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권의 외국산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결정으로 미국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영국과 일본마저 이번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부시 정권 출범 이후 대테러전쟁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번 결정이 발표되자 미국에 대해 서면과 구두로 공식 항의했다. 부시 대통령이 국내 사양산업인 철강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소리높여 외쳐왔던 자유무역 원칙을 내팽개친 데 대한 분노의 표시인 셈이다.
유럽은 또 이번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로 판로를 잃은 아시아산 철강이 유럽시장으로 밀려 들어올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진보적 신문 가디언은 6일자 사설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부시의 가장 친한 정치적 친구인 블레어 총리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싸우기로 독하게 마음먹다(Steeling to Fight)' 제하의 이 사설은 이어 블레어 총리에 대해 "미국의 경제적 호전성에 대한 유럽의 대응을 강력히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통적으로 미국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던 일본 언론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우선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철강수입 제한의 어리석음'이라는 제목의 7일자 사설에서 "이번 조치는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미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기중심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미국의 철강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은 것은 "오랜 기간 보호주의에 기대어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를 게으르게 한 탓"이라면서 "이러한 보호정책으로 미국의 철강 경쟁력이 회복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7일 사설을 통해 “미 철강업계의 침체는 수입품 때문이 아니라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유럽과 일본은 이 문제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번 조치는 "산업재건의 방법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시간벌기"라고 꼬집으면서 "자유무역에서 많은 수혜를 받아왔던 일본은 미국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들 신문 사설의 주요 내용.
***가디언, '싸우기로 독하게 마음먹다'**
친구들이 싸우면 사람들이 다친다. 지구상 최대의 정치적 친구인 조지 부시와 토니 블레어는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둘간의 논쟁의 이유 -그리고 불화의 깊이-는 원칙에 대한 정책의 승리와 관계가 있다.
백악관은 미국의 철강수입에 가혹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표면상으로 값싼 철강을 미국 시장에 덤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자세히 살펴 보면 이는 낡은 기술과 그보다 더 낡은 고용 관행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비효율적 미국 산업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이로써 미국의 힘든 시기 동안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주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블레어 총리는 자유무역과 자유시장 그리고 경제개혁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대표자이다.
블레어는 부시 대통령이 북미 자유무역지대 이외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하자, 구두와 서면으로 항의했다. 주요 군사동맹국(터키)과 파산국(아르헨티나)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은 미국 관세 조치에서 제외되었지만, 유럽 철강은 사정이 다르다.
유럽연합(EU)이 40억 유로 이상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하는 상황에서 이는 사소한 타격이 아니며, 수많은 아시아산 철강들이 미국에서 유럽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유세 동안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내 정책에서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철강산업은 미국내에서 큰 소란거리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로비집단이다. 원래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으나 2000년 선거에서 공화당에 표를 던진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지의 철강 근로자들에게 부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우방국들을 격분시키고 유럽과 무역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이들의 지지에 대한 보답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올해의 지지와 2004년 재선을 노리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적자 탄광들은 서서히 쇠퇴해가고 있다. 지난 4년간 30개 이상의 미국 철강업체가 파산 신청을 했다. 블루칼라산업의 붕괴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친숙한 것이다. 미-네델란드 합작 철강 회사 코러스는 작년 한 해 동안 6천명을 감원했다.
이번 결정은 세계무역규정에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상관하지 않는다. EU 무역위원 파스칼 라미는 미국이 세계 국가들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고 비난하며, 유럽이 WTO 중재단에서 이를 시정할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이 세금 우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음을 WTO가 발견, 유럽이 보복적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따낸 사건 이후 백악관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그러나 또한 미국 관리들은 이 사건에 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으며, EU는 아직도 최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세계의 나머지 국가에 대한 이러한 무시는 부시행정부의 주제이다. 미 공화당 정부와 의회는 다자간 상호무역주의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들은 이를 미국의 자유와 세계 정부의 선봉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미국은 온실 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적 제한 노력을 비웃고 이에 대한 국제 조약에 서명을 거부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고 기업들의 로비에 힘을 입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세계화 장려에 주력하고 있는 블레어 총리의 노력을 훼손시키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미국의 경제적 호전성에 대한 유럽의 대응을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친구가 해야 할 일이다.
***아사히, '철강수입 제한 WTO에서 결론을'**
유럽이나 일본은 “미철강업계의 침체는 수입품 때문이 아니라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고 반론해 왔다. 이번 조치에 대해 EU와 일본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의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WTO에서 확실하게 흑백을 가려내려는 것이다.
일본도 파 등 3개 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 정식발동을 작년에 실시했다. 실제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급증해, 미국의 철강과 사정은 다르지만 산업재건의 방법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시간벌기라는 측면은 공통된다.
자유무역에서 많은 수혜를 받아왔던 일본은 미국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취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로부터도 비난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닛케이, '미국 철강수입 제한의 어리석음'**
미국의 철강수입제한 조치는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미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기중심적인 것이다. 미국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해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수입제한 대상으로부터 제외된다. 미의 철강업체가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사실상 관세가 필요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호정책에서 미국의 철강 경쟁력이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대기업을 포함해 31개사가 연방파산법 적용을 신청하고 있다. 오랜 기간 보호주의에 기대어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를 게으르게 한 탓이다.
이미 작년말에 비해 미국의 철재시황은 2~5% 상승했다. 이번 수입제한으로 더욱 시황은 상승할 것이다. 수익이 급회복하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개편은 추진되지 않고 결국은 경쟁력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또 미국이 선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계의 粗鋼생산력 삭감 동향에도 영향을 준다. EU와 아시아가 미국에 대해 반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철강업계의 이번 수입제한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다. 반덤핑과세로 대미수출이 지난 4년간 7백만톤에서 2백만톤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철강도 불황으로 철강 5개사가 2개사 체제로 개편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의 자조노력에 의한 재생을 지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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