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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수입철강 관세율 인상은 국내정치용

국제무역분쟁ㆍ미 경기회복 지연 우려

지난 5일 발표된 미 정부의 수입철강 관세율 인상에 대해 미 국내외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국내정치용이며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6일자 해설기사에서 이번 결정은 3년후 대선을 겨냥한 국내정치용 성격이 짙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자동차, 가전산업 등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미국기업의 제조원가를 상승시켜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또 앞으로 미국은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효과적인 대테러전쟁 등에 필요한 국제적 지도력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이번 결정은 최악의 악수라고 지적하면서 국제 무역전쟁을 야기할 위험이 있는 이번 결정을 이제라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미국 철강산업의 문제는 수입철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구조조정을 못한 탓이라며 이번 결정은 미 철강산업을 보호하기는커녕 고통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또 이번 결정이 미국과 유럽간 대규모 무역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30일간의 유예기간중 이번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두 신문의 주요 보도 내용.

***NYT, "관세율 인상으로 부시의 국제협상력 손상"**

수입철강의 관세율을 올린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회복을 위협하지 않고 국내 철강 메이커들을 도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국제적 지원을 구하고 있는 부시는 해당 국가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미의회로부터 '신속 무역협상 권한'을 승인받을 기회를 확대하는 데 도박을 걸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지론인 무관세와 자유무역을 포기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가운데, 3년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일부 주에서 재선 전망을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6일 발표된 관세율부과 일정을 보면 가급적 중간치를 택한 흔적이 강하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결정이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향후 수년내 회생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함으로써 근로자들은 물론, 경제 전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는 이번 조치가 "경제회복과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국내업체들은 관세율 인상이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원료가격을 끌어올려 경제회복의 속도를 느리게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전문가 로버트 크랜덜씨는 "부시의 이번 조치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뿐아니라 자동차 등 철강관련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이 계통에 종사하는 수만명의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행정부의 관세율인상 조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진짜 문제는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양보하지 않겠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보수파 경제학자인 브루스 바트렛씨는 "미 행정부는 국내 보호주의 압력에 굴복한 것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유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 테러전쟁을 위한 국제적 응집력 유지에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지원국들과의 사이에 어떤 틈이 벌어질 경우, 이는 열연강판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 이상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의 이번 조치가 국내정치에 날카로운 시선을 집중케 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역인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철강업계는 30% 관세율 부과로 혜택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치가 원칙 보다는 정치적인 기회주의에 흐른 감이 짙다는 비판 속에서 졸릭 무역대표는 "저소득층에게 피해를 주는 관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국제무역센터 소장인 제랄드 오드리스콜씨는 "정치는 행정부를 위해 가끔 좋은 경제정책 결정을 독점한다"고 비꼬면서 "이번 조치는 순전히 정치적인 것으로 경제적 타당성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FT, "철강보호 백지화, 아직 늦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수입 철강제품에 과도한 관세와 쿼터를 적용키로 결정함으로써 국내 철강산업정책에서 최악의 악수를 두었다. 철강 소비자들에게 벌칙을 가하면 미 경제에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전쟁은 미국에 자업자득이 될 수도 있다. 더욱 고약한 것은 이 조치가 미 철강업계의 고통을 연장시킨다는 점이다. 미 철강산업의 번영은 인위적 보호보다는 단호한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

부시 대통령은 독립자문기구인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건의에 따라 규제를 결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ITC가 건의한 40%보다는 낮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주력 수입품목인 냉연강판에 대한 25%의 관세부과는 치명적인 것이다. 브라질 같은 슬라브 강재 생산자들은 이 제품의 수입량이 무역전쟁을 유발할만한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도 제외된다. 그러나 유럽연합,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같은 몇몇 대량 생산국들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미 업계의 문제는 수입으로 인한 과다경쟁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수입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소규모 현대적 공장을 운영하는 미국 생산자를 포함, 경쟁을 하기에는 너무 소규모인 약 30개 생산자들의 생존이 관련되어 있다.

다른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로 합병을 한다. 그러나 힘 없는 회사들이 노조의 압력에 따라 철강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후한 복지비용은 아직 그 조달방법이 마련되지 않았다. 철강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 1명당 3명이상의 은퇴자들이 받는 과도한 복지혜택이 요지부동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바람에 누구도 매입 엄두를 못 낸다.

부시는 문제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약자를 희생시키기로 한 것 같다. 의회와 부시의 대통령 당선을 도와준 버지니아 같은 주들에서의 로비는 대단했다. 그는 또한 감세와 높은 방위비 지출 등으로 인한 예산 압박 속에서 복지비 조달에 필요한 2백10억 달러를 준비해 놓지도 않았다.

철강 수출업자들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모든 관세에 도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절차는 완결되는 데 2년이나 걸릴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보복조치는 연쇄적 보호조치를 유발할 수 있다. 마침 도하에서 11월부터 뉴라운드 협상을 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시행에 들어가기 전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는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이익은 물론 세계 자유무역을 해칠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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