽연합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며 "유럽연합이 미 농산물 수입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요구사항을 먼저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미국이 이같은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유럽연합은 미국의 수출품에 대한 보복으로 분쟁을 확대시킬 것인가 아니면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는 철강 분쟁 제소 결과를 기다릴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알도나스 차관은 또 미국의 조치가 세계 경기회복을 위축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으로부터 수입물량을 증대시켜야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최근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번져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알도나스 차관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담에서 무역보조금과 해당산업시설 감축 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철강 관세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철강 보복관세를 무기로 보다 유리한 협상국면을 이끌어내겠다는 대화 의지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보호주의 움직임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발이 거센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협상 대신에 반도체 및 농산물, 섬유 등의 분야로 보복관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세계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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